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성혼 입장 180도 바꾼 여가부 "건강가정 개념 유지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2.09.23 05:00

2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인숙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인숙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문재인 정부 당시 ‘건강가정기본법(건강가정법) 개정안’에 찬성했던 여성가족부가 정권교체 후 입장을 선회했다. 그동안 보수진영은 “법적 가족의 의미가 모호해지며 동성혼(성별이 같은 두 사람 간 제도적 결혼) 등이 합법화 될 수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해왔다.

2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 2020년 11월 정춘숙·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건강가정법 개정안 주요 사항에 대해 ‘현행 유지’ 의견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 기본단위’라고 한 가족의 정의 규정(3조 1항 등)을 삭제하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내재한 ‘건강가정’이란 용어를 ‘가족’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유지’란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가부는 2년전엔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여가부는 2020년 12월 국회 여가위에 “위탁가족, 동거 및 사실혼 부부 등이 가족 정책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가족의 정의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또 “가정을 건강·비건강으로 이원화하는 건강가정 용어를 가치중립적인 명칭(가족)으로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가부의 입장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22일 정 의원에게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여가부는 건강가정 용어 삭제 및 변경에 대해 “건강가정은 추구하고자 하는 정책적 목표를 나타내며 가정, 가족 용어가 실생활과 법률에서도 혼용되므로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족의 정의를 삭제하는 것에도 마찬가지로 “국가의 보호, 지원 대상을 법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유지 의견을 냈다. 정 의원은 “헌법에도 위배된 개정안에 대해 여가부가 이제야 제대로 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건강가정법의 정상화’가 이뤄지게 됐다”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4월 한국한부모연합, 정치하는 엄마들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비혼출산 혐오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한부모연합, 정치하는 엄마들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비혼출산 혐오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건강가정법은 노무현 정부였던 2003년 12월 당시 원내 150석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주도(박종웅·김홍신 의원 대표발의)로 통과된 이후 줄곧 논란이 됐다.

여성계는 “동성 가족, 비혼 가족 등에 대한 차별을 방치·묵인한다”는 이유로 건강가정법 폐지를 주장했다. 2005년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체법인 ‘가족지원기본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가족 개념을 ‘아동을 위탁받아 양육하고 있는 공동체, 민법상 후견인이 있는 공동체, 미혼부·모와 아동으로 구성된 공동체,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동체’ 등으로 대폭 확대한 게 특징이다. 당시 참여연대와 여성단체 등에서 ‘가족지원기본법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입법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계속됐다. 정춘숙·남인순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은 “혼인이나 혈연, 입양 외 관계로 묶인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사회를 극단적으로 편 가르기 하려는 소수 집단’의 의도가 있다”고 맞섰다. 보수 기독교계와 학부모 단체에서도 “동성혼 합법화 시도”라는 반대 여론이 거셌다. “가족의 정의가 삭제되면 동성혼 관계도 가족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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