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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국힘의 만능 반격 카드? 요즘따라 "文文文" 꺼내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요즘 정치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해외 순방과 정기국회가 겹쳐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주로 여당이 문 전 대통령 사례를 반격 카드로 꺼내드는 일이 많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야당 공세의 반격 카드로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의 사례를 꺼내드는 일이 많다. 사진은 문 전 대통령이 8월 2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만나는 모습. 사진 더불어민주당

최근 국민의힘에서 야당 공세의 반격 카드로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의 사례를 꺼내드는 일이 많다. 사진은 문 전 대통령이 8월 2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만나는 모습. 사진 더불어민주당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둘러싸고 21일 여야가 충돌했을 때도 그랬다. 민주당이 “하나 마나 한 한가롭고 공허한 단어조합”(박홍근 원내대표)이라고 깎아내리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종전선언 등 막장 연설로 국제 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팽’ 당한 문 전 대통령 연설에 비하면 담대한 연설”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취소’ 논란을 고리로 공세를 폈을 때도 여당은 어김없이 문 전 대통령을 거론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2017년 12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홀대 논란을 벌써 잊은 것인가”라고 비판했고, 김종혁 비대위원도 페이스북에서 “중국 가서 혼밥 드신 문 정권의 후예들이 할 말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문 전 대통령이 집권 첫해인 2017년 중국 순방에서 10차례 식사 중 2번만 중국 요인들과 식사해 ‘혼밥 논란’이 터진 것을 상기시켰다.

최근 민주당의 주요 공격 소재인 영빈관 신축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광화문 시대’ 공약을 지켰다면 영빈관 문제는 안 생겼을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여당은 “말이 영빈관이지 구민회관보다 못한 시설”이라는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2019년 발언도 소환했다.

김건희 논란 ‘김정숙 사례’로 반격, 文 국감 출석 주장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논란에는 ‘김정숙 여사 사례’로 받아치는 일이 많았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지난 정부 대통령 부인이 어떤 장신구를 쓰고, 어떻게 돈을 썼는지를 이번 정부 대통령 부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조사하자”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여당 지도부도 문 전 대통령을 향해 독한 발언을 쏟아냈다. 문 전 대통령이 18일 ‘9·19 남북 군사합의 4주년 서면 축사’를 통해 “(남북 간 합의는)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주장한 게 발단이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제발 좀 (2018년 판문점) 도보다리의 미몽에서 깨어나 주길 바란다”고 비판했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석기 당 사무총장은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을 자처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외에도 여당은 10월 국정감사에 문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문 정부 국정 과제였던 태양광 사업을 겨냥해 ‘태양광 비리 진상규명 특위’를 구성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도 다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14일 진행된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는 북한이라는 특정한 교우(a friend in his classroom)에만 좀 집착해왔다”고 문 정부 대북 정책을 비판했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선 “정치적 쇼”라고 평가절하했다.

만능 반격 카드 文? 일각선 “남탓 만으론 반등 한계”

지난 1월 22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6박 8일간의 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 1월 22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6박 8일간의 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중앙포토

여당이 민주당의 전방위 공세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문재인 사례’를 일종의 만능 반격카드로 활용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제 불황 및 지지율 위기 등이 맞물려 윤 정부가 조기에 성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전 정권 네거티브로 반등을 노리는 것이 효율적인 전략일 수 있다”(여권 관계자)는 평가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죽하면 야당의 거의 모든 공격을 문 정권 케이스로 반박할 수 있겠나”라며 “그만큼 민주당의 최근 공격이 ‘내로남불’이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는 “임기 말까지 ‘이명박·박근혜 정권 탓’만 하다가 끝난 문 정부 실책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7월 장관 인사 논란이 불거졌을 때 윤 대통령이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언급했다가 지지율이 하락한 사례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통화에서 “네거티브 전략만으로는 지지율 반등의 한계가 있고, 역풍 위험도 있다”며 “도저히 묵과하기 힘든 수준의 전 정권 비리는 엄중히 따져야 하겠지만, 정부·여당이 남 탓보다는 스스로 성과를 내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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