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창용 “한은이 생각한 조건서 벗어나”…내달 빅스텝 시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하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감독위원장.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하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감독위원장. [뉴스1]

‘1달러=1400원’의 벽이 무너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0.75%포인트 차로 역전됐다. 물가 안정과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빅스텝)할 가능성은 커졌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상황 속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와 원화가치, 금리의 세 마리 토끼를 쫓는 한은이 긴축의 보폭을 키울수록 한국 경제에 침체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기 때문이다. Fed가 긴축의 가속페달을 더 세게, 오래(higher for longer) 밟을수록 원화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Fed가 금리를 올리며 달러의 몸값은 더 뛰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0)는 21일(현지시간) 111.5까지 치솟았다. 달러인덱스가 111선을 기록한 건 2002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치솟는 달러의 위세에 한국 외환 당국이 쌓아온 방어선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외환당국은 그동안 ‘1달러=1400원’ 선을 지키기 위해 구두개입과 실개입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1달러=1400원’은 무너졌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화가치가 달러당 1450원까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가치 하락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퍼 달러’의 위세에 주요국 통화가치도 자유낙하 중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통화 절하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공통문제”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자 일본은행은 이날 24년 만에 엔화 매수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엔화값은 장중 한때 달러당 145.9엔까지 밀렸다.

한·미 금리 역전은 굳어졌다. 이날 인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의 기준금리(연 2.5%)보다 0.75%포인트 높아졌다. Fed는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최대 1.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기준금리가 4.25~4.5%까지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한은이 남은 두 차례 금융통화위원회(10월, 11월)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도 연말 기준금리는 연 3%에 그치게 된다. 한·미 금리차가 1.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한은이 연말까지 한 번 정도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더라도 금리차는 1.25%포인트다. 미국의 수퍼 긴축에 한은의 빅스텝 전망도 커지고 있다. 이 총재는 7월 금통위 직후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0.25%포인트씩 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FOMC 직후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양새다.

22일 이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4%대에서 어느 정도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 달 사이 많이 바뀌었다”며 “한은이 생각했던 전제조건에서 벗어난 것이 우리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등을 고민해 다음 금통위 때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금리 경로 전망)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미국과의 과도한 금리차를 막기 위해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며 “11월과 내년 1·2월 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로 인상해 최종 금리 수준은 연 3.7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이 빅스텝까지 고민하는 건 한·미 금리차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과 그에 따라 커지는 원화 약세 압력 때문이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수입물가가 오르며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진다. 이 총재가 지난달 27일 “한은의 통화정책은 한국 정부로부터 독립했지만 Fed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고 언급한 이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