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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유튜버까지 볼모 삼아 ‘망 사용료’ 입법 반대 운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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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유튜브코리아가 SNS 광고를 통해 ‘망 사용료’ 반대 참여를 독려 중이다. [페이스북 캡처]

유튜브코리아가 SNS 광고를 통해 ‘망 사용료’ 반대 참여를 독려 중이다. [페이스북 캡처]

유튜브가 한국에서 노골적인 ‘망 사용료’ 입법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트 사업자(CP)에 망 사용료를 의무화하는 7개 관련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며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자, 적극 공세에 나선 것이다.

유튜브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법안을 공개 비판하거나, 반대 서명 운동을 광고하는 등 이례적으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20일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공청회 발언에 따르면, “개인 크리에이터(유튜버)들도 법이 통과되면 밥줄이 끊긴다는 항의 문자·e메일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앞서 유튜브는 4월에도 거텀 아난드 아태 부사장을 통해 “망 사용료를 법제화하면 그만큼 한국 유튜버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것”이란 입장을 낸 바 있다.

일명 ‘망 사용료’ 법은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에게 한국 인터넷 제공 사업자(ISP)에 대한 망 사용료 지급 의무를 부과하는 법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가 ISP에 해당한다. 3년 전 시작된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 간 채무부존재 소송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는 통신사에 망 이용 대가를 내는데 해외 CP는 왜 안 내냐”는 국내 기업들의 ‘역차별’ 호소를 계기로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구글(27.1%)과 넷플릭스(7.2%) 2개사가 차지하는 국내 인터넷 트래픽은 34.3%에 달한다. 즉, 법이 시행되면 유튜브는 막대한 비용을 한국 통신사에 지불해야 한다. 입법 방지 수단으로 유튜버를 앞세운 ‘여론몰이’를 택한 건 지난 인앱결제 방지법 때 한국 국회를 경험한 영향이 크다. 당시 구글은 거대 로펌을 통해 조용히 교섭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결국 법 통과를 막지 못하고 수포로 돌아갔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던 글로벌 CP 진영에 유튜브가 합류하면서, 망 사용료 갈등은 소송전에 입법전, 여론전까지 난전(亂戰)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다만 1심 패소 후 2심 중인 넷플릭스는 입법 전쟁에선 목소리를 키우지 않고, 소송에 집중하는 노선을 취하고 있다.

사실 망 사용료 갈등은 인프라를 제공하는 ISP와 콘텐트를 제공하는 CP 간의 힘겨루기다. 그간 인터넷은 접속료를 제외하면 상호무과금 원칙으로 상부상조하며 발전해왔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트래픽을 많이 잡아먹는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가 급성장했지만, 세계 각국 ISP들의 경쟁력은 크게 약해지면서 ‘상부상조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편, K콘텐트가 역대급 부흥기를 맞으며 뜻밖의 변수로 떠올랐다. 글로벌 CP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면, 한국 콘텐트가 해외로 나갈 때 똑같은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글로벌 CP의 본고장인 미국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ISP-CP 간 갈등은 해외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국 빅테크가 통신망 인프라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커넥티비티 인프라스트럭처 액트(The Connectivity Infrastructure Act)’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 5월 비슷한 취지의 ‘페어 컨트리뷰션 액트(FAIR Contributions Act)’가 상원 상무위원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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