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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박해수 "끝내 꺼내지 못한 '오징어 게임' 수상소감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배우 박해수는 최근 공개된 '수리남' 뿐 아니라,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등 다수의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해 '넷플릭스 공무원'이란 별명을 얻었다.  사진 넷플릭스

배우 박해수는 최근 공개된 '수리남' 뿐 아니라,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등 다수의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해 '넷플릭스 공무원'이란 별명을 얻었다. 사진 넷플릭스

"'식사는 잡쉈어?'라는 껄렁껄렁한 대사가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웃음). 캐릭터 간의 숨 막히는 갈등 구도가 '수리남' 뿐 아니라 K콘텐트 전체의 매력인 것 같아요. "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서 국정원 요원 최창호 역을 맡은 배우 박해수(41)는 극 중에서 두 캐릭터를 오가는 연기를 펼쳤다. 수리남의 마약상 전요환(황정민)을 체포하기 위해 민간인 사업가 강인구(하정우)를 작전에 끌어들이며, 자신 또한 국제사업가로 위장했기 때문이다.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수는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매력인 동시에 부담이었다"며 "어둠의 사업가로서 표현이 너무 과하거나, 의심받을 수준이 되면 안되기 때문에 적정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공무원' 별명, '수리남'에선 국정원요원 연기 #"마약왕 체포하려는 실존 인물의 열망 표현하려 노력" #"'식사는 잡쉈어?' 화제될 줄 몰라, 가래침 해석도 다양" #"못꺼낸 '오징어게임' 수상소감, 언젠가 빛볼 날 왔으면"

그러면서 "국정원 안가에서 전화 연기하다가, 올백 머리 하고 꽃무늬 재킷 입으니까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면서 "그 기분으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식사는 잡쉈어?'란 대사가 이토록 화제가 될 줄 몰랐다"면서 "가래침 뱉는 설정 또한 다른 국정원 요원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는 의미였는데, 여러 해석이 도는 걸 보고 요즘 시청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약상 전요환, 언더커버 사업가 강인구 뿐 아니라 박해수가 연기한 국정원 요원 최창호 또한 실존 인물이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약상을 꼭 체포하겠다는 간절한 열망만 표현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국정원 요원 최창호 역을 맡은 박해수는 마약왕 전요환(황정민)을 잡기 위해 스스로 국제사업가(오른쪽)로 위장한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국정원 요원 최창호 역을 맡은 박해수는 마약왕 전요환(황정민)을 잡기 위해 스스로 국제사업가(오른쪽)로 위장한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국정원 요원 최창호 역을 맡은 배우 박해수.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약왕을 체포하려는 실존 인물의 집착과 열망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국정원 요원 최창호 역을 맡은 배우 박해수.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약왕을 체포하려는 실존 인물의 집착과 열망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도미니카 촬영지에 실제 국정원 요원 몇 명이 오셨길래, 제가 연기하는 '그 분'에 대해 물어봤는데, 국정원의 전설적 인물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들을 수 없었어요. 만날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인물이기에 대본에 나와있는 것처럼 민간인을 위험에 빠트릴 정도로 마약왕 체포에 모든 걸 거는 국정원 요원의 집착과 열망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박해수는 함께 호흡을 맞춘 하정우에 대해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주는 유쾌하고 부드러운 선배이자, 시의적절한 애드리브 등 언어적 재능 또한 뛰어나다"고 평했고, 황정민에 대해선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선배와의 대면 신 자체가 행복했고, 캐릭터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쟁쟁한 배우들이 만들어낸 캐릭터와 갈등이 '수리남'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인물 간 갈등을 캐릭터 적으로 표현해내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거라 생각했어요. 캐릭터 간의 관계성에서 나오는 갈등은 언제 봐도 재미있고 긴장감 넘치는데, 한국 배우와 감독들이 그런 부분에 특화돼 있는 것 같아요. 우리만이 갖고 있는 여러 감정과 갈등 상황 때문 아닌가 싶어요."
 최근 2년 간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수리남' '야차' '사냥의 시간' 등 다섯 편의 넷플릭스 드라마·영화에 출연한 덕에 박해수는 '넷플릭스 공무원'이란 별명을 얻었다. 작품 속에선 주로 선 굵고 묵직한 역할을 도맡아왔다.

"넷플릭스에 지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와요(웃음). 우연히 그렇게 됐지만, 제가 K콘텐트의 어떤 연결고리나 통로가 되려고 그러는 건 아닐까 생각도 합니다. 증폭된 사건 속에서 인물 간 갈등을 다루는 장르물이 재미있고, 그런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는 이번에 찾아온 기회를 살려 앞으로 해외에서 활동해보고 싶다고 했다. 최근 미국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구체적인 해외 진출 방안을 논의중이다. 짬짬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그는 "1년 간 '오징어 게임' 해외 홍보를 하면서 시각도 달라지고 경험해보고 싶은 것도 생겼다"면서 "한국 콘텐트와 창작진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배우로서 더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으로 올해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하진 못했다.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쟁쟁한 후보들이 워낙 많아 기대하지는 않았다"면서 어머니와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시상식 전날 어머니와 통화할 때 '수상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남자가 그런 욕심도 없어서 어쩌냐'면서 당장 수상 소감을 작성하라고 하셨어요(웃음). 그러면서 수상 소감을 직접 알려주셨는데, 그걸 받아 적어서 턱시도 안 주머니에 넣고 시상식에 갔어요. 결국 꺼내지 못한 수상 소감엔 '감사하다'는 말이 15번 정도 나옵니다. 언젠가 'K콘텐트를 더욱 빛내는 배우가 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그 소감을 전할 때가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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