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일교포 '유도 천재' 허미미, 생애 첫 전국체전서 금빛 메치기...독립투사의 후손으로 올해 태극마크

중앙일보

입력

전국체전 우승 상장을 들고 환하게 웃는 재일교포 유도 여자 국가대표 허미미. 사진 허미미

전국체전 우승 상장을 들고 환하게 웃는 재일교포 유도 여자 국가대표 허미미. 사진 허미미

재일교포 출신 유도 여자 국가대표 허미미(20·경북체육회)가 생애 첫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국가대표 선배들을 잇달아 메치고 우승했다.

허미미는 22일 울산체육관에서 열린 제103회 전국체전 일반부 여자 유도 57㎏급 결승에서 박다솔(순천시청)을 누르기 한판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다솔은 지난해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다. 8강에선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된 박은송(동해시청)을 누르기 한판으로 이기기도 했다.

그는 또 첫 경기인 16강전부터 결승까지 단 한 개의 실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번 대회는 11월 2023년도 국가대표 선발전의 전초전이다. 허미미는 "첫 전국체전에서 우승해 기쁘다.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유도를 보여주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허미미는 올해 유도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대형 신인이다. 김경록 기자

허미미는 올해 유도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대형 신인이다. 김경록 기자

허미미는 올해 한국 유도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대형 신인이다. 지난 2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을 통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지난 6월 처음 출전한 국제 대회인 조지아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여자 57㎏급에서 세계적인 강호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도쿄 올림픽 이후 여자 대표팀이 국제 대회에서 수확한 최고 성적이다.

키 1m59㎝의 허미미는 밸런스가 좋고 힘도 뛰어난 편이다. 일명 ‘뽑아 메치기’로 불리는 강력한 업어치기가 주 무기다. 일본 특유의 기술 유도를 배워 한국 선수들이 약한 굳히기(조르기·꺾기·누르기) 실력도 탄탄하다. 유도계는 허미미를 두고 "워낙 기술 완성도가 높아서 한국 유도의 강점인 힘과 체력에 적응하면 더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세계적인 강호를 연달아 꺾고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정상에 선 허미미. 사진 IJF

세계적인 강호를 연달아 꺾고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정상에 선 허미미. 사진 IJF

허미미는 200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한국 국적, 어머니는 일본 국적이다. 조부모는 모두 한국 국적이다. 중3 땐 전 일본 중학 유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유도 천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공부도 잘했다. 현재 그는 일본 명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한국 행을 결심한 건 지난해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미미가 꼭 한국에서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허미미는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지난해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했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의 후손이다. 현조할아버지다. 사진 대한체육회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의 후손이다. 현조할아버지다. 사진 대한체육회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년)의 후손이다. 그의 현조할아버지다. 허석은 일제강점기였던 1918년 경북 지역에 항일 격문을 붙이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던 독립투사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경북 군위군에 순국기념비가 있다.

유도 종목은 올해 체전 사전 경기로 20일부터 열렸다. 2024년 파리 올림픽 유도 종목 출전권이 걸린 올해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세계선수권(10월 6∼13일)과 전국체전 일정이 중복됐기 때문이다.

허미미의 다음 목표는 다음 달 세계선수권이다. 진짜 시험대에 선다. 김경록 기자

허미미의 다음 목표는 다음 달 세계선수권이다. 진짜 시험대에 선다. 김경록 기자

허미미는 세계선수권에 나서서 국제 대회 2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 있는 대회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허미미는 "세계 정상에 서기 위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한국 유도가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