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통 전화 끝에야 맛본 ‘작은 일본’… 야키토리의 신세계 [쿠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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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⑥ 야키토리 파노

“문을 연 지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푸디’(foodie∙식도락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곳”

대파의 감칠맛과 소금의 짭짤함이 조화로운 네기마 (다릿살대파). 사진 김성현

대파의 감칠맛과 소금의 짭짤함이 조화로운 네기마 (다릿살대파). 사진 김성현


STORY
“일본에서 야키토리를 자주 찾으셨던 분들은 이곳에서 맛있는 추억을 회상하고, 야키토리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야키토리가 무엇인지 편안하게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야키토리 파노’는 마포구의 야키토리 맛집 쿠시무라를 거쳐 일본 현지의 야키토리 업장에서 약 3년간 근무했던 김환호 셰프가 2020년 9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작을 골목에 문을 열었다. 그는 10석 규모의 소규모 업장을 홀로 지키며 뜨거운 숯 앞에 서서 쉴 새 없이 야키토리를 구워낸다.

야키토리를 만들고 있는 김환호 셰프. 사진 김성현

야키토리를 만들고 있는 김환호 셰프. 사진 김성현

“숯을 피우고 고기를 잘라서 소금을 뿌리고 굽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누가 굽는지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니까 이것 하나만 집중하면 되겠다 싶었죠.”

타래소스로 맛을 낸 츠크네(완자)와 달걀. 사진 김성현

타래소스로 맛을 낸 츠크네(완자)와 달걀. 사진 김성현

일본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야키토리를 찾아 먹을 정도로 좋아했던 김 셰프는 값비싸고 고급스러운 오마카세부터 캐주얼한 가게까지 두루 다니며 견문을 넓혔다. 그리고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선술집을 한국에서도 재현하고 싶었다. 그의 바람은 수많은 이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특히 미식가이자 애식가로 유명한 모 그룹의 부회장이 다녀간 뒤로는 예약에 불이 붙었다.

3000~4000원 사이의 합리적인 가격대에, 골라 먹는 재미까지 있는 다양한 야키토리, 주인장이 직접 만들어주는 시원한 하이볼까지. 평일이든 주말이든 수많은 이들이 하루를 맛있게 마무리하기 위해 이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EAT 
염통과 대동맥, 엉덩잇살과 고관절살 등 낯선 부위부터 날개와 목살, 닭봉과 완자 등 익숙한 부위까지. 파노에서는 닭의 여러 부위를 활용해 14가지의 야키토리를 선보인다. 여기에 꿀버터로 맛을 낸 고구마와 간장버터 소스를 바른 표고버섯 등 야채까지 더하면 야키토리의 종류만 19종류에 달한다.

간장버터를 바른 시이타게(표고버섯). 사진 김성현

간장버터를 바른 시이타게(표고버섯). 사진 김성현

대부분의 야키토리는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고 소금으로만 간을 하거나 짭짤한 타래 소스를 발라낸다. ‘신선한 닭은 소금만 쳐서 구워도 아주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셰프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목살과 연골, 염통 등 선도 유지가 되지 않을 경우 좋지 않은 냄새가 날 수 있는 부위 또한 파노에서는 독특한 식감과 특유의 고소한 풍미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신선함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김 셰프의 고집 덕분에 맛볼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유행이 빠른 우리나라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곳이 생겨나고,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죠. 하지만 저는 야키토리의 본질, 기본적인 맛과 형태에 집중해서 야키토리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가게를 만들고 싶습니다”

소식가들조차 대식가가 되길 마다치 않는 이곳의 가장 큰 무기는 야키토리 그 자체에 있다.

타마고동 만드는 모습. 사진 김성현

타마고동 만드는 모습. 사진 김성현

물론 식사도 빠질 수 없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면서도 튼실한 쌀로 가득 찬 야키오니기리와 타마고동과 야키토리동은 부족한 탄수화물까지 알차게 채워준다. 특히 은은한 불에서 오랜 시간 정성 들여 구워 누룽지 같은 식감을 가진 오니기리는 파노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중 하나다.

보통 이곳을 찾으면 8~10개 정도의 야키토리와 한두 가지의 추가 메뉴를 주문한다. 하지만 메뉴판에 있는 모든 야키토리를 주문하는 광경도 낯설지 않다. 호기롭게 “여기부터 저기까지 전부 주세요”라고 외치지 않으면 다음 날 먹지 못한 야키토리를 생각하며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질 좋은 비장탄 위에 구워진 신선하고 짭짤한 닭 그리고 한 잔의 술. 여기에 잔잔한 음악과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더해지며 테이블 위에는 빈 꼬치와 함께 행복과 사랑 그리고 추억이 수북하게 쌓여간다.

야키토리 파노

· 주소 : 서울 강남구 선릉로157길 13-5 101호
· 가격대 : 3000원대(야키토리 1개 기준)
· 메뉴 : 야키토리(닭꼬치)
· 대표 메뉴 : 염통, 연골, 목살, 오니기리 등
· 예약 안내 : 매달 첫번째 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한 달치 전화 예약.
· 영업 시간 : 화~토요일 19:00 ~ 23:00, 일요일 18:00~22:00
· 주차 : 근처 공용주차장 이용.

#야키토리 #닭꼬치 #압구정맛집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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