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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만 6번째" 당 위기에 또 등판한 주호영...시험대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당의 위기 순간마다 등장하는 인사가 있다. 19일 국민의힘 원내 수장으로 선출된 주호영 원내대표다. 스스로 주변에 “직무대행만 여섯번 했다”고 말할 정도로 당의 격변기마다 구원투수로 나섰다.

주 원내대표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시절인 2015년 1월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완구 원내대표가 사퇴하자 직무대행을 맡았고, 그해 7월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사퇴했을 때도 또다시 직무대행으로 등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로 바른정당에 합류했을 때도 주 원내대표는 비슷한 길을 걸었다. 주 원내대표는 2017년 3월 정병국 대표 사퇴 이후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고, 같은 해 9월 이혜훈 대표가 금품수수 의혹 논란(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종결)으로 사퇴하자 또 권한대행을 맡았다.

2020년 6월 21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 머물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만난 모습. 주 원내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국회의장 선출과 6개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 사찰 칩거를 이어갔었다. 중앙포토

2020년 6월 21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 머물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만난 모습. 주 원내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국회의장 선출과 6개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 사찰 칩거를 이어갔었다. 중앙포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시절도 예외가 아니었다. 2020년 4월 총선 패배로 황교안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한 상황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됐고, 대표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이후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호흡을 맞추다가 2021년 재·보궐선거 승리 뒤 김 위원장이 물러나면서 또다시 대행을 맡았다.

주 원내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 징계사태에서는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비대위원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이 이 전 대표가 신청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해 직무 정지되는 부침을 겪었다. 이후 정진석 비대위가 새로 출범하고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과정에서 주 원내대표는 고심 끝에 원내대표 도전장을 내밀었고, 19일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하지만 당은 가처분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 전 대표가 정진석 비대위 등을 상대로 추가 신청한 가처분 심문이 28일 열린다. 정 위원장은 21일 “가처분 기각을 기대하지만, 지난 법원의 판단을 보면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며 “3차 비대위는 어렵기 때문에, (또 비대위가 해체되면) 주호영 원톱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주 위원장이 정치 인생에서 7번째 대행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단 얘기다.

주 원내대표가 위기 국면에서 구원 투수로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 관계자는 “계파색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고 합리적이라는 정치권 평가가 많다”며 “특히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혼란한 당 상황과 야당과의 관계 등을 원만하게 풀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예하 중봉 성파 대종사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각선원 현판식 후 법당 안 불단에 예를 올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예하 중봉 성파 대종사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각선원 현판식 후 법당 안 불단에 예를 올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주 원내대표는 2020년 원내대표였을 당시 180석 거대 여당인 민주당을 상대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그는 민주당의 6개 상임위원장 단독 구성에 항의해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하기도 했다. 당시 주 원내대표가 일주일간 이동한 거리만 1500㎞가 넘었다. 주 원내대표는 그 이후 카카오톡 프로필 소개 문구를 불교 용어인 ‘인욕(忍辱: 마음을 가라앉혀 욕된 것을 참음), 하심(下心: 자기를 낮추는 마음), 청정(淸淨: 허물과 번뇌에서 벗어남)’으로 설정해놨다.

당내에서는 주 원내대표가 과거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가 많다. 2020~2021년 주 원내대표가 당을 이끌 때는 ‘독주’라는 지적을 받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공세를 펴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윤 정부 지지율 하락세와 내홍이 겹쳐 당이 수세에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19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주 의원이 61표를 얻었는데, 경쟁자인 이용호 의원이 42표를 얻어 선전하는 일도 있었다. 그가 직무정지 직후 곧바로 원내대표로 복귀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은 것도 과제다. 여권 관계자는 “당뿐만 아니라 윤 정부의 명운이 걸린 위기 순간에 주 원내대표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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