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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마약왕 뒷배 그 수리남 대통령, 실제 마약혐의 감옥갈 판 [세계 한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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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권좌에서 물러난 데시 바우테르서(77) 전 수리남 대통령이 구속 위기에 처했다. 지난 40년 간 군부의 실세로 권력을 장악한 채 범죄를 일삼아온 바우테르서는 정적 살해, 마약 밀매 등의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수감되지 않은 채 항소를 진행 중이다. 최근 캐러비안라이프 등 현지 매체는 “바우테르서가 수갑을 찬 채 감옥으로 끌려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데시 바우테르서 수리남 전직 대통령이 군정 시절 정적 15명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정을 받자 항소한 뒤 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데시 바우테르서 수리남 전직 대통령이 군정 시절 정적 15명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정을 받자 항소한 뒤 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적 살해, 마약 밀매에도 대통령 당선

바우테르서는 넷플릭스의 6부작 시리즈물 ‘수리남’(감독 윤종빈)에 등장하는 부패한 대통령이다. 극중 이름은 델라노 알바레즈. 드라마 속에서 그는 군부 쿠데타로 집권해 한국인 마약상 전요환(황정민 분, 실존인물 조봉행)과 결탁하고 범죄를 비호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실제로 육군 장교였던 바우테르서는 1980년 하사관 14명을 규합해 유혈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뒤, 약 7년간 수리남의 실권자로 철권통치한 독재자다. 이후 2010년, 2015년 두차례 대통령에 당선돼 2020년까지 11년간 집권했다.

군사 쿠데타 직후 수리남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혁명이 여러 차례 일어났지만 군부를 장악한 바우테르서는 이를 가혹하게 제압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1982년 ‘12월 학살’이다. 군부 독재에 항의하는 청년 16명이 서방과 음모를 꾸며 쿠데타를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로 바우테르서가 본부로 사용하던 젤란디아 요새로 끌려가 고문을 당한 뒤, 15명이 총에 맞아 죽고 1명만 살아나왔다.

넷플릭스 웹드라마 '수리남'의 한 장면. 중앙포토

넷플릭스 웹드라마 '수리남'의 한 장면. 중앙포토

바우테르서는 사건 발생할 당시 현장에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지난 2019년 법원은 그가 해당 사건을 총지휘한 집단적 책임을 인정해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 재임 중이었던 바우테르서는 면책 특권 덕에 수감을 피했고, 현재는 항소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에 앞서 1999년 7월엔 474㎏ 마약을 거래한 혐의로 네덜란드에서 11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바우테르서 집권 시기, 수리남은 마약 카르텔과 부패가 들끓었다. 수리남 저널리스트인 아난타 켐라지는 “바우테르서가 수리남을 장악한 지난 40년간 파벌끼리 분열하고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그의 실체를 냉철하게 조망하고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수리남 사회가 이 충격적인 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켐라지는 ‘친애하는 미스터 바우테르서(Dear Mr. Bouterse)’라는 제목의 60분짜리 사회 고발 독립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최근 시사회를 가진 바 있다.

수리남, 1950년 한국전쟁 참전국

넷플릭스 드라마로 관심이 높아진 국가 수리남은 남미에서 가장 국토 면적이 작은 나라로, 브라질 북부에 위치해 있다. 국토 면적은 남한의 1.6배지만, 인구는 강서구 수준인 60만 명 미만이다. 2019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5420달러로 전 세계 97위에 해당한다. 파라과이(96위), 투발루(95위)보다 낮고 한국(27위, 3만3790달러)의 6분의1 수준이다. 서울에서 수리남까지 거리는 1만5391㎞로, 미국 뉴욕(1만1046㎞)보다 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과거 네덜란드의 식민지로 ‘네덜란드령 기아나’로도 불렸던 수리남은 1975년 분리독립 한 뒤 한국과 수교했다. 교민은 50명 내외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수리남 수출은 641만달러(89억원), 수입은 351만달러(48억원) 수준으로 교역량은 미미하다. 한국의 주수입품목은 수리남 목재, 주수출품은 밀림 개간용 중장비다. 드라마에서 묘사된 홍어 수입은 알려진 바 없다.

수리남은 1950년 한국전쟁 때 네덜란드 식민지로서 115명을 파병한 바 있다. 2009년 재(在) 수리남 한인회에 의해 ‘수리남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탑’도 건립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배영 100m 결승전에서 수리남의 앤서니 네스티가 흑인 최초로 올림픽 수영 종목 금메달을 따내는 최대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바우테르서 수감 여부에 관심 쏠려

부패 사슬을 끊고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는 차원에서 바우테르서의 수감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지난 2020년 당선된 현직 대통령 찬 산톡히(63)의 관심 사안으로 알려져 있다. 산톡히는 경찰청장과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로, 경찰청장 시절 ‘12월 학살’에 집중해 바우테르서의 유죄 입증에 주력했다. 법무부 장관 때는 마약 밀매에 대한 강력하고 엄격한 단속으로 ‘보안관’으로 불렸다.

찬 산톡히 수리남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찬 산톡히 수리남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2월 학살 피해자측 변호사인 휴고 에세드는 “바우테르서는 항소 외에 다른 구제책이 없다”며 “법원은 징역 집행을 결단하고, 용의자는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뉴욕암스테르담뉴스는 “수리남 당국은 여전히 바우테르서에게 충성하는 당원과 전직 군인 등 동조자가 많다는 사실을 부담스러워한다”며 “상당수의 수리남 시민들은 바우테르서가 단 하루도 감옥에서 복역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알베르트 람딘 수리남 외교·국제사업·국제협력부(BIBIS) 장관은 지난 14일 수리남 정부 사이트에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람딘 장관은 “수리남은 (정권 교체 후) 지난 몇년 간 마약 운송 국가로서 나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했고, 상당히 개선 효과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 드라마로 국가의 고통스런 과거가 상기됐고 다시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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