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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푸틴 위해 죽기 싫다” 러 국민 외침 들어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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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6호 30면

푸틴 대통령이 국민 동원령을 내린 21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반전 시위대가 경찰에 끌려가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민 동원령을 내린 건 2차 대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징집 대상자는 30만 명이다.[AF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국민 동원령을 내린 21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반전 시위대가 경찰에 끌려가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민 동원령을 내린 건 2차 대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징집 대상자는 30만 명이다.[AFP=연합뉴스]

국민 동원령, 핵사용 시사하며 위협

탈러 엑소더스, 전쟁 명분 없단 증거  

지금이라도 무모한 전쟁 중단해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꼭 7개월이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수만 사상자를 내고도 확전의 불을 댕기는 언사로 국제사회를 공포와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 푸틴은 지난 21일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국민 동원령을 내렸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편입 점령지를 포함한 영토 방어를 위해 전략핵무기도 쓸 수 있다고 했다. 동부 돈바스 지역과 남부 자포리자·헤르손주의 러시아 편입 주민투표가 27일 결론 나면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 탈환에 나설 경우 핵으로 막겠다는 협박이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동북부 탈환으로 수세에 몰린 푸틴의 벼랑 끝 강수다. 인접한 폴란드 정부는 핵 공격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에 대비해 시민들에게 요오드 알약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징집령 발동은 우크라이나전을 본격 ‘전시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당초 ‘우크라이나의 나치화 제거’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젠 “서방이 러시아를 파괴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제 손으로 이웃국을 친 뒤 러시아가 고립되면 “외부공격에 맞서자”고 국민을 선동해온 패턴의 반복이다. 체첸·조지아·크림 침공 때도 그랬다. 징집령 발표 후 반전 시위가 이어지며 1400여명이 체포됐고 징집 대상자들이 조지아·아르메니아 등으로 탈출하고 있다. ‘푸틴 엑소더스’다. “푸틴을 위해 죽기 싫다” “푸틴을 참호로 보내자”등 구호가 쏟아진다. 젤린스키 대통령을 필두로 결사 항전에 나선 우크라이나 국민과 명분 없는 침략 전쟁 차출에 저항하는 러시아 국민의 대비는 이 전쟁의 미래를 보여주는 모습일 수 있다.

제77차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신제국주의’를 성토한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은 긴급 회동에서 헤르손주 등의 주민투표가 유엔 헌장에 위배되는 불법투표임을 확인하고 8차 대러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와 민간 첨단기술 수출 통제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푸틴은 속전속결 승리를 기대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러시아 군사력의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냈을 뿐이다. 오히려 중립국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고, 국제사회는 민주 진영으로 뭉쳐 우크라이나를 도왔다. 우크라이나 침공 일인 2월 24일 이전과 이후가 다른 세상이 됐다.

장기전 속에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자포리자 원전 포격 등으로 지탄이 거세지면서 우군인 중국 시진핑 주석과 인도 모디 총리도 푸틴 압박에 나서는 분위기다. 거부권(veto)을 가진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힘에 의한 영토 병합은 유엔 안보리 개편 논의로도 이어지고 있다.

“1941~1945년 난 싸웠다. 그땐 전쟁이었다. 지금은 정치일 뿐이다.” 징집을 거부한 러시아 시민이 SNS에 올린 글이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국민 절반이 그간 우크라이나 사태에 무관심했다는 여론조사를 소개했다. 시위 탄압, 선전·선동의 결과일 테다. 러시아 군인 사상자만 7만~8만명에 이른다. 이제 양상은 달라지는 듯하다.

푸틴은 2036년까지 집권 포석을 깔아놓았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하나 된 목소리, 정의를 외치는 시민들의 외침을 거부하고 무모한 도전을 계속할 경우 지도자 푸틴은 물론, 러시아의 미래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푸틴과 러시아 지도부가 이성을 되찾길 촉구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확전과 장기화가 몰고 올 외교·경제적 파장에 대비해 우리 정부도 주도면밀한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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