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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삶과 함께하는 보건복지] [기고] 누구나 작은 인도주의 실천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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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

영화 ‘반창꼬’는 소방관과 의사로 분한 두 남녀 주인공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의 로맨스 못지않게 두드러지는 장면이 재난재해 및 의료현장이다. 생사를 오가는 재난 현장에서 타인의 생명을 돌보기 위해 헌신하는 이들에게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의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는 인도주의의 한 모습을 본다.

인도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실천적 운동이다. 근대 인도주의 운동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적십자운동은 전쟁터에서 차별 없이 부상자를 도우려는 열망에서 탄생해 전시를 넘어 재난 시와 평시에도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보호하는 인도주의 운동으로 발전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설립 이후 지난 117년간 봉사자들과 함께 국가적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재난 피해로 고통받는 이웃과 소외계층을 돌보는 일뿐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와 후원자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로 나눔의 선순환을 지원해왔다.

나눔을 주기도 받기도 하는 훈훈한 이야기는 넘쳐난다. 지난해 4월 대한적십자사 강원도지사 소속 수상 안전 강사 강병수씨는 강릉 해변에서 물에 빠진 시민을 구조하고 그의 보트까지 건져내 2차 사고를 예방했다. 적십자를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하며 나눔을 실천했다.

적십자의 도움을 받은 수혜자가 기부자가 된 사례도 있다. 3년 전 주택 화재 피해를 본 강효진씨 가족은 당시 구호활동에 나선 대한적십자사 고잔1봉사회의 도움을 받고, 깊은 감명을 받아 가족 전원이 적십자 봉사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강태영씨 역시 과거 자택에서 불이 나 보금자리를 잃었을 당시 적십자 봉사원에게 구호품을 지원받은 일이 있다. 이를 계기로 매년 도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과 쌀을 기탁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통영시 도천동에 거주하는 80대 손두리씨는 2017년부터 통영적십자병원 희망진료센터에서 의료 지원을 받아오던 중 지난해 12월 공공의료사업을 위해 써달라며 100만원을 기부했다. 그가 전한 사랑은 적십자병원의 희망진료센터를 통해 의료취약계층인 기초생활수급자, 다문화가정, 외국인 근로자 등에게 공공의료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이처럼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인도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형식이나 시기에 구애받을 이유도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적십자는 생활 속 봉사와 기부문화 정착을 위해 ‘누구나 캠페인’을 진행한다. 누구나 캠페인은 올해가 가기 전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한 가지 의미 있는 일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또한 누구나 나눔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를 방문해 다양한 봉사와 기부 프로그램을 보고 선택해 참여할 수 있다.

우리도 언젠가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부닥칠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 일상 속 작은 인도주의 실천은 나와 우리를 위한 저축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봉사와 기부에 동참해 누구나 나누는 기쁨과 받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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