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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10년4개월만에 최대폭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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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시세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진은 이날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시세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진은 이날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전국 아파트 매매와 전셋값이 2012년 5월 한국부동산원이 시세조사를 시작한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 등으로 집값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19% 하락했다. 지난주(-0.16%)보다 하락 폭이 0.03%포인트 커졌다. 이는 부동산원이 2012년 5월 7일 아파트 주간 시세 동향을 조사한 이래 10년4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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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울은 이번 주 0.17% 떨어지며 17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 폭은 2012년 12월 10일(-0.17%) 이후 9년9개월 만에 가장 컸다. 부동산원은 “추가 금리 인상 우려와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매수 문의가 급감했다”며 “주요 단지 위주로 매물 가격이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27일 19억5000만원(7층)에 거래된 것으로 신고됐다. 지난해 10월 최고가(27억원)보다 7억5000만원 낮은 금액이다. 이른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라고 불리는 잠실 대장주 아파트(전용 84㎡)의 심리적 저항선이라 여겨졌던 20억원이 깨진 것이다. 이 거래 후 ‘잠실엘스’는 19억원대 매물이 10개 이상으로 늘었다. 인근의 ‘리센츠’ ‘트리지움’ 등도 같은 면적의 호가도 20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기도(-0.25%)와 인천(-0.29%)도 약세를 이어갔다. 수도권 전체 아파트값은 지난주(-0.20%)보다 더 떨어져 0.23% 하락했다. 수도권 하락 폭은 2012년 8월 6일(-0.24%) 이후 10년1개월 만에 최대다.

지방 광역시도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세종시는 이번 주 0.44% 떨어지며 지난주(-0.40%)보다 낙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지만, 주택 거래 활성화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과 수도권이 사실상 배제된 만큼 이번 정부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발 금리 인상이 국내 주택시장 하락을 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은 국내 부동산 가격 하락을 본격화하는 도화선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자 부담 가중으로 거래 절벽이 더욱 심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전국 아파트값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이번 주 0.19% 하락했다. 이 역시 부동산원이 2012년 5월 시세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내림세다.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됐지만, 전셋값도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는 만큼 좀처럼 이주 수요가 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만 1만2000여 가구가 입주하는 인천 검단신도시는 전용 84㎡ 전세 보증금이 1억원대(1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렇다 할 반등 요인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매매, 전세 시장 모두 이런 침체 국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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