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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바이든 '48초 대화'…세 차례 조우했지만 정상회담은 불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직후 기념촬영 현장에서 만나 48초간의 짧은 대화를 나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직후 기념촬영 현장에서 만나 48초간의 짧은 대화를 나눴다. 연합뉴스

세 차례 조우했지만 ‘정상회담’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두 차례 만났다. 첫 만남은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였다. 회의 직후 기념 단체사진 촬영 현장이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주친 윤 대통령은 당시 48초간 ‘짧은 대화’를 나눴다. 통역 등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간단한 안부 인사 외에 구체적 의제를 논의하는 건 불가능한 만남이었다.

양 정상은 이날 저녁엔 바이든 대통령 부부 주최 리셉션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까지 포함하면 세 차례에 걸쳐 대면해 환담한 셈이지만, 결정적으로 대통령실이 사전 발표했던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한·미는 '취소', 한·일은 '약식'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약식회담을 가졌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약식회담을 가졌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15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한·미-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 놓고 시간을 조율중”이라고 발표했다. “정상회담 일정은 유동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결과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은 취소되고 한·일 정상회담은 ‘약식 회담’에 그쳤다.

유엔총회 등 다자 외교무대에선 각국 정상들이 실시간으로 일정을 조율해 회동과 회담을 갖기 때문에 김 차장의 발표대로 정상 일정은 막판까지 유동적인 경우가 많다. 적게는 3~4개, 많게는 5개 이상의 양자회담 일정을 상대국과 ‘사전 합의’하지만 외교 현장의 다양한 변수로 회담이 풀어사이드(Pull-aside·약식회담)로 조정되거나 아예 취소되기도 한다. 공식 일정이 지연되거나 타국 정상과의 회동·회담이 길어질 경우 그 이후 예정된 또 다른 양자 일정이 연이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성급한 발표가 앞서는 '정상 외교'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취소된 사유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정치 일정 등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뉴욕 체류 시간을 단축한 여파였다. 다만 미국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협의가, 일본과는 강제징용 문제가 최대 현안인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취소·축소된 것은 대통령실의 관련 일정 발표가 성급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미 정상회담 취소에 대해 “양 정상이 만난 총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IRA라든지 통화 스왑, 확장 억제 문제 등에 대해 양측 NSC에 집중적인 검토를 지시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가 실무선에서) 준비해온 걸 교환하고 정상 간 확인을 받는 마침표 찍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글로벌 펀드 회의가 그런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겠다고 판단해 계획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 회의의 초청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는대신 윤 대통령을 이 자리로 초청한 것이다.

尹 "IRA 국내 우려", 바이든 "진지한 협의" 

지난 13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를 자축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펠로시 미 하원의장. EPA=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를 자축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펠로시 미 하원의장. EPA=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이 취소되며 당초 이 자리에서 협의키로 했던 IRA 문제 역시 정상 간 충분한 의견 교환은 이뤄지지 못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미국 행정부가 IRA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히 협력하자”고 요청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측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계속해서 진지한 협의를 이어나가자”고 답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시간 제약상) 굉장히 압축해서 말했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압축해서 의견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미 백악관이 발표한 한·미 정상 환담 보도자료엔 IRA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 이 자료엔 한·미 정상이 공급망 협력과 경제·에너지 안보 등과 관련 “넓은 범위의 우선순위 현안 분야에서 진행중인 양국간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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