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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트렁크에 골드바 등 13억…재산 숨긴 체납자 527명 추적

중앙일보

입력

#변호사인 A씨, 3년간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받아왔음에도 국세청에 소득은 신고하지 않았다. A씨는 부가가치세 등 수억원을 체납한 상황이었다. 국세청 조사 결과 A씨는 지인의 계좌로 의뢰인들로부터 수임료를 받는 식으로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아내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호화생활을 하기도 했다.

#금 거래소를 운영하던 B씨는 매출 누락이 드러나면서 종합소득세 등 수백억원이 과세되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하고, 사업장을 폐업했다. 강제징수를 회피하기 위해서다. 국세청은 거주지에 돈을 숨겨놨을 것이라 보고 탐문‧잠복한 결과 B씨의 가족이 외제차 2대를 운행하는 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어 거주지를 수색했다. 자택 금고와 차량 트렁크를 개조해 만든 금고에서 달러 등 외화와 골드‧실버바를 발견해 13억원을 압류했다.

B씨의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금고. 국세청은 이 금고와 자택 베란다 등에서 골드바?현금 등 약 13억원치를 찾아 압류했다. [사진 국세청]

B씨의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금고. 국세청은 이 금고와 자택 베란다 등에서 골드바?현금 등 약 13억원치를 찾아 압류했다. [사진 국세청]

세금 피하려 가족·지인 명의 동원

국세청이 22일 타인 명의로 재산을 은닉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가족 등 다른 사람 명의 고가주택에 거주하면서 호화롭게 생활하는 468명과 암호화폐‧사모펀드 등을 활용해 재산을 감춘 59명이 그 대상이다. 국세청은 527명에 대해 집중 추적조사를 벌여 체납 세금을 징수하기로 했다.

468명의 호화생활 체납자 중엔 변호사‧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들은 소득을 타인 명의로 받으면서 강제징수를 회피하고, 가족 명의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했다. 본인 재산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가족 명의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한 병원장의 경우 수십억원을 체납하면서 세무조사가 예고되자 병원을 폐업하고, 가지고 있던 비상장주식을 팔아 친인척 명의 계좌에 숨겼다가 적발됐다.

은닉 재산 제보로 징수하면 포상금

사모펀드 등이 고액 체납자의 새로운 재산은닉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국세청도 대응에 나섰다. 59명에 대한 추적조사를 통해 강제징수를 추진한다. P2P 금융상품이나 암호화폐뿐 아니라 사모펀드까지 재산 은닉에 동원되고 있다. 실제 양도소득세 수억원을 체납한 C씨는 부동산을 팔아서 생긴 돈 일부로 암호화폐를 사고 이를 처제에게 이전했다가 적발됐다.

22일 악의적 체납자 추적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사진 국세청]

22일 악의적 체납자 추적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사진 국세청]

한편 국세청은 국민 신고를 당부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은닉 재산 추적을 위해서는 국세청 노력뿐 아니라 신고가 필요하다”며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참고해 은닉 재산의 소재를 알고 있는 국민들의 적극적 신고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체납세금을 찾는 데 기여하면 징수금액에 따라 최대 30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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