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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못 찾은 캐리어 쌓여가고, 공항 밖까지 수속 행렬 이어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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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17일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컨베이어 벨트 뒤로 주인을 찾지 못한 여행 가방이 가득 쌓여 있다. 현장 인력 부족 탓이다. 강기헌 기자

지난 17일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컨베이어 벨트 뒤로 주인을 찾지 못한 여행 가방이 가득 쌓여 있다. 현장 인력 부족 탓이다. 강기헌 기자

철제 테이블 위에는 여행용 가방 수백 개가 어수선하게 쌓여 있었다. 쉴새 없이 수하물을 실어나르는 컨베이어벨트 옆에도 꼬리표가 붙은 캐리어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그대로 놓여 있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11시쯤 네덜란드의 관문 스키폴공항 입국장 모습이다. 이렇게 주인을 만나지 못해 공항 곳곳에서 ‘방황하는 짐가방’은 코로나19 후유증을 겪고 있는 전 세계 공항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스키폴공항은 코로나19 직전 연간 이용객이 7000만 명에 이르는 유럽 1·2위권 허브 공항이다.

출국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9일 다시 찾은 스키폴공항 내 주요 항공사 체크인카운터 앞은 수속을 밟으려는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네덜란드 거주 한인은 “체크인하려고 대기하는 행렬이 건물 밖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 일행이 항공권을 받은 직후부터 보안 검색을 마치기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스키폴공항에선 항공기가 이륙 예정 시간보다 2시간가량 대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검색대 앞에 서자 이렇게 공항이 혼잡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검색대 곳곳이 이 빠진 듯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승객 수요는 빠르게 회복됐는데 검색 요원 등 근무 인력이 충원되지 못한 것이다. 유럽과 북미의 주요 공항은 코로나19 파고가 덮치자 현장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했는데, 그 후유증이다.

입·출국 인원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결국 스키폴공항은 지난 7월부터 시간대별 승객 수를 제한하는 초유의 조치를 내놨다. ‘공항 대혼란’은 경영진 책임론으로 번졌다. 딕 벤쇼프 스키폴공항 최고경영자(CEO)는 공항 운영과 관련한 책임을 지고 지난 16일 사임했다.

당분간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비카 비엘링 스키폴공항 마케팅팀장은 “출국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민원이 하루 2000건에 달한다”며 “인력을 당장에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컴퓨터 단층(CT) 촬영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 수요의 빠른 회복세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다만 국내 공항의 수속은 원활한 편이다. 야놀자와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 추석 연휴(9~12일) 중 국제선 항공 이용률은 지난해 추석 연휴와 비교해 28배 늘었다. 프리미엄 여행 상품도 인기다. CJ온스타일이 지난달 방영한 ‘VIP 크루즈 여행 패키지’ 상품은 주문 금액이 122억원이었다. 캐나다와 아이슬란드를 방문하는 ‘오로라 여행 패키지’도 최초 가격이 400만원대인 고가 상품임에도 200억원어치가 주문됐다. 롯데관광개발은 9박 10일간 이집트를 다녀오는 전세기 여행 상품을 2년여 만에 재출시했다.

황유선 CJ온스타일 교육문화사업팀장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언제 다시 비행길이 막힐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여행이 가능할 때 즐기고 싶다는 고객 심리가 더해진 듯하다”고 풀이했다. 덕분에 인천공항 이용객은 코로나19 직후 하루 수백명 수준까지 줄었다가 최근 6만 명대를 회복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에도 현장 인력을 유지했고, 덕분에 최근 가파르게 늘어난 항공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지난 14일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ACI 고객경험 글로벌 써밋’에서 최고 등급인 ‘5단계 인증패’를 받았다. 전 세계 공항 중 5단계 인증을 받은 건 인천공항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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