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하니까 당근마켓서도 인기" 이케아 CEO의 자신감

중앙일보

입력 2022.09.21 16:39

업데이트 2022.09.21 17:25

“한국에서 당근마켓(중고거래 플랫폼)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가구가 이케아라고 하더군요. 정말 반가운 뉴스였어요.”

예스페르 브로딘(54) 잉카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와 만나자마자 당근마켓 얘기를 꺼냈다. 잉카그룹은 잉바르 캄프라드가 1943년 스웨덴에서 창업한 세계 최대 가구·생활용품 브랜드인 이케아의 리테일 운영 기업이다. 브로딘 회장은 이케아 구매·생산 부서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잉카그룹 CEO를 맡고 있다. 이번에 4년 만에 방한해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예스페르 브로딘 이케아 잉카그룹 CEO 단독 인터뷰

예스페르 브로딘 이케아 잉카그룹 CEO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예스페르 브로딘 이케아 잉카그룹 CEO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당근마켓이라니.  
“중고거래가 활발할 만큼 제품이 튼튼하다는 의미 아니겠나. 앞으로도 조립이 쉬우면서도 견고해 재판매·재활용하기 좋은 가구를 만들겠다.”
중고 거래에 관심이 많은가.  
“이케아 중고 가구를 매입해 재판매하는 ‘바이백 서비스’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에 재활용 공장도 설립했다. 브랜드와 관계없이 버려진 매트리스를 수거해 폼과 금속 등 소재를 분리하고, 이케아 공급망에 재판매하는 공장이다.”    
지속가능 경영과 연관해서 설명해 달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잉카그룹의 최대 관심사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리더’가 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지위를 잃을 수 있다. 도덕적 책임감도 있지만 소비자 요구가 폭발적이다. 잉바르 캄프라드 창업자는 생전에 ‘뭐든지 장기적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얼마나 장기적이어야 하냐고 물었더니 200년이라고 답하더라. 지속가능성은 이케아의 영원한 테마다.”
200년 뒤를 내다보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풍력단지와 태양광 발전에 30억 유로(약 4조2000억원)를 투자했다. 매장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 자급률의 130%를 달성했다. 배송 차량도 2025년까지 100% 전기차로 대체할 예정이다. 한국에선 기아와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 배송 차량의 30%가 전기차다.”
이케아 광명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총 3240개로 연간 96만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유지연 기자

이케아 광명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총 3240개로 연간 96만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유지연 기자

이케아는 한적한 교외에 지어진 거대한 ‘파란색 상자(blue box)’로 유명하다. 보통 3만3000㎡(약 1만 평) 이상의 넓은 부지에 집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온라인 혁명’은 이런 이케아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거대한 블루 박스만으로는 클릭 한 번으로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소비자를 붙잡아둘 수 없게 되면서다. 최근 이케아가 도심 거점 매장을 내고, 앱 주문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다. 브로딘 CEO는 “온·오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그래서 ‘옴니채널(omni channel)’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3월 이케아 동부산점이 부산시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서울·경기권 외 첫 매장이자 국내 네 번째로 개점했다. [중앙포토]

2020년 3월 이케아 동부산점이 부산시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서울·경기권 외 첫 매장이자 국내 네 번째로 개점했다. [중앙포토]

이제 매장이 아니라 앱에서도 이케아 가구를 판다  
“부임 직후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해 ‘전례 없는 투자’를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홈페이지 방문자 수 46억 명, 앱 다운로드 수 2390만 건을 달성했다.”
도심 거점 매장은 어떤가.  
“한국의 경우 광주에 위치한 ‘도심 픽업 포인트’를 포함해 전 세계에 42개의 도심 접점 매장을 만들었다. 주방·침실만 보여주는 특정 테마로 구성하거나 픽업 서비스 등을 한다. 파리의 한 거점 매장은 하루 1만 명이 찾을 만큼 ‘핫플’이 됐다. 8개 매장은 폐쇄했다. 빨리 시도하고 실패하면 다른 걸 모색하는 시행착오를 즐긴다.”
도심형 거점 매장이자 온라인 주문 후 픽업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케아 광주 픽업 포인트' 전경. 사진 이케아코리아

도심형 거점 매장이자 온라인 주문 후 픽업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케아 광주 픽업 포인트' 전경. 사진 이케아코리아

한국 출장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  
“(웃으면서) 체류 시간이 36시간이다. 미팅과 회의가 많았지만 현지 가정 방문도 빼놓지 않았다. 이케아의 핵심 경영 가치는 호기심이다. ‘집에서의 더 나은 생활’을 제안하려면 실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봐야 한다.”
이번엔 어디를 찾았나.  
“경기도 광명에 있는 30평대 아파트를 다녀왔다. 20대 후반의 장성한 두 자녀를 포함해 네 식구가 사는 곳이다. 가전과 조명을 휴대폰으로 작동하고, 거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는 기능에 감탄했다. 한국은 스마트 홈의 테스트 시장이 될 것이다. 이케아는 스마트 홈에 전폭적 투자 중이다. 지난번 한국 방문 땐 욕실 매트가 거실에 있는 것으로 보고 놀랐다. 이후 주로 습식 욕실로 사용하는 아시아권 욕실 가구에는 강도 높은 습도 테스트가 적용되고 있다.”
브로딘 CEO가 이케아 광명점 내 도심형 농장 파르마레에서 생산된 채소를 시식하고 있다. 사진 이케아코리아

브로딘 CEO가 이케아 광명점 내 도심형 농장 파르마레에서 생산된 채소를 시식하고 있다. 사진 이케아코리아

잉카그룹(Ingka Group)은...

잉카그룹은 인터 이케아와 프랜차이즈 계약 아래 이케아의 판매 채널을 소유·운영하는 세계 최대 홈퍼니싱 유통 기업이다. 전 세계 32개국에서 392개의 이케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398억 유로(약 55조4000억원), 직원은 17만4225명이었다. 예스페르 브로딘(Jesper Brodin) CEO는 1968년생으로 스웨덴 차머스공대를 졸업하고 95년 이케아 파키스탄의 구매 관리자로 입사했다. 이후 잉바르 캄프라드 이케아 창립자 수석비서관, 스웨덴 레인지&서플라이 대표를 거쳐 2017년 9월 잉카그룹 CEO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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