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코인 빙하기 맞은 두나무 “우리의 미래는 NFT”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UDC 2022 오프닝 스테이지에서 크립토 윈터가 지나면 SNS·메신저보다 월렛이 더 익숙하고 토큰을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관리하는 게 일상인 ‘블록체인 세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 두나무]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UDC 2022 오프닝 스테이지에서 크립토 윈터가 지나면 SNS·메신저보다 월렛이 더 익숙하고 토큰을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관리하는 게 일상인 ‘블록체인 세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 두나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미래 사업으로 NFT(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을 찍었다. NFT는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가상자산 시장 겨울)를 맞은 업비트를 구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이야

“두나무가 역점을 둔 넥스트 사업은 미국의 ‘레벨스(Levvels)’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22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22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레벨스는 올해 두나무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와 설립한 합작사.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NFT 사업을 목적으로 한다.

이게 왜 중요해

한때 두나무의 별명은 ‘돈나무’였다. 지난해 가상자산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수수료로 막대한 이익을 빨아들였기 때문. 지난해 두나무의 영업이익은 3조2714억원으로 전년(866억원)대비 37배 폭증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상승세가 꺾였다. 세계 코인 시장을 뒤흔든 ‘루나·테라’ 폭락 사태도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고점 대비 70%가량 하락한 2만 달러 선에서 횡보하는 중. 두나무 매출도 쪼그라들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두나무 매출은 연결기준 785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2조291억원)에 비해 61.3% 내려 앉았다.

그래서 계획은

두나무 전체 매출의 98.52%는 운영중인 자산 거래소들의 수수료 수익에서 나온다. 현재 두나무가 운영 중인 거래소는 업비트 외에도 증권플러스·증권플러스 비상장·업비트NFT·세컨블록·업비트 스테이킹 등이 있다. 수수료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두나무는 거래소 외의 신사업에서 수익원을 모색했지만 뾰족한 성과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찾아낸 샛길이 NFT다. 지난해 하이브와 지분을 교환한 두나무는 올해 미국 합작사를 세우면서 NFT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예컨대 아티스트 포토카드를 NFT로 만들고,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등을 연결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만든다는 구상. 이날 이석우 대표는 “두나무에서 거래 수수료 외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업은 NFT”라며 “드디어 우리도 글로벌로 나가 해외 무대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두나무 ‘NFT 혈맹’

UDC2022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 두나무]

UDC2022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 두나무]

두나무 앞, 넘어야 할 산

● 국경의 벽: 두나무의 오랜 숙원 사업은 해외 진출이다. 현행법상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자금세탁 우려로 해외 투자 송금이 막혀 있고 외국인 회원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해외 진출이 쉽지만은 않다. 이날 이석우 대표는 “국내 거래소들은 외화 반출 때문에 제재를 많이 받는다. 그런데 레벨스는 다행히 하이브가 (해외송금) 승인을 받은 상태라 숨통이 트일 수 있던 것”이라며 “외국인 회원을 받을 수만 있어도 안방에 앉아서 글로벌 진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산시는 해외 대형 거래소인 바이낸스·FTX·후오비 등과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규제 프리’를 내걸고 이들의 한국 진출을 돕고, 부산을 글로벌 디지털 자산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해외 거래소들이 한국에 진출하면 두나무와 국내 사용자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해외 거래소가 실제로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을진 모르겠으나, 업비트는 경쟁력 있기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도 외국인 회원을 받을 수 있어야 동등한 경쟁”이라고 말했다.

규제의 칼날: 금융 당국의 압박은 세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을 증권형·비증권형 토큰 등으로 나눠서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업비트 등에서 거래 중인 코인들의 증권성이 인정되면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되고,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당국에서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코인이 증권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있으면 당연히 거래중지를 해야 할 것”이라며 “아직 예단하긴 어려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해외에서도 규제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테라·루나 사태를 기점으로 유럽연합(EU)에선 ‘미카(MiCA·가상자산 규제안)’를, 미국에서는 디지털 자산 규제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이 대표는 “미국 등 해외의 규제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 정책을 참고해 법제화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두나무는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다시 부흥하려면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두나무 창업자인 송치형 회장은 이날 화상으로 공개된 개막 영상에서 “(블록체인 업계는) 스타트업으로 치면 시리즈 B·C 단계”라며 “이번 겨울을 넘어서기 위해 우리가 넘어서야 하는 산은 블록체인 상품·서비스를 통한 검증”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시리즈B·C 투자 유치 단계를 시장에서 규모있게 성장해서 지속가능성을 입증해 내야할 때로 본다. 송 회장은 지난 2018년 무렵에도 가상자산 침체기가 왔지만, 디파이(DeFi)나 NFT, P2E(Play to Earn) 등 분야별로 사업성을 보인 상품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다시 살아났다고 짚었다.

한편 두나무는 루나·테라 사태 중 발생한 루나(루나클래식·LUNC) 거래 수수료 전액을 투자자 지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부 계획에 대해 두나무 측은 “자문위원들과 논의 중이다. 조만간 따로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