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48초 만남에 저자세 논란까지 부른 외교 실책

중앙일보

입력 2022.09.23 00:10

업데이트 2022.09.2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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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 기대 크게 못 미치는 순방 성과

섣부른 안보실 발표 무슨 근거로 했나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호담은 무산됐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호담은 무산됐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순방 외교를 둘러싼 비판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순방의 성과가 미흡하다. 48초의 짧은 대화로 끝난 한·미 정상 간 만남이나 대일 저자세 논란을 부른 한·일 약식회담으로는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누락 문제나 강제징용 등 굵직한 현안의 실마리를 풀고 오기를 바랐던 국민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어제 30분간의 약식회담으로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선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33개월 만의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복원시키는 첫걸음이었다. 하지만 최대 걸림돌인 강제징용 문제를 타결하기엔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이 주도하는 국제회의 행사장까지 찾아간 끝에 ‘약식회담’을 성사시켰고, 그나마도 일본은 ‘회담’이 아닌 ‘간담’으로 규정했다.

저자세 외교 논란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격식이나 의전보다 더 중요한 건 회담의 알맹이다. 회담 성사 단계부터 상대방에 끌려다니면 정작 회담장에서도 입장을 관철하기가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정상회담 일정 조율이 끝나지도 않은 단계에서 나온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의 발표 소동이 없었더라면 훨씬 더 좋은 분위기 속에서 내실 있는 협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강제징용 현안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일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의연한 자세로 양보할 건 양보하되 얻어야 할 건 반드시 얻어내는 협상을 하기 바란다.

한·미 정상의 만남이 48초 회동으로 끝난 건 참사에 가깝다. 김태효 차장이 지난 15일 “미국과 일본이 흔쾌히 정상회담에 응했다”고 발표한 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국민은 그 발표를 믿고 윤 대통령이 전기차 문제를 풀고 오길 기대했고, 고환율 행진의 방파제 역할을 해 줄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협의해야 한다는 바람까지 나왔다.

냉철히 돌아보면 한·미 정상회담은 애초부터 성사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으로 모여든 각국 정상을 선별적으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과제에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고, 특히 국내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전기차 보조금에서 한국이 원하는 답변을 내놓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런던에서의 조문 논란에 이어 어제는 뉴욕에서 윤 대통령이 회의장을 나오며 입 밖에 낸 막말 파문까지 불거지면서 야당의 공격 재료가 되고 있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어서 자신감만 갖고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나의 뜻과 의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은 선거에서 표를 얻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캐나다를 거쳐 귀국길에 오를 윤 대통령과 참모진들이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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