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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플레 감축법, FTA정신과 안 맞고 한·미 관계도 방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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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6호 12면

‘세계질서와 경제안보’ 대담

23일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에드윈 퓰너 박사(왼쪽)와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최영재 기자

23일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에드윈 퓰너 박사(왼쪽)와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최영재 기자

“배터리, 전기자동차(EV)에 대한 조항은 자유무역협정(FTA) 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인 에드윈 퓰너 박사가 23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날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주최한 ‘세계질서와 경제안보’ 대담회에 참석한 퓰너 박사는 IRA 관련 질문에 “IRA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IRA는 공화당이 지지하지 않았던 법안이다”고 답했다.

그는 “소수의 의원이 수천 페이지나 되는 법안을 만들었다”고 졸속 추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어서 “IRA 발표 이후 ‘왜 이런 일이 발생했냐’고 묻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작은 것들에 한·미 관계가 방해를 받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부여해 한국 생산 전기차의 미국 내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개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퓰너 박사는 “조항 변경이나 철폐를 위해선 대통령 승인이 필요한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이 부분을 너무 자랑해 왔기 때문에 정치적인 기반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퓰너 박사는 이날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과 대담회를 가지며 IRA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 정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 질서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불확실하다.
“복잡한 상황이다. 미·중 관계뿐만 아니라 미·러 관계도 좋지 않다. 현재 가장 중요한 변화는 중국과 러시아 관계다. 최근 양국 정상이 만난 상하이 정상회담을 생각해 보면 일종의 밀약관계가 있는 것 같다. 세계질서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중국의 태도에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 침공을 전 세계가 다 같이 비난하고 소외시켜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푸틴은 노골적으로 핵무기를 얘기한다. 핵무기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끔찍하다. 핵은 테이블에서 배제해야 하는 옵션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미국 대통령이 누구든지 간에 중국은 미국이 직면한 전략적 문제다. 공화당, 민주당 모두 중국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공화당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도 중국의 힘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내 중국 유학생 30만 명 중 일부가 미국 회사의 중요한 산업 기밀을 중국으로 유출할 수 있다는 점은 지적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실질적인 우려다. 미국 내 공자학원의 문을 닫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때문에 한국이 굉장히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다. 전략적 파트너냐 무역 파트너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맞서기 위한 경제적인 수단은.
“경제적으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몇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의 하이테크 상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2시간 전에 글로벌 뉴스를 보니 마이크로소프트가 베이징 리서치센터 인원을 1000명 더 늘린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하이테크를 상징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이지만 중국인 직원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 가족과 쇼핑을 하면 쇼핑백 하나당 5개 이상이 중국산이다. 상호의존성은 괜찮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과하다. 한국 기업도 다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경제·외교 성과를 평가하자면.
“전체적인 방향은 긍정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 순방에서 첫 번째 목적지로 한국을 정했다. 윤 대통령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함께 방문해 한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줬다. 공적 외교에 있어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고위급 자문단을 파견한 것 역시 국제질서에서 한국의 위상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유럽 상황을 보면, 폴란드가 방위비를 GDP의 2.4%에서 5%로 높였는데 늘어난 방위비는 한화, 현대로템 등 한국 기업에 돌아갈 것이다. 한국이 국제외교에 있어서 믿을 수 있는 무기 제공 주체로서 발돋움했다는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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