“이제는 탄핵 카드를 꺼내도 이상하지 않다.”(지도부 A 의원)
“윤석열 대통령처럼 키워줄 일 있나.”(지도부 B 의원)
한동훈 법무장관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사사건건 민주당과 대치하다 어느덧 차기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른 그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의견이 분분해서다. 탄핵 주장이 분출되는가 하면, 과거 민주당 공세로 체급이 커진 윤 대통령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안 그래도 질긴 악연…“이재명 사건 수사해도 되나”에 발칵
기존에도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을 “쿠데타이자 위법”(박범계 의원)이라며 탄핵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긴 했다. 또 탄핵 주장까진 안 하더라도, 이른바 ‘3Mㆍ이모 사건’ 등 한 장관에게 망신당한 의원들도 그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19~22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은 당내에 탄핵론을 거세게 분출시키는 계기가 됐다. 한 장관이 민주당 의원들 질의를 하나하나 맞받아치면서, “한 장관이 선을 넘고 있다”는 의원들이 많아졌다.
특히 지난 19일 대정부 질문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지휘를 일부러 안 하는 거냐’(김회재 의원)는 질의에 한 장관이 “김 여사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 지휘를 하라는 건 정파적 접근 같다. 제가 이재명 (대표) 사건에 대해서 이렇게 하라고 지휘해도 되겠느냐”고 말한 게 불씨를 댕겼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튿날 공개회의에서 “한 장관의 오도된 자기 확신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고, 지난 21일 박주민 의원도 한 장관을 겨냥해 “국회의 권한과 의무를 행사할 수도 있다”(라디오 인터뷰)며 탄핵 추진을 시사했다.
“때릴수록 커진다”…‘무시 전략’도 등장
반면 탄핵 논의를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원내관계자는 “탄핵 요구가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걸 당이 공식적으로 논의하면 역풍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도 “한 장관이 때릴수록 커지는 것 같다”며 “한 장관도 그 사실을 알고 일부러 민주당을 자극하는 것 같다. 우리가 말려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석 달간 한 장관에 대한 온라인 관심도가 가장 높았던 날은 지난달 23일로, 한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강욱 의원과 거친 공방을 벌인 바로 다음 날이었다. ‘채널A 사건’으로 부딪힌 둘의 공방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고 “한 장관의 태도를 가만히 두실 건가”(최 의원), “지금 이 질문을 가만히 두실 건가”(한 장관)는 말도 오갔다.
이후 한 장관의 지지율도 점점 상승했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선 그가 범보수 차기 대선 주자 1~2위를 한 조사도 속속 등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22일 대정부질문에서 ‘여론조사에 빼달라는 의사표명을 하는 것이 정치적 도리’(이병훈 의원)라는 요구도 했다. 한 장관은 “‘저와는 무관하니 빼달라’ 이게 오히려 호들갑”이라며 거부했다.
일각에선 차라리 “한 장관을 아예 무시해버리자”는 이들도 많다. 지난 19일 대정부질문에선 한 장관의 등판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도 있었다. 이탄희 의원은 법무부 관련 질문을 한 장관이 아닌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했다. 이에 한 총리가 “법무장관이 답변하게 해드릴까요”라고 두 번이나 물었지만, 이 의원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고 결국 답은 한 총리가 이어나갔다.
27일 의원총회 분수령…탄핵안이냐, 해임건의안이냐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민주당은 오는 27일 의원총회에서 탄핵 소추안 발의 안건을 다룰지 고심 중이다. 원내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한 장관에게 어떻게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지도부에선 탄핵 소추안보단 해임 건의안을 논의하는 게 더 현실적이란 반응도 있다. 원내 관계자는 “탄핵 소추안 발의는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며 “차라리 해임 건의안을 통해 거대 야당의 독주라는 논란을 피하면서 대통령에게 공을 넘기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생을 강조하고 있는 민주당이 실제 탄핵안을 발의하는 단계까진 나아가기 힘들 것”이라며 “탄핵 엄포를 놓는 식으로만 활용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