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銀 횡령 707억' 되찾기…檢, 빼돌린 3자 수익도 환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은행 직원 전모씨(43)가 친동생(41)과 공모해 총 8차례 707억원을 횡령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범죄수익을 추가로 환수하기 위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횡령액을 모르고 받은 제3자에 대한 범죄수익 몰수·추징은 1심 선고 전까지만 가능한데, 선고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아서다. 검찰은 전 씨 형제가 제3자에게 건넨 횡령 재산도 몰수를 추진하는 한편, 범죄 과정에서 발생한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해선 추가 기소했다.

환수 시한인 1심 선고까지 8일…공소장 변경으로 연장

우리은행에서 여덟 차례에 걸쳐 회삿돈 697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직원 전모씨가 지난 4월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우리은행에서 여덟 차례에 걸쳐 회삿돈 697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직원 전모씨가 지난 4월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임세진)는 '우리은행 700억 횡령사건'과 관련해 22일 오후 공소장을 변경하고 사문서 위조 혐의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5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전 씨 형제를 구속기소 했지만 이후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횡령액이 기소 때보다 614억원→707억원으로 93억 2000만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 신청과 추가 기소에 대한 재판 진행과 횡령금을 수수한 제3자에 대한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재판부에 변론 재개도 신청했다.

1심 선고기일을 늦춰 횡령금 환수를 위한 시간을 더 벌겠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검찰이 추징 보전한 횡령액은 최소 66억원이다. 검찰은 이에 더해 이달 초 전 씨 형제가 차명으로 보관하던 수십억 원 상당의 횡령금도 찾아냈지만, 아직 전체 횡령액과 비교하면 추징해야 할 금액이 훨씬 많다고 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전체 횡령액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제3자가 ‘모르고 받은 돈’ 추징 위해 선고 연기 신청

2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 허정원 기자.

2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 허정원 기자.

이에 검찰은 부패재산몰수법 제4조 ②항의 근거에 따라 ‘제3자 귀속 횡령액’도 추징 대상에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피의자가 횡령한 재산인 것을 제3자가 알고 받았을 경우에만 몰수를 해왔는데, 모르고 받은 돈도 추징한다는 의미다. 다만 전·월세 등과 같이 계약과 관련된 채무 이행으로 제공된 것은 제외된다. 검찰은 전씨가 횡령액을 친척이나 지인에게 건네기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제3자가 모르고 받은 횡령금까지 환수하려면 시간이 문제가 된다. 해당 재판의 선고일은 30일로 정해졌는데 1심 재판 선고까지만 추징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르고 받은 횡령금을 추징당할 경우에도 이를 보유한 제3자에게 해명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법률상 공동소송적 보조참가로서 성격과 유사한 ‘제3자 참가’는 1심까지만 가능해서다.

전씨 형제 '완전범죄' 노렸지만…檢 횡령금 707억 찾아냈다 

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전씨 형제가 횡령금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한 만큼 이를 추적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지난달 29일 전씨와 동생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 관계자 주거지 압수수색에선 1000만원 상당의 미술품 등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외에 이들의 서울 주택, 외제차 등의 가압류를 검토하는 한편 전씨 가족이 호주에 거주 중인 만큼 해외 부동산, 페이퍼컴퍼니 등으로 흘러간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함께 이날 전씨 등의 범죄 수익 은닉 행위에 가담한 조력자 2명의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한편 전씨 형제의 횡령액이 총 8회(2012~2020년) 707억원까지 늘어난 데는 배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처음 횡령한 돈을 투자해 수익이 나면 이를 갚는 방식으로 완전 범죄를 기획하고, 초창기 이를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투자에 실패하며 이를 돌려막기 위한 횡령이 재삼차 늘었다. 40대 초반인 전씨 형제는 현재 징역 15년 형기를 목표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은행 OTP·직인 도용…檢, 사문서위조 추가 기소

전 씨 형제는 7일 재판에서 “저희 형제는 자수하기 직전까지 자금을 숨기려고 하거나 도피를 계획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보다는 오로지 이 모든 것을 원상 복구시킬 방법만을 고민했다”며 “피해액수가 너무 커서 당장은 복구가 힘든 상황이지만 죗값을 받고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피해를 복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겠다”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검찰은 전 씨가 횡령 과정에서 우리은행 직인 도용, 공·사문서위조,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도용 등을 저질렀다는 점을 근거로 전 씨를 추가 기소했다.

한편 전씨의 횡령액 대부분은 우리은행이 주관한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관련 계약보증금으로, 최종 계약이 무산되며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돌려줘야 했지만,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로 보관하고 있던 돈으로 조사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