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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에 반기 들면 찍혔다"…결국 불만 터진 공수처 '엑소더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2년 8월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앞에서 새 현판 제막식이 열렸다.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포함한 공수처검사와 수사관 등이 정렬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연합뉴스

2022년 8월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앞에서 새 현판 제막식이 열렸다.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포함한 공수처검사와 수사관 등이 정렬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연합뉴스

최근 넉 달 사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서 처·차장을 제외한 검사 21명 중 5명이 연이어 사의를 밝히면서 공수처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을 놓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및 수사외압 의혹’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등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일부 검사와 수뇌부 간 이견이 컸고, 그 때 곪았던 게 지금 한꺼번에 터지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 공수처 안팎에서 나온다.

이견 내면 미운 털, 잘 따르면 총애→내부갈등→릴레이 사의

21일 복수의 공수처 주요 관계자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들의 ‘엑소더스(대탈출)’ 원인으로 공수처 출범 이후 누적된 지휘부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불법 출국금지·수사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지난해 1월 21일 출범 이후 처음으로 손댄 사건이다. 지난해 3월 3일 공수처법에 따라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고 나흘 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직접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소환 조사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소환 과정에서 김 처장이 보안을 유지하겠다는 명목으로 이 전 지검장에게 자신의 비서와 관용차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문재인 정부 검찰의 실세로 통했던 이 당시 지검장을 상대로 ‘황제조사’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소환 닷새 뒤인 지난해 3월 12일 “아직 수사 인력이 완비되지 않았다”라며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기소권은 제외하고 수사권만 이첩하는 것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다시 사건을 공수처로 보내라”라고 요구했다가 검찰을 중심으로 한 법조계로부터 “듣지도 보지도 못 한 해괴한 논리” 등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2022년 8월 31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종합민원실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2022년 8월 31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종합민원실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고발 사주 의혹은 여운국 차장이 직접 주임검사로 나서 사활을 걸고 수사한 사건이다. 하지만 대선 정국이던 지난해 9월 2일 뉴스버스의 관련 보도 이후 공수처가 특별한 증거가 없는데도 보도 이레 만에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예비후보 등을 직접 수사하기 시작한 탓에 대선 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또 손준성 당시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상대로 지난해 10월 23일 이례적으로 체포영장을 건너 뛴 채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 당한 뒤 닷새 뒤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 역시 기각당했다. 인권침해 논란을 빚고 “수사력이 부실하다”라는 지적을 받은 배경이다.

이런 과정에서 쓴소리를 했던 공수처 검사들이 대거 김 처장과 여 차장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고 한다. 장기 미제화하고 있는‘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등에 대해 “빨리 털어내자”라고 의견을 낸 검사들도 마찬가지다. 반면 김 처장 등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르는 것으로 평가받는 검사들의 경우 수뇌부와 자주 사적 모임을 가질 정도로 총애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는 수뇌부 대 휘하 검사 간, 내부 검사 간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게 공수처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런 분위기가 조직 내 ‘집단 우울증’ 분위기로까지 악화했고, 결국 ‘릴레이 사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사의를 밝힌 건 최석규(연수원 29기) 부장검사, 문형석(연수원 36기)·이승규(연수원 37기)·김승현(연수원 42기)·김일로(변호사 시험 2회) 검사 등이다.

2022년 7월 29일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2022년 7월 29일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추가 ‘엑소더스’ 가능성도

남아 있는 검사 중 일부도 추가로 사의를 고민하고 있고 한다. 이들은 사건을 사실상 배당을 받지 못하거나, 비 수사 부서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에 김 처장이 영국 출장에서 돌아온 이후 또다시 연쇄 사의 표명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처장 등은 사직을 원하는 휘하 검사들에게 “올해 말까지만 있어 달라”라고 만류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공수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검사들의 사직 사유를 한 가지로 정의하기 힘들다”라며 “인재들이 소신 있게 수사하는 걸 보장해주는 구조인지 심도 있는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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