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85조원 ARM 인수전…이재용, 손정의와 담판짓나

중앙일보

입력 2022.09.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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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달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ARM의 미래 밑그림을 그린다. ARM은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로 전 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22일 반도체·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어떤 형태로든 ARM 인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21일 약 보름간 해외 일정을 마친 뒤 귀국하면서 ARM 인수설에 대한 질문에 “다음 달 손 회장이 서울에 온다. (ARM 관련) 제안을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언급은 아꼈지만, 삼성전자의 ARM 인수 또는 지분 참여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로이터]   Japan's SoftBank Group Corp Chief Executive Masayoshi Son attends a news conference in Tokyo, Japan, November 5, 2018. [로이터]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로이터] Japan's SoftBank Group Corp Chief Executive Masayoshi Son attends a news conference in Tokyo, Japan, November 5, 2018. [로이터]

손 회장도 이 부회장과의 회동을 공식 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같은 날 오후 소프트뱅크 대변인을 통해 손 회장이 “(서울)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 삼성과 전략적 동맹(Strategic Alliance)에 관해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에서 두 사람이 ARM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한다,

1990년 창업한 ARM은 모바일 기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체다. AP 반도체를 설계하고 지적재산권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삼성전자·퀄컴·애플(모바일 AP), 엔비디아(GPU·그래픽 프로세서) 모두 ARM의 설계를 바탕으로 한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14억 달러(당시 약 36조원)에 ARM을 인수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손정의 회장은 “100년 앞을 내다본 투자”라며 만족해했지만, 그가 운용하는 ‘비전 펀드’의 잇단 투자 실패로 지난해 ARM 매각을 시도했다. 미국 엔비디아가 인수에 나섰으나 미국·영국의 반독점 기구 승인을 얻지 못해 무산됐다. 현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인텔·퀄컴 등이 인수 후보군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컨소시엄 형태로 프리 IPO(상장 전 사전 투자유치)에 참여할 것을 선언했다. 퀄컴과 SK하이닉스가 연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서울에서 회동한 것을 두고 삼성전자와 인텔이 연합할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손 회장은 일단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분을 분산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영국 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런던증권거래소(LSE) 상장으로 기울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도체 기업이 ARM을 단독 인수하기엔 장벽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엔비디아와 마찬가지로 반독점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뿐더러 경쟁 업체의 반대도 거세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값’도 비싸다. 현재 ARM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엔비디아의 인수 예정금액(400억 달러·약 56조원)을 훌쩍 넘어 최대 600억 달러(약 8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투자 상황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재무적 투자자(FI) 참여, 공동 인수 등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ARM에 영향력을 가장 크게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인수하면 자연스럽게 영향력을 확대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올릴 수 있다”며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 인수는 비용 부담도 줄이고 독과점 논란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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