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구루와 목민관 대화 |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과 이장우 대전시장이 제안하는 ‘창업전진기지론’

중앙일보

입력 2022.09.22 14:30

“도시의 매력으로 서울을 이기겠다”

“젊은이가 창업에 도전하고 첨단을 향유하는 핫플레이스로”
‘0시 축제’, ‘스타트업 500개 프로젝트’ 등 재미와 과학 융합 도시
“대전역 주변, MICE 산업 품는 100층 마천루 시대 연다”

이광형(왼쪽) 카이스트 총장과 이장우 대전시장은 과학기술과 사람, 문화가 대전과 대한민국을 바꾼다고 믿는다.

이광형(왼쪽) 카이스트 총장과 이장우 대전시장은 과학기술과 사람, 문화가 대전과 대한민국을 바꾼다고 믿는다.

수도권 독식 시대에 대전시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결코 밀리지 않는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부문이다. 2020년 국가 R&D 집행 총액은 23조8803억원. 이중 28.7%인 6조5132억원이 대전에 투자됐다. 서울시는 4조1715억원(18.4%), 경기도는 2조5611억원(11.3%)으로 각각 2, 3위에 그쳤다.

광역지자체별 집행 규모에서 대전이 여타 지자체를 여유 있는 격차로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대전에 대덕연구개발특구, 나노종합기술원 등 국가 대형연구시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전은 ‘과학기술의 수도’로도 불린다.

대전은 또 어디서든 접근이 양호하다. 서울까지 167㎞, 부산까지 238㎞, 광주까지 169㎞ 거리에 자리한 덕에 중도(中都)라는 애칭도 붙었다. 경부·호남·대진 고속도로가 지나고 경부선과 호남선이 분기하는 등 교통의 요충지다.

그런데도 인구는 줄어든다. 지방 위축 시대 대전의 고민이다. 대전 인구는 2014년 154만7000명에서 올 7월 현재 148만800명으로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장우 대전광역시장은 지난 7월 취임식에서 “오늘 인구가 줄고 기업과 청년이 떠나고 있다”며 “대전의 위기를 냉철히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대전의 절박한 현실을 상기시켰다.

거리로 보나 입지로 보나 대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하다. 대전이 무너지면 나머지 지방은 속수무책으로 넘어가리라는 게 이장우 시장의 우려 섞인 전망이다. 지방이 시들면 수도권도 고립된다. 그는 대전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비수도권이 좌초 위기에 내몰린다면 평소 같으면 자제했을 최후의 수단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그는 “대전을 창업전진기지이자 ‘서울보다 잘사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보다 잘사는 도시? 막연한 수사학적 주장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것을 리얼리티로 만드는 게 선출된 자의 책무이자 도전이기도 하다. 이런 미래 목표 설정에 대전에 근거지를 둔 카이스트(KAIST) 이광형 총장도 적극 공감을 표한다. 바이오뇌공학자이자 미래학자이기도 한 이 총장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과 인간”이라며 “다행히도 대전은 이 두 가지 요소를 겸비하고 있다”고 정면 돌파 의지를 불태운다. 이 총장은 지난해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자 글자도, 그림도 거꾸로 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심지어 TV도 거꾸로 세워놓고 시청한다고 말하는 등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괴짜 총장’으로 유명해졌다.

그런 면에서 ‘서울을 이기고자 하는’ 이 시장, ‘가지 않은 길을 가려는’ 이 총장은 대전의 미래를 모색하는 황금 조합일 수 있다. 두 사람이 참여한 ‘구루와 목민관 대화’는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바짝 접근하던 9월 5일 대전시청 시장 접견실에서 열렸다.

‘대전 역할론’… 다핵(多核) 구조의 중심축

대전에서 가장 화급을 다투는 것, 절실히 제기되는 과제를 꼽자면?

이장우 대전시장_ 서울을 앞서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비대칭 성장에 따른 몸살을 앓는다. 한쪽은 인구 과소화로 소멸을 걱정하고 다른 한쪽은 인구 과밀화로 미어터질 지경이다. 수도권으로 기우는 나라의 중심을 바로 세워야 이른바 지속가능한 나라를 기약할 수 있다. 지금처럼 가서는 안 된다. 변화가 필요하다. 그건 서울보다 잘사는 도시 하나 정도가 나올 때 시작된다. 대전이 그 일을 해야 한다. 우리의 역할이다. 다른 지역은 일단 미래 산업 기반이 부족하다. 관건은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세련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전이 하나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 아니라 ‘새로운 안경’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객관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의식 변화가 앞서야 한다는 말이다. 고정관념과 두려움을 떨쳐내기로 마음먹으면 인식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책임감을 갖고 대전의 변화, 나라의 변화를 주도할 참이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_ 저도 동감이다. 일류 도시 대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 대전은 나라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수도권 1극 체제로 가서는 50년 후, 100년 후 나라의 인구가 반 토막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비극을 피하자면 지방에 성공적인 모범 사례가 하나 생겨야 한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아주 쾌적하고 살 만한, 인구가 모여들고 젊은 사람이 붐비는 그런 성공 사례 말이다. 이렇게 하면 대한민국이 다핵(多核) 구조로 갈 수 있다.

이 시장_ 조만간 대전시와 카이스트가 공동으로 뉴욕시와 첨단기업 육성 관련 업무 협약을 체결한다. 과거 같으면 접근 자체가 어려웠을 뉴욕과 당당한 파트너로 협력할 만큼 대전의 위상은 공고해졌다. 지방 활성화의 파수꾼,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게 대전에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전은 일류 도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를 꿈꾼다. 다시 말하지만 수도권 시민이 문을 열고 지방으로 향하게 하는 단초를 대전이 제공하고자 한다. 대전이 성공하면 수도권 주민이 대전에 가서 살자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대한민국 지방의 미래는 대전이고, 대전이 실패하면 이 나라의 어떤 지방 도시도 성공하기 어렵다.

교통·관광·과학·행정·국방의 복합 정체성

이 총장_ 대전의 도전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우리의 미래가 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인구 감소 위기감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2014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예측 결과를 보자. 당시 기준으로 100년 후 대한민국의 인구가 2200만 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사이 출생률이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감소 스트레스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근시안적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펴온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출산율 저하는 전 세계적인 선진국형 추세임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은 너무 가파르게 악화하고 있다. 제가 늘 얘기하지만 미래는 매우 유동적이다. 언제나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게 바람직한 태도다.

‘일류 도시 대전’, ‘서울보다 잘사는 대전’ 구상이 현실의 힘을 갖자면 전략이 더 구체적이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총장_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서울로 간다. 이렇게 가속화하는 인구 집중은 필연적으로 추가 비용을 낳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다. 이걸 막자면 수도권에서 인구를 빼와 담을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그 거점이 대전이다. 대전-세종-오송을 잇는 트라이앵글 라인이 활성화하면 대한민국은 수도권 밖에도 혁신적이고 다이내믹한 도시를 갖게 된다. 나아가 대전의 성공은 다른 지방도 자극해서 부산, 광주에 용기를 불어넣는 발전의 표본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대전시의 발전 전략에 저희 카이스트도 적극 참여하고 도울 생각이다.

이 시장_ 고마운 말씀이다. 불가능에 도전한다고 현실감각이 결여된 게 아니다.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한다. 대전의 역사(歷史)가 대전의 저력이다. 일제 강점기 경부선 개통과 함께 최초의 계획도시로 출발한 대전시는 교통의 도시다. 또 대전은 온천으로 유명한 관광도시이기도 했다. 여기에다 대전 정부청사, 대덕연구개발특구, 국군의 군사 교육 및 훈련 시설인 자운대가 자리한다. 따라서 행정과 과학, 국방이 있는 도시라는 시각도 널리 퍼져 있다. 남한의 중앙에 있는 대전의 정체성은 이렇듯 복합적이고 융합적이다. 이 중에서도 대덕연구개발단지는 대전의 정체성에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대전을 과학도시라 부르게 하는 원천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은 과학도시로서의 특성을 지닌 대전의 진로와도 일정 부분 겹친다. 그래서 취임 이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한 기관을 이끄는 분들과 간담회도 열고 틈틈이 기관을 찾아가 현황을 알아보고 있다. 저는 대전을 대한민국의 창업 전진기지로 만들려고 한다. 하이테크를 넘어서는 딥(deep)테크 기업이 탄생하는 메카로 자리매김한다면 한국 사회에 새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다. 이는 그저 단순하게 대전을 일으키고 반짝이게 하는 작업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바꾸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일이다.

이 총장_ 이 시장이 꿈꾸는 대전의 미래상 구현에 카이스트도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 카이스트가 대학평가에서 세계 18~20위 정도는 달리지만 여기서 안주하면 안 된다. 적어도 10위권 앞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자면 카이스트가 개발한 기술이 산업화하면서 사회 혁신을 일구고 거기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카이스트는 아직 이 수준엔 이르진 못해 정부 재정에 많이 의존하는 형편이다. 이제 재정적으로 자생력을 갖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그 연장선에서 대전시와 손잡고 창업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대전은 과학기술 여건을 잘 갖춘 지자체이고, 카이스트는 창업하고 기술을 거래하는 활동에 최적화된 대학이니까 얼마든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교수 중에도 창업하는 분들이 많고 졸업생들은 더더욱 창업 지향적이다. 그런데 공간이 없어 타지로 떠나는 이가 적지 않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카이스트가 대전을 위해 할 일은 일자리 창출일 것이다. 카이스트 졸업생의 10%만이라도 대전에 정착한다면 도시의 면모가 확 달라진다.

카이스트 졸업생 10%가 대전에 정착한다면

대전역 주변은 고층빌딩과 MICE 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할 예정이다. 사진 왼쪽 두 동의 대형 빌딩 자리가 대전역사다.

대전역 주변은 고층빌딩과 MICE 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할 예정이다. 사진 왼쪽 두 동의 대형 빌딩 자리가 대전역사다.

이 시장_ 창업은 대전의 역동성을 좌우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저 역시 경제 도시로서의 창업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산업용지를 대폭 확충해 플랫폼 기업, 바이오, 모빌리티, 방위산업, 우주 관련 기업을 유치하는 게 당면 목표다. 이렇게 창출된 양질의 일자리에서 국내외 인재들이 꿈과 야망을 불태우게 된다. 제 여망을 담은 ‘일류 경제도시’ 슬로건이 이런 프로세스를 거쳐 대미를 장식했으면 한다. 카이스트는 이름을 알리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대전에 있는 세계적인 대학으로서의 카이스트로 비상했으면 한다. 대전시민이 세계적 공대를 보유한 시민이라는 긍지를 느끼게끔 말이다.

이 총장_ 대한민국 청년에게 대한민국은 불확실한 미래를 의미한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기고 부의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표류한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창업과 같은 새로운 도전은 청년들에게 앞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불평등 그 자체보다 앞으로 사회적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젊은이들의 불안감을 더 부추긴다. 창업정신은 이런 난맥상을 해소하는 통로가 될 것이다. 이런 점도 대전 시정(市政)에 충분히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타트업 육성 계획의 세부 플랜이 궁금하다.

이 총장_ 제가 이 시장께 얘기했다. 대전에 500개 회사를 키우자고. 카이스트가 회사 500개 만드는 거 어려운 일 아니다. 저희 재학생, 졸업생들이 보금자리를 꾸릴 공간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목표다. 대전의 청년들에게도 양질의 일자리가 돌아가니 좋은 일이다. 회사 하나 만드는 데 10평 정도면 족하다. 기술과 성실성만 가지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가 대전에서 만들어진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외지 청년들이 대전에 몰려와 새 사업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대전시가 창업 공간을 마련해주면 카이스트는 창업하고 자본을 끌어오고 시장도 개척할 것이다. 그래서 대전시장께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시장_ 스타트업 500개를 수용할 빌딩을 짓자면 대략 1000억원은 필요할 것 같다.(웃음)

이 총장_ 그럴지도 모른다. 근데 1000억원 투자해서 10조원 매출을 올리면 엄청난 성공 아닌가?(웃음)

이 시장_ 그렇다. 투자는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니까. 어떤 식이든 가야 될 길이라면 가야 한다.

“1000억원 투자하면 10조원 매출 올린다”

과학도시 대전을 상징하는 한빛탑(가운데) 등 엑스포과학공원의 야경은 대전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과학도시 대전을 상징하는 한빛탑(가운데) 등 엑스포과학공원의 야경은 대전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대전시는 전국 광역지자체 중 국가 R&D 투자 금액이 가장 많은 지자체다. 이제 규모와 함께 내실도 다지는 단계로 접어드는 것 같다.

이 시장_ 국가 R&D 투자로 인해 카이스트, 충남대 같은 좋은 대학이 육성되고 그 성과물들이 대한민국을 이만큼 키웠다. 이제 도시도 키워줬으면 한다. 학문적 성과를 토대로 창업이 물결을 이루고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기업이 다수 나올 때 대전의 일자리도 증가한다. 대전은 기존의 국방과학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을 위시해 대전으로 오기로 한 방위사업청 등 방위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했다. 여기에 카이스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까지 더해 연구 기관과 생산 시설이 한데 어우러지는 첨단 산업단지로 거듭나야 한다. 대전시가 산업용지 500만 평을 확보하려는 배경이기도 하다. 제2대덕연구단지에 200만 평, 나노반도체 산업단지에 100만 평, 대기업 유치를 위한 일반산업단지 100만 평 등을 새로이 확보할 계획이다. 대전시가 이런 대규모 용지를 조성하려는 것도 대전의 미래를 밝힐 연구와 생산설비를 받아들일 기반을 준비하는 차원에서다. 카이스트가 필요로 하는 창업 공간은 이렇게 큰 산업용지에 들어갈 시설이라기보다는 기능이 잘 갖춰진 적당한 크기의 빌딩이 건립되면 그 안에서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고 보인다.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신나고 설레게 하는 그런 재미가 있는 도시여야 사람들이 몰려드는 법이다. ‘유희의 인간’ 개념을 제안한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역저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은 놀이를 통해 아름답고 신성한 영역에 들어간다”고 통찰했다. 대전도 그런 오묘함, 호기심, 흥미를 일으키는 매력을 사람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이 총장_ 청년들이 떠날 때는 도시의 매력이 덜하거나 자긍심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아닌 지방에 살면 왠지 손해 본다는 느낌을 줘선 안 된다. 이 도시에 사는 매력적인 요소가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 그러자면 좋은 일자리, 고품격 주거 시설, 매혹적인 도시 경관 등등 과제가 줄을 잇는다. 대전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토리를 만들어 들려주고, 그들이 원하는 최상의 이득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

이 시장_ 중요한 포인트다.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도시가 성공한다. 가치를 제공하는 도시가 시대의 선택을 받는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즐거운 대전은 내 로망이기도 하다. 호기심을 끌어올리는 도약적 시도와 자극은 대전의 감성과 지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내년에 부활하는 ‘0시 축제’의 스토리텔링을 눈여겨봐달라. 국민가요 ‘대전블루스’의 유명한 가사 ‘대전발 0시 50분’에 착안한 ‘0시 축제’는 한여름밤 대전 도심에서 열린다. 삼복더위 푹푹 찌는 대낮의 열기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심야 축제이자 대전 개방성과 역동성을 만끽하는 이벤트가 될 것이다. 대전 도심을 관통하는 도로를 꽉 채운 젊은이들이 초청 가수 싸이와 함께 밤새 뛰어노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영국 에든버러 축제, 브라질 삼바 축제, 스페인 토마토 축제가 있듯이 대전에는 ‘0시 축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대전에서 경험하는 ‘한여름밤의 꿈’

이광형(왼쪽) 카이스트 총장과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이 지역균형발전의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광형(왼쪽) 카이스트 총장과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이 지역균형발전의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총장_ 그런 시민의 열기와 함께 도시 자체가 주는 세련된 미관도 방문객의 마음을 부풀어 오르게 할 듯하다. 진짜 독창성이 돋보이면서도 실용성, 미학적 관점까지 겸비한 첨단 인프라를 한번 체계적으로 구축했으면 좋겠다. 대전 스카이라인을 보면서 설렘과 흥분을 느끼면 안 될까? 대전은 좋은 여건을 두루 갖췄다.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도 많다. 누구나 한번 내려서 걷고 싶은 도시 대전의 모습을 그려본다. 재미의 요소는 다양하다. 먹고, 놀고, 자고, 보는 것 모두가 이에 해당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빌딩이 대전에 있다고 치자. 관광객에게는 인증 샷으로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대전은 앉아서 세계적으로 홍보하는 효과를 거둔다. 대전이 해야 할 여러 가지 일 중 첫손가락에 꼽는 과제를 들라면 바로 ‘대전을 재미있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젊은이들이 몰려온다면 창업도 활성화할 것이다. 창업에 필요한 과학 기술 기반은 이미 충분한 저변을 확보한 상태다. 기술과 재미가 결합하면 대한민국 역사도 바꿀 수 있다.

첨단 기술과 설비는 구성원이 쾌적하게 살아가는 기반을 제공한다. 도시 기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까?

이 시장_ 대전에 결핍된 요소를 직시하고 그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먼저 대전에서 벌어질 모든 공적 변화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스케일에 기준해 진행된다. 건축물 하나에도 세계적 명성에 걸맞은 외관을 입힐 것이며, 한번 세우면 100년, 200년 버티는 건축물로 남게 될 것이다. 인공 구조물의 내구성과 생김새는 도시의 매력을 좌우한다. 다리를 놓든 도로를 닦든 디자인 하나하나가 경쟁력을 갖는 일류 도시의 도심 경관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대전에서 생겨나는 모든 새로운 것은 유니크한 특성을 지녔으면 한다. 미술관, 공연장 하나를 짓더라도 세계에 자랑한 규모와 내실을 채울 것이고, 새로 짓는 야구장(베이스볼 드림파크)도 대형 예술공연과 문화 전시가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 선보일 것이다. 좀 강하게 말하자면 세종대왕이 조선의 표준을 바꾸었듯이 앞으로 대전시는 미술관이면 미술관, 랜드마크 빌딩이면 빌딩 모두 대한민국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것이다. 점점 더 똑똑해지고 더 강해지는 대전을 기대해도 좋다.

과학, 젊음의 열정, 도시 미관이 MICE 흥행 요소

이 총장_ 대전은 특히 훌륭한 미술가를 많이 배출한 고장이다. 김인중, 유희영, 최종태, 이종상 등등 한국 현대 회화의 거장들이 이곳 출신이다. 이분들이 생존해 있을 때 기념미술관을 조성한다면 현대 미술사조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지역의 예술 저변을 확대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도 기대해봄 직하다. 예술은 사람으로 하여금 의욕을 갖게 하는 힘을 내뿜는다.

이 시장_ 이 총장 언급과 같이 대전은 과학기술 기반의 산업·경제 중심지이면서 또 문화·예술의 허브다. 영감(靈感)의 보고(寶庫)인 문화·예술은 대전 소프트 파워의 자양분을 제공할 것이다. 이에 더해 저는 대전의 첨단성, 미래지향성을 대표할 또 다른 야심작으로 전시컨벤션 산업, 즉 마이스(MICE) 산업을 육성하고 싶다. 대전역 주변에 MICE 산업 시설을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대전의 지도를 바꿀 뿐 아니라 대한민국 MICE 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앞서 얘기한 첨단 과학, 젊음의 열정, 도시 미관이 한데 어울려 MICE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도록 힘쓰겠다. 아직 구체화한 건 아니지만 대전역 인근에 100층 넘는 마천루가 들어설 수 있다. 이 초고층 빌딩이 컨벤션센터 등 MICE 산업 관련 시설과 기업의 본사를 수용하면서 모든 비즈니스가 동일 공간에서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총장_ 젊은이들의 장래 희망은 그 시대에 가장 핫한 산업의 영역에서 꽃을 피운다.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과 인간이다. 이 둘을 구비한 대전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지방의 미래를 디스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로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더 행복하고 즐거운 세상이 만들어진다. 그러자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공동의 위험에 대처하는 더 포괄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김성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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