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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만 읽지 마세요" 에너지 넘치는 아이와 책 읽는 법

중앙일보

입력 2022.09.23 06:00

에너지 넘치는 우리 아이, 책 읽을 때 온몸을 베베 꼬고 엉덩이가 들썩 들썩 하진 않나요? 이런 아이들에겐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주면 좋을까요?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 소속 우서희 서울 자운초등학교 선생님이 추천한 책들 속에서 답을 찾아보세요.

얼마 전 동네 어린이 도서관에 갔을 때의 일이에요. 도서관에 뛰어 들어온 한 아이가 곧장 소파로 달려가더니 풀썩풀썩 뛰고 데구르르 구릅니다. 아이는 엄마가 읽어주는 책도 듣는 둥 마는 둥 합니다. 결국 아이는 엄마에게 한 소리 듣고 말았죠. 엉덩이 붙이고 있기 힘든 아이에게 가만히 책 읽는 시간이 즐거울까요?

그림책, 조용히 앉아서 보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신나게 춤 추고 칙칙폭폭 기차 놀이도 하고 흥겨운 음악도 들어보세요. 책 읽는 몸 머리 마음이 쑥쑥 자라날 겁니다. 

①흔들흔들 '내 마음대로 춤'

『넌 어떻게 춤을 추니?』 (티라 헤더 글 그림, 천미나 옮김,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

화려한 미러볼 조명 아래 아이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춤을 추고 있어요. 팔짱을 끼고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아이만 빼고요. 모두 춤을 추고 있어서인지 가만 있는 아이에게 더 시선이 갑니다. 아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책은 주인공인 이 아이에게 춤 추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춤 추는 다른 사람들을 한 명씩 소개하기 시작해요. 일을 하다가, 요리를 하다가, 기분이 좋아서, 또 기분이 울적해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요. 파란 수영복을 입은 아이는 ‘이상해지면 어때? 어떻게 되나 두고 보는거야!’라고 외치며 몸을 흔들죠. 

책 속에 등장하는 춤들은 다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내 마음대로'라는 점입니다. 지퍼를 올리는 동작을 하면 ‘지퍼 춤’, 넘어지면 ‘꽈당 춤’입니다. 주인공 아이가 그대로 서 있으니 ‘꼼짝 마 춤'이라는 멋진 이름도 지어줍니다.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한 아이가 말했어요. “춤은 칼 군무가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느낌 가는 대로 추는 춤도 재미있어요!” 춤은 다른 사람 눈에 멋있어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느껴지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해줍니다.

책 후반부에 지금까지 나왔던 모든 사람들이 모여 어둠 속에서 신나게 춤을 춥니다. 주인공 아이는 한 쪽에서 문을 벌컥 열고 ‘그만!’ 이라고 외칩니다. 그러자 그림책은 아이에게 물어봐요. “넌 어떻게 춤을 추니?” 사실 아이에게도 자신만의 근사한 춤이 있거든요. 어떤 춤인지는 그림책에서 확인하세요.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음악이 흘러나오면 춤을 추는 흥 많은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책에 나오는 다양한 춤 동작을 따라 춰볼까? 흐물흐물 뼈 없는 동물처럼 움직이는 춤은 어떻게 추는 걸까?
-넌 책에 나온 춤 가운데 어떤 춤이 제일 마음에 들어?
[예시]
평소 흥이 나면 무반주로도 춤을 추던 한 아이는 ‘까불까불 춤’이 좋다고 했어요. 그림책에 나온 춤 장면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한 몸짓에 모두 웃음이 터졌어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책에 나오거나 자기가 직접 만든 춤을 선보이고, 상대방은 어떤 춤인지 맞추는 퀴즈를 해봐요.
-재미있는 의상은 춤의 흥을 돋우는 장치입니다. 책에서 사람들은 커다란 선글라스에 고깔 모자를 쓰거나, 바나나옷, 공룡탈을 쓰고 춤을 추죠. ‘나만의 춤’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의상을 찾아서 입어보세요.

②그림책 따라 칙칙폭폭 기차 여행

『기차가 출발합니다』 (정호선, 창비)

ⓒ창비

ⓒ창비

이 책은 아이에게 “책 읽자!”고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코디언처럼 생긴 책을 펼쳐 놓기만 하면 아이가 먼저 다가올 겁니다. 길이가 4 m나 되거든요. 책장 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기차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요.  

아스라이 노을이 지는 저녁 ‘바다마을 기차역’에서 동물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간 풍선을 든 고양이는 매점에서 붕어빵을 사 먹고, 고릴라는 꽃다발을 든 채 시계를 바라보고 있네요. 드디어 ‘땡땡땡’ 소리와 함께 곰 기관사가 운전하는 기차가 역에 들어섭니다.

기차를 타고 있는 동물들이 창문을 통해 보이네요. 저기 고릴라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짝꿍도 있어요. 기차의 꼬리 칸에 이르러 책이 끝났나 싶을 때쯤 책장을 반대로 넘겨보세요. 이번엔 기차가 아까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물들을 태우고 새로운 여행을 떠납니다.

책의 덧표지에는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가 68개나 실려 있어요. 책 구석구석을 살피며 숨은 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다정한 말들입니다. ‘만나서 기뻐요’,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걱정 말아요’처럼 고단한 여행길을 어루만지는 말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을 전할 시간은 많지 않잖아요. 이 책의 정호선 작가도 ‘세상 곳곳에서 조용히 빛나는 모두’에게 ‘다정한 인사와 응원의 말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작고 네모난 틀에 갇힌 책이 지루한 아이
-기차와 여행을 좋아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책 날개에 ‘소원을 이루어 주는 기차표'가 있네. 이 표로 어디든 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

[예시]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아이가 말했어요. “마카롱을 잔뜩 먹을 수 있는 프랑스에 가고 싶어요.” 오늘따라 피곤하다고 했던 아이는 이렇게 말했지요. “하루 종일 뒹굴뒹굴할 수 있는 뒹굴나라에 가고 싶어요.”
-그림책에 나온 말 중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뭐야?

[예시]학원 끝나면 집에 10시에 돌아온다는 한 아이는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어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포스트잇을 이용해 기차에 타고 있는 동물들에게 말 풍선이 생긴다면 무슨 말을 할 지 상상해 써 붙여보세요.

[예시]매표소 앞에 있는 아기 돼지가 엄마를 붙잡고 떼를 쓰고 있어요.  한 아이가 “손으로 매점을 가리키고 있으니까 “엄마, 나도 붕어빵 사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어요.
-다른 사람의 몸짓 언어를 관찰하는 것은 공감력의 토대가 됩니다. 등장 인물을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해 퀴즈를 내보세요.

[예시]퀴즈를 내기 전에 미리 ‘떼를 쓰는 돼지는 어떤 몸동작을 하고 있을까?’ 하면서 몸풀기를 해보는게 좋아요. 양육자가 시범을 보이며 웃기게 표현하면 아이들은 더 좋아합니다.

우서희 선생님이 그림책 속 등장인물을 맞춰보는 퀴즈의 시범을 보여주셨어요. 사진=우서희

우서희 선생님이 그림책 속 등장인물을 맞춰보는 퀴즈의 시범을 보여주셨어요. 사진=우서희

③OST(음악), 뮤직비디오까지 패키지로
『삘릴리 범범 』(박정섭 글, 이옥남 그림, 사계절)

 ⓒ사계절

ⓒ사계절

한 편의 마당놀이 같은 책입니다. 호랑이가 덩실 덩실 춤을 추고요, 꼬리 위에 빨간 가면을 쓴 누군가가 피리를 불고 있네요. 왼쪽 귀퉁이엔 쥐와 토끼가 부동산 간판을 내걸고 앉아있습니다. 농담을 달리한 먹 그림과 ‘삘릴리’ 피리 소리가 들리는 듯한 타이포그래피가 어우러져 멋과 흥을 돋웁니다.

빨간 가면을 쓴 이는 소금 장수에요. 경치 좋은 곳에 자기 집을 갖고 싶은 꿈이 있죠. 하지만 가진 거라고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피리 한 자루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토선생네 부동산을 지나가는데 아주 싼 집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소금 장수가 서둘러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는 순간, 토선생이 돈을 쓸어모으며 독자에게 ‘쉿’ 하고 눈짓을 합니다.

아,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집에는 커다란 호랑이가 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아홉 마리가요. 소금 장수는 서러운 마음에 삘릴리 삐리리리 피리를 불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피리 소리에 호랑이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고, 구경꾼이 모여들더니 돈을 줍니다. 하지만 이내 돈 맛을 본 호랑이는 소금 장수를 잡아먹을 계획을 세우게 되죠. 욕심 많은 토선생도 소금 장수가 돈 벌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데요. 바람 잘날 없는 소금 장수에게 볕 뜰 날이 올까요?

이 그림책은 특별하게 OST(‘춤추는 호랑이’, ‘피리 부는 소금 장수')와 뮤직비디오가 함께 제작됐어요. 그림책 판권지에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가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림책 속어떤 장면이 음악과 어울릴지 생각하며 눈과 귀를 활짝 열어 두세요.

책 읽기 전 목도 한 번 풀어주세요.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글씨에 따라 목소리도 크고 작게, 판소리 한 곡조 뽑는다는 느낌으로 읽어주면 어린이 관객들이 ‘엄지 척’을 날릴 겁니다.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풍자가 가득한 옛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
-음악, 뮤직비디오도 즐기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토끼에게 사기를 당한 소금 장수는 속상할 때 피리를 불잖아. 너는 속상할 때 무엇을 하면 기분이 풀려?
-이 책에는 검은 먹색 외에  빨강, 노란색을 썼어. 어디에 무슨 책을 썼는지 찾아볼까? 여기에 이 색은 쓴 건 무슨 의미일까?

[예시]“돈, 소금, 토끼 눈, 부동산 계약서에 노란색을 썼어요. 돈 욕심을 뜻하는 게 아닐까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이 그림책과 함께 감상하면 좋은 음악을 하나 더 추천합니다. '이날치'라는 밴드의 ‘범 내려온다’입니다. 이날치는 조선 후기 명창 이날치(李捺治,1820~1892)에서 따온 이름인데요. 판소리를 바탕으로 베이스 기타와 드럼이 어우러진 새로운 음악을 선보입니다.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으로, 자라가 육지에 올라와 ‘토 선생’을 부른다는 것을 그만 ‘호 선생’을 불러 호랑이가 산에서 내려온다는 내용입니다. 소금 장수가 피리를 불었을 뿐인데 호랑이가 나타난 것과 비슷하지요? 소금 장수의 피리 소리를 듣고 춤을 추는 호랑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범 내려온다'에 맞춰 춤을 춰보세요.

[예시]◦https://www.youtube.com/watch?v=SmTRaSg2fTQ
네이버 문화재단에서 제작하는 온 스테이지의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라이브 무대입니다. 보컬, 베이스 기타, 드럼과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춤을 함께 감상하고 싶으시다면 이 영상을 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3P1CnWI62Ik
‘Feel the Rhythm of Korea: SEOUL’라는 제목으로 서울 홍보 영상에 등장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입니다. ‘범 내려온다'의 춤을 중심으로 감상하고 싶으시다면 이 영상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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