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실미도 공작원 암매장지 벽제로 추정...발굴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2.09.21 18:27

업데이트 2022.09.21 19:08

실미도 공작원들이 훈련 당시 찍은 단체 사진. 우상조 기자

실미도 공작원들이 훈련 당시 찍은 단체 사진. 우상조 기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가 50년 전 ‘실미도 부대’ 마지막 공작원 4명을 사형 집행 후 암매장한 것에 대해 ‘국가의 불법행위’로 규정하며 “유해를 발굴해 유족에게 인도하라”라고 권고했다. 매장 의심지로 ‘서울시립승화원 벽제리 묘지’를 지목했다.

정근식 위원장 “실미도 사건 여러 과제 중 첫 번째 진실규명”

진화위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공작원 4명의 사형 집행 통지 및 시신 인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당시 군 행형법(軍行刑法)과 군 행형법 시행령을 위반한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유족이 현재까지도 시신을 인도받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진화위는 권고 사항 네 가지를 발표했다. ① 국가는 사형이 집행된 공작원 4명의 유족에게 사과해야 한다 ② 국방부는 공작원 4명의 유해가 가족에게 인도될 때까지 유해발굴과 유해 매장지에 대한 조사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③ 국방부는 유해가 발굴되는 경우 유족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방식으로 공작원의 유해가 안치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실행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④ 국방부는 실미도 사건의 희생자를 위하여 적절한 장소에 기림비를 설치해야 한다 등이다.

정근식 진화위원장은 “유해 매장지로 가장 가능성이 큰 지역은 서울시립승화원 벽제리 묘지”라며 “이번 진실규명 결정은 실미도 사건에 대한 여러 과제 중 첫 번째”라고 밝혔다.

앞으로 진화위는 실미도 공작원들이 훈련 과정에서 받은 인권 유린 등의 구체적 실태와 그 과정에서 불거진 부대 운영비 횡령 의혹, 현재까지 생존 공작원 존재 의혹 등을 추가로 규명할 전망이다. 유족들은 “공작원들이 탈출 과정에서 사상 사건을 벌인 건 국가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정당방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1968년 4월 북파 공작을 위해 실미도 부대가 창설됐다. 고(故) 임모씨 등 4명은 1971년 8월 23일 인천 실미도를 탈출하고 서울로 진입한 공작원 24명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였다. 동료 부대원 20명은 당시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에서 군·경과 교전 끝에 사살당하거나 자폭해 숨졌다. 생존 공작원 4명은 이후 군법회의에 회부돼 초병 1명 살해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1972년 3월 10일 집행된 뒤 모처에 암매장됐다.

실미도 사건 개요(2022년 9월 21일 진화위 발표)

중앙정보부와 공군은 1968년 4월 1일 북한 침투작전을 목표로 실미도 부대를 창설하였다. 실미도 부대 소속 31명의 공작원은 민간에서 모집돼 3년 4개월 동안 군사훈련을 받았으며, 훈련 기간 중 공작원 7명이 사망하였다.

나머지 공작원 24명은 1971년 8월 23일 공군 기간요원 18명을 살해한 뒤 실미도 탈출을 시도하였으나, 공작원 2명도 공군 기간요원과 총격 중 사망해 22명 만이 실미도를 탈출하였다.

실미도를 탈출한 공작원 22명은 버스를 탈취해 사건 당일 서울시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 앞까지 진입하였고, 그 과정에서 군․경과 총격을 지속해 경찰 2명 및 민간인 6명이 희생되었으며, 공작원 18명도 총격과 자폭으로 사망하였다.

따라서 1971년 8월 23일 사건 당일 실미도와 서울 진입 과정에서 사망한 공작원은 모두 20명이며, 4명 만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공작원 4명은 공군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1972년 3월 10일 공군 제0000부대에서 사형이 집행되었다. 공작원 4명의 사형 집행은 가족에게 통지되지 않았으며, 사형이 집행된 이후 공작원 4명의 시신 역시 가족에게 인도되지 않은 채 암매장되었다.

한편 실미도 사건 당일 사망한 공작원 20명의 유해는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2005년 11월 서울시립승화원 벽제리 묘지에서 발굴해 현재 인근 군부대에 안치돼 있다.

#그날의 총성을 찾아…실미도 50년(https://www.joongang.co.kr/issue/1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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