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세계1위 뺏길판…미·독 거센 도전, K9이 살아남는 법 [이철재의 밀담]

중앙일보

입력 2022.09.25 05:00

업데이트 2022.09.2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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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까지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 2022는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30개 남짓한 나라에서 국방부나 군 당국의 대표를 보내 전시회를 둘러보고 관련 업체와 상담했다. K-방산이 잘 나가면서 나타나는 풍경이다.

K-방산의 베스트셀러 중 가장 먼저 수출에 성공한 뒤 꾸준히 팔리며 맏형 역할을 하는 게 K9 자주포다. K9은 지금까지 8개 나라에서 1500문 이상의 수출고를 올렸으며, 2000년 이후 전 세계 155㎜ 시장에서 70%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8개국에서 1500문 이상이 팔린 K9 자주포. 사진 한화디펜스

전 세계 8개국에서 1500문 이상이 팔린 K9 자주포. 사진 한화디펜스

DX Korea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렸다. 이미 12문의 K9을 배치하고, 12문을 추가로 주문한 에스토니아가 더 사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K9은 영국의 차기 자주포 획득 사업인 이동 화력지원 체계(MFP)에도 문을 두들기고 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자주포를 만든 나라다. 그야말로 K9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그러나 K9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볼 경쟁자들이 아니다. 그래서 자칫 방심하면 힘들게 쌓아 올린 K9 수출탑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70㎞ 밖 표적을 정확히 때린 M1299

미국 육군은 지난해 9월 신형 M1299 자주포의 통상명칭(별명)을 아이언 선더(Iron Thunder)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참고로 K9을 해외에 마케팅할 때 선더(Thunder)라는 별명을 붙인다.

이 자주포는 미 육군의 사거리 연장 화포(ERCA) 사업의 산물이다. 미 육군은 M109라는 자주포를 쓰고 있다. 이 자주포는 1962년부터 1만대 이상이 만들어져 미 육군ㆍ해병대와 동맹국에 배치됐다. 한국 육군의 K55 자주포는 M109의 라이선스 버전이다. M109의 최신형인 M109A6/A7 팰러딘은 나름 쓸만한 자주포이지만, 미 육군은 더 나은 자주포를 찾았다.

2020년 3월 미국 유마 시험사격장에서 시험사격을 준비하고 있는 M1299 아이언 선더 자주포. 미 육군.

2020년 3월 미국 유마 시험사격장에서 시험사격을 준비하고 있는 M1299 아이언 선더 자주포. 미 육군.

그래서 신형 자주포 사업을 여러 번 벌였지만, 매번 실패했다. 한때 독일에서 PzH2000을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미 육군이다.

결국 돌아돌아 M109로 다시 왔다. M109의 사거리를 늘리고, 사격 속도를 빠르게 하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이 2019년 시작됐다.

2020년 12월 M1299는 70㎞ 떨어진 표적을 명중했다. K9의 최대 사거리는 40㎞다. 비결은 더 길어진 포신과 신형 포탄이다. M1299의 포는 155㎜ 58구경장(포 길이 약 9m)인 XM907이다. K9은 52구경장(약 8m)이다.

 XM1113 로켓보조추진탄(RAP). 미 육군

XM1113 로켓보조추진탄(RAP). 미 육군

XM1113 로켓보조추진탄(RAP)은 포탄 뒤에 로켓을 달았다. 포탄이 날아가면서 로켓이 점화해 추진력이 더 붙는다. XM1113을 기존 M109A6에서 쏘면 40㎞를 날아가지만, M1299에선 70㎞까지 사거리가 늘어난다. XM1113은 정밀유도키트를 탑재해 RAP치곤 정확도가 높다.

M1299는 또 미사일 못잖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M982 엑스칼리버 유도포탄을 쏴 발사 지점에서 65㎞ 떨어진 폐차량을 정밀 타격했다.

M1299의 또 다른 장점은 자동장전장치다. 지금 개발 중인 자동장전장치를 달면 M1299의 분당 최대 발사 속도는 3발에서 10발로 증가한다.

미사일 같은 탄약이 100㎞ 너머 표적에 명중

미국의 보잉과 노르웨이ㆍ핀란드의 남모가 만든 컨소시엄은 지난 6월 노르웨이에서 램제트 155 탄약을 155㎜ 39구경장(포 길이 약 6m)과 58구경장(약 9m) 포로 쏘는 데 성공했다.

보통의 탄약은 장약이라는 화약 추진체가 터지는 힘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램제트 155 탄약은 램제트 추진체를 쓴다.

지난 6월 노르웨이에서 램제트 155 탄약을 시험사격하고 있다. 남모

지난 6월 노르웨이에서 램제트 155 탄약을 시험사격하고 있다. 남모

램제트는 제트엔진의 한 종류다. 피스톤으로 공기를 압축하지 않고, 초고속 비행 때문에 일어나는 충격파로 공기를 압축한 뒤 연소실로 보내는 방식이다. 작고 간단하면서 연료 효율이 좋은 게 장점이다.

램제트는 주로 초음속 미사일에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미사일 같은 탄약’인 램제트 155 탄약을 시험사격한 이유는 미 육군의 XM1155 사거리 연장형 포탄(ERAP) 사업 때문이다.

미 육군은 70㎞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 자주포의 사거리를 100㎞까지 늘리고 싶어 한다. 현재 보잉ㆍ남모를 포함 다국적 방위산업체가 꾸린 4개의 컨소시엄이 ERAP 사업에서 경쟁 중이다.

ERAP는 사거리가 길고 속도도 빠르면서, 정지 표적뿐만 아니라 이동 표적도 타격할 수 있는 게 미 육군의 목표다.

보잉과 남모가 손잡고 개발 중은 램제트 155 탄약. 미국 육군의 XM1155 사거리 연장형 포탄(ERAP)에 제안하고 있다. 남모

보잉과 남모가 손잡고 개발 중은 램제트 155 탄약. 미국 육군의 XM1155 사거리 연장형 포탄(ERAP)에 제안하고 있다. 남모

독일의 라인메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넬은 2019년 공동으로 개발한 신종 탄약을 시험사격했다. 시험사격에 동원한 포는 남아공의 G6-52와 독일의 PzH2000였다. PzH2000은 K9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양사는 시험사격에서 평균 76.2㎞의 사거리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딜과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는 155㎜ 정밀유도 포탄인 불카노를 이미 생산하고 있다. 불카노는 이번에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품목 중 하나다.

분당 발사 9발로 업그레이드 K9A2 예산은 불투명

자주포와 같은 재래식 화포는 미사일과 비교하면 값이 싸면서도 야전 지휘관이 바로 요청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포병은 여전히 ‘전쟁의 신’과 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밀리터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최근 자주포의 발전‘더 멀리’ 날아가 ‘더 정확히’ 때리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무인화 기술도 적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K9A2에 적용될 포탄 자동 이송장치. 로봇암이 포탄을 집어 포신에 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한화디펜스

K9A2에 적용될 포탄 자동 이송장치. 로봇암이 포탄을 집어 포신에 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한화디펜스

한국도 세계적 흐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자동장전장치를 탑재해 분당 최대 발사 속도를 6발에서 9발로 늘린 K9A2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장전장치 덕분에 K9A2 승무원은 K9A1(5명)보다 줄어든다.

더 나아가 사거리를 70~100㎞로 늘이고, 분당 최대 발사 속도가 10발로 빨라지고, 유무인 복합 운용이 가능한 K9A3 사업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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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K9의 압도적 지위를 지키는 이 같은 업그레이드 사업들의 전망이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K9A2 사업은 아직 예산에 태워진 상태가 아니다. K9A2 관련 기술을 확보해야만 K9은 2025년 결판이 날 영국의 MPF 사업에서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현호씨는 “한국도 미래 시장 요구가 될 장사정 곡사포 연구와 개발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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