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데 음반판매 1위, 독특한 보이그룹 NCT

중앙일보

입력 2022.09.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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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6일 4집 ‘질주’를 발매한 NCT 127은 “처음엔 이상해도 자꾸 생각나는 마라탕 같은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16일 4집 ‘질주’를 발매한 NCT 127은 “처음엔 이상해도 자꾸 생각나는 마라탕 같은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현재 한국 음반 산업의 가장 큰 손은 누구일까. 방탄소년단(BTS)이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295만장)로 올 상반기 앨범 판매량 1위 자리를 지켰고, 블랙핑크가 정규 2집 ‘본 핑크’(101만장)로 K팝 걸그룹 기록을 새로 쓰고 있지만, 올 한해 음반 산업의 성장을 이끈 것은 단연 NCT다. 상반기 NCT 드림이 2집 ‘글리치 모드’(210만장)와 2집 리패키지 ‘비트박스’(150만장)로 총 36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데 이어 NCT 127이 16일 4집 ‘질주’를 발매하면서 배턴을 이어받았다.

전세계적인 K팝 열풍에 힘입어 한국 실물 앨범 판매량은 2019년 2509만장, 2020년 4170만장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 1~8월 실물 앨범 판매량은 5300만장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5708만장)에 육박한 수준으로 올해는 7000만~8000만장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NCT는 지난해 NCT 127 3집 ‘스티커’(242만장)와 3집 리패키지 ‘페이보릿’(93만장), NCT 드림 1집 ‘맛’(209만장)과 1집 리패키지 ‘헬로 퓨처’(102만장), NCT 3집 ‘유니버스’(163만장) 등 809만장을 판매하면서 점유율 14%를 차지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와 달리 NCT는 여전히 낯설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 NCT는 2016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무한확장과 무한개방을 콘셉트로 선보인 보이그룹이다. 서울의 경도에서 이름을 딴 NCT 127, 청소년연합팀으로 구성된 NCT 드림, 중국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Way V 등 다양한 유닛이 발표되고 멤버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현재 23명) 진입장벽이 높다. 현재도 NCT 할리우드 등 새로운 유닛에 합류할 멤버를 뽑는 오디션이 세계 각지에서 진행 중이다.

앨범 혹은 곡마다 자유로운 멤버 구성은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의 오랜 염원이기도 하다. 2005년 데뷔한 슈퍼주니어 역시 규현이 중간에 멤버로 투입되거나 중국 유닛 슈퍼주니어M을 론칭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팬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NCT 드림 역시 멤버들이 성인이 되면 졸업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인기 멤버의 졸업으로 팀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결국 2020년 이를 폐지했다. 이후 마크가 돌아오고 ‘7드림’으로 멤버가 어느 정도 고정되면서 지난 8~9일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 만큼 팬덤 규모가 커졌다.

NCT 론칭 당시 “5년 후 빛을 발할 것”이라 했던 이수만 프로듀서의 예언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K팝 팬덤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의 덕잘알 TF는 “SM 팬들은 새로 발표하는 팀마다 애정을 갖는 내리사랑 문화가 있는데 엑소 등 3세대 보이그룹이 오랫동안 건재하게 활동하면서 그 시기가 늦어진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NCT 드림의 경우 데뷔 당시 평균 나이가 15.6세로 너무 어렸지만 이들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팬들이 유입됐고, Mnet ‘로드 투 킹덤’(2020), ‘킹덤: 레전더리 워’(2021)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보이그룹을 동시에 좋아하는 등 팬덤 행동 양상이 변화”하면서 NCT 역시 재발견됐다는 분석이다.

NCT 드림 콘서트를 보기 위해 아일랜드에서 온 클라우디아 킬린(19)은 “멤버들이 태어난 한국·중국·일본·태국·미국·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와 음악을 연결하는 팀 콘셉트가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캐시 킬린(50)은 “처음엔 딸이 방탄소년단을 좋아해서 함께 공연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독일 ‘케이팝 플렉스’ 콘서트에서 본 엔하이픈·에이비식스 무대도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Mnet ‘프로듀스’ 시리즈 팬이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입덕했다”라거나 “웹예능 ‘문명특급’을 통해 NCT를 알게 됐는데 이후 자체 콘텐트가 많아 헤어나올 수 없게 됐다”는 반응도 많았다.

메가 히트곡이 없는 것은 NCT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NCT 드림의 ‘맛’을 시작으로 ‘버퍼링’ ‘비트박스’ 등이 틱톡 챌린지를 통해 인기를 얻긴 했지만 모두가 아는 히트곡은 부재한 상황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중과 팬덤의 괴리는 3~4세대 보이그룹으로 갈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해외 팬덤 규모가 커지면서 앨범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대중이 그 인기를 피부로 느끼기는 힘들다”며 “NCT 음악은 힙합 베이스로 멜로디보다 챈트에 가까운 후렴이 많아 더욱 매니어하게 들리는 것”이라고 짚었다. 덕잘알 TF 팀원들은 “청량함을 앞세웠던 NCT 드림 멤버들이 성장하면서 퍼포먼스 중심의 NCT 127과 차이가 불분명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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