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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작 낙인 '비상선언'…"역바이럴 정황 찾았다" 경찰 조사 의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한 관람객이 영화 ‘비상선언’ 포스터를 핸드폰에 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한 관람객이 영화 ‘비상선언’ 포스터를 핸드폰에 담고 있다. 뉴스1

영화 ‘비상선언’ 역바이럴 의혹이 경찰 조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21일 ‘비상선언’을 둘러싼 역바이럴 정황에 대해 서울경찰청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쇼박스는 지난달 ‘비상선언’ 개봉(3일) 다음 날부터 영화계 안팎에서 제보를 받아 약 한 달간 ‘비상선언’ 관련 온라인 글과 평점 확인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사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한 세력이 영화에 대한 악의적 평가를 주류 여론으로 조성하고자 일부 게시글을 특정한 방식으로 확산 및 재생산해 온 정황을 발견했다”고 쇼박스는 전했다.
쇼박스는 “관객들의 의견은 어떤 것이든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특정 세력의 사적 이득을 위해 관객 목소리가 이용되거나 왜곡되어서는 안 되며, 부당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 존재한다면 이는 분명히 밝혀내야 할 일”이라며 “향후 법적 조치에 성실하게 준비하겠다”고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비상선언’은 순제작비 260억원의 항공 재난영화다. ‘관상’의 한재림 감독, 송강호‧이병헌‧김남길·전도연 등 흥행 배우들이 뭉쳤지만, 손익분기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관객 200만 남짓에 그쳤다. 개봉 직후부터 영화에 대한 관객 반응이 엇갈렸지만, 일각에선 개봉일 전후 악평이 비정상적으로 쏟아졌다며 역바이럴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역바이럴은 온라인에서 제품 등에 대한 좋은 입 소문을 내는 바이럴 마케팅의 반대말. 나쁜 소문을 내 홍보를 방해하는 걸 뜻한다. 직접 제보를 받았다는 한 영화평론가는 SNS를 통해 ‘비상선언’ 역바이럴을 특정 마케팅 회사가 주도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 마케팅사가) 올해부터 영화 투자를 본격 시작했는데 (올여름 개봉한 대작 4편 중) ‘비상선언’만 투자를 거절했다”고 해당 평론가는 주장했다. 해당 마케팅사가 여름 대작들 중 유일하게 직접 투자하지 않은 ‘비상선언’ 흥행을 방해하려고 역바이럴을 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제보가 잇따르자 쇼박스도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제보 받은 내용들이 일관되고,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쇼박스는 밝혔다.

쇼박스 "소송 이득 없지만, 포착된 정황 넘어갈 수 없어"

영화의 내용·캐스팅 등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개봉 전부터 ‘망작’으로 낙인 찍고, ‘평점 테러’를 가하는 현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영화사가 이를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한 역바이럴 정황으로 의심하고 공식 조사를 의뢰한 건 드문 일이다. 그런 만큼 이번 사태의 결과도 주목된다.
쇼박스 관계자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영화사가 역바이럴 의혹을 경찰 조사 의뢰한 건 처음으로 안다”면서 “‘비상선언’은 이미 OTT에서도 공개된 후라 이번 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득은 없지만 포착된 게 있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게 회사 판단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도 또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겠다는 우려에서 경찰 조사 의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쇼박스는 추후 새로운 내용이 나올 시 추가 입장 발표를 통해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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