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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듯 사체 전시했다…포항 고양이 연쇄살해 연이어 실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0년 3월 26일 경북 포항시 한동대학교 학생식당 주변에 고양이 연쇄살해범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경고 문구. 사진 동물보호 동아리 '한동냥'

2020년 3월 26일 경북 포항시 한동대학교 학생식당 주변에 고양이 연쇄살해범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경고 문구. 사진 동물보호 동아리 '한동냥'

경북 포항에서 길고양이를 연쇄 살해하고 학대한 2명이 잇따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금까지 동물학대 사건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내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만큼 이례적인 처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폐양어장에 고양이 가둬놓고 학대·살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20일과 21일 각각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와 30대 남성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4개월에 벌금 200만원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28)는 길고양이 16마리를 폐양어장에 가둬놓고 학대하거나 죽인 혐의, B씨(32)는 길고양이를 죽인 뒤 초등학교 통학로에 매달아 두는 등 고양이 10마리를 학대·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포획틀을 이용해 잡은 길고양이 16마리를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한 폐양식장에 가두고 흉기 등을 이용해 학대하고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렇게 죽인 고양이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지난 3월 21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한 폐양식장에 갇힌 고양이 사체를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가 확인하고 수습하고 있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지난 3월 21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한 폐양식장에 갇힌 고양이 사체를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가 확인하고 수습하고 있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또 A씨는 범행을 신고한 시민에게 연락해 협박하고, 시민 소유 물건을 전기톱으로 파손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특수재물손괴 혐의 부분은 피해자와 합의한 점과 A씨가 지속해서 치료를 받겠다고 한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판결한다”고 했다.

고양이 죽인 뒤 학교 통학로에 걸어놔 

B씨는 지난 6월 포항시 북구 양학동 한 초등학교 통학로에 자신이 죽인 고양이 사체를 노끈에 묶어 매달아 둔 혐의다. B씨는 사건 현장에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문을 포항시 마크를 달아 부착하기도 했다. 골목을 지나던 초등학생이 고양이 사체를 발견해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탐문수사를 통해 B씨를 검거했다.

지난 20일 경북 포항시 대구지법 포항지원 앞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길고양이 학대 피고인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지난 20일 경북 포항시 대구지법 포항지원 앞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길고양이 학대 피고인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다 검찰에 송치되기 전 범행을 시인했다. 그 과정에서 2019년 포항 한동대학교에서 일어난 고양이 연쇄 살해·학대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당시 한동대에서는 2019년 8월부터 2020년 3월 사이 길고양이 7마리가 살해되거나 다친 채로 발견됐다. 또 B씨는 2020년 3월 포항 중앙상가에서도 고양이 한 마리를 죽이고 골목에 매달아 놨다고 자백했다.

B씨는 수사 과정에서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무등록 오토바이를 운행하거나 길에서 습득한 번호판을 자신의 오토바이에 무단 부착한 한 혐의도 드러났다.

동물단체 “실형 마땅…더 무거운 처벌을”

A씨와 B씨의 길고양이 학대 사건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온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들 실형 선고는 이전 판결과 비교해 볼 때 이례적인 결과”라면서도 “하지만 계획적 행동과 가학적 범행 수법, 피고인의 손에 무참히 살해된 동물을 생각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동물대상 범죄처벌이 강화되는 현실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지만,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양형 기준이 있었다면 각각의 학대 행위가 고려됐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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