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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나토사령관 "스위스보다 못한 러 예비군, 총알받이 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에 군 동원령이 내려진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경찰이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막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에 군 동원령이 내려진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경찰이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막고 있다.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 동원령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보내려는 러시아 예비군이 결국 "총알받이가 되고 말 것"이라는 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의 지적이 나왔다.

미 해군에서 37년간 복무하면서 미군에서 '가장 오랫동안 근무한 전투 사령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다. 그는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기고한 '푸틴 대통령의 새로운 총알받이(cannon fodder)는 우크라이나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칼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태평양함대와 나토 연합군 최고사령관(2009~2013년) 시절 함께 훈련한 나토 외 다른 군대 중 핀란드와 이스라엘 그리고 스위스를 강군으로 꼽았다. 소련과 겨울전쟁(1939~1940년)을 벌인 핀란드와 중동 아랍국가와 수차례 전쟁을 겪은 이스라엘은 보편적인 징집 시스템을 통해 고도로 조직적이고, 동기부여가 잘 된 군인을 양성한다. 이는 핀란드와 이스라엘이 훌륭한 예비군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스타브리디스는 특히 스위스 예비군을 높이 샀다. 중립국으로서 독특한 군사적 전통을 유지하는 스위스는 '자전거부대'부터 고도로 훈련된 예비군 전투기 조종사 등 훌륭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는 나토 항공기를 타고 스위스 상공을 지날 때마다 좌우에서 그를 호위하는 예비군 전투기 조종사를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다고 회고했다.

반면 러시아 예비군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자신의 경험과 군 전문가를 인용해 말했다. 우선 러시아 군대는 구타와 학대 등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또 전반적으로 군은 부패했으며, 특히 아프가니스탄·체첸·시리아 등에 참전한 군인들은 참혹한 전쟁 경험 때문에 전역 후 다시는 군대를 떠올리기 싫어한다고 전했다.

전역 후 러시아 국방부의 예비군 관리도 느슨하다. 그는 현대적 시스템을 갖춘 서방의 군대와 달리 체계적인 훈련은 거의 없고, 현역병과 연계한 임무나 장비 유지·보수 능력도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상당수의 예비군 부대를 유지하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예비군 대상 부분 동원령을 내린 이후 몇 가지 세부 사항을 전했다. 그는 러시아가 총동원할 수 있는 예비군 2500만명 중 1%, 약 30만명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될 수 있다고 했다. 동원 명령은 국방부가 부과한 할당제 아래 각 지역 정부 등이 집행할 계획이다. 또 이들은 직업 군인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러시아가 예비군 동원 시작부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각 지역에 할당을 내렸다는 것 자체가 러시아가 조직적인 예비군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는 러시아 교도소에서 데려온 '죄수 용병'에 주어지는 인센티브 체계와 다를 바 없다고 풀이했다.

수십만의 군대를 단기간에 구축하기 위해선 엄청난 행정 업무가 따른다. 러시아가 30만 병력을 훈련시키면서 그중에서 현장 지휘관을 찾고, 통신과 물류 등을 통합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게 잔뼈 굵은 전직 사령관의 관측이다. 실제 전투 투입까진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또 그런 과정을 거쳐 투입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 전선에 내몰린 또 다른 총알받이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우크라이나군이 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도 러시아 예비군에겐 불행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근접 공중 공격기 등 러시아 보병을 무력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키우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들은 러시아 예비군보다 사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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