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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도 빨간불…무역수지 20일까지 41억달러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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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에너지발(發) 수입이 계속 늘고 있는데 무역 전선을 떠받치던 수출마저 빨간불이 들어왔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1~20일 기준 무역수지는 41억 달러(약 5조7000억원)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수출(330억 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한 반면, 수입(371억 달러)은 1년 새 6.1% 증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악화 같은 악재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던 수출이 흔들리는 게 뼈아프다. 6월(5.3%)부터 한 자릿수로 둔화한 수출 증가율이 아예 마이너스로 바뀌는 모양새다. 남은 열흘 동안 수출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수출 증가율은 2020년 10월 이후 2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게 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무역수지를 지탱해주던 수출까지 줄어들면 경제 성장 엔진이 꺼져간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무역적자가 고착화하면서 외국 투자자 등에게 ‘기초 체력 약화’라는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관세청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1.5일) 등으로 수출액이 줄었다”며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수지는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연간 누적 무역적자 폭도 292억1000만 달러(약 40조7000억원)로 확대됐다. 이젠 연간 무역적자 300억 달러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하면서 선방했다. 석유제품, 선박 수출도 1년 새 늘었다. 하지만 철강제품(-31.6%), 무선통신기기(-25.9%), 승용차(-7.5%) 등 나머지 10대 수출 품목들은 모두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주요국 대상 수출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빼면 모두 역성장을 기록했다.

수입은 가스(106.9%), 원유(16.1%) 등 주요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급증세가 지속했다. 무역 전선을 짓누르고 있는 ‘에너지 리스크’가 이달 들어서도 여전히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또한 중국(3.1%), 미국(8.3%), 사우디아라비아(32%) 등 주요국에서의 수입액도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최근 들어 흔들리는 대(對) 중국 무역수지는 9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말까지 이런 추세를 이어가면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흑자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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