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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시간은 핵확산자 편…中 마음 먹으면, 북핵 하룻밤에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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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중앙일보와 대담을 가졌다. 이날 대담은 위성락 전 주러대사가 묻고 존 볼턴이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김상선 기자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중앙일보와 대담을 가졌다. 이날 대담은 위성락 전 주러대사가 묻고 존 볼턴이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김상선 기자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9일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 비핵화 문제는 하룻밤 사이에도 풀릴 수 있다”면서 북핵을 대하는 중국의 자세를 비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있었던 싱가포르, 하노이 정상회담은 북한에 핵 개발 시간을 벌어줬다면서 “시간은 핵 확산자(proliferator)의 편”이라고 경고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 중인 볼턴 전 보좌관을 중앙일보와 위성락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사무총장(전 주러시아 대사)이 이날 만났다.

존 볼턴 전 美 국가안보보좌관 중앙일보 인터뷰

한반도에서 북한 문제, 남북 관계, 한·중 관계를 다루는 적절한 대안은 뭔가.
북한과 관련한 진짜 문제는 바로 중국이라는 내 견해는 과거보다 더 명확해졌다. 중국은 원한다면 분명히 핵무기 문제를 하룻밤 사이에도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수년간 6자회담 등을 하면서 베이징이 핵 문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으로 여겼지만, 실제로는 북한을 격려하는 게 중국의 정책이었다. 북한은 중국에는 위협이 되지 않지만, 다른 모두에겐 위협이다. 하지만 우리는 수년 동안 그렇게 보지 않았다. 이젠 바뀌어야 한다.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관여했는데.
김정은은 전 과정에서 핵을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시사하지 않는 등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무대(platform)를 제공하는 초대장을 미국이 수락한 게 실수였다. 지금까지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 싱가포르, 하노이, DMZ 회담까지 모든 게 매번 연극이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정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확인됐다고 했다.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가.
문제는 그것이(북·미 정상회담) 누구의 아이디어였는가이다. 핵확산 문제에 관한 기본 원칙은 시간은 핵 확산자(proliferator)의 편이라는 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핵무기 개발에서 필요한 모든 복잡한 과학적·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을 더 갖는 게 된다. 북한은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결국 실패한 협상은 (손해도 이득도 아닌) 중립(neutral)이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 역시 어떤 양보도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였다. (북핵과 관련) 별일이 벌어지지 않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도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접근법과 많이 닮았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위성락 전 주러대사가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2022.09.19. 김상선 기자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위성락 전 주러대사가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2022.09.19. 김상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친구 한 명에만 집착하는 학생 같다”고 묘사했는데.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과 진전을 이루는 데 집착했던 것 같다. 한쪽 당사자가 거래 성사를 원한다는 점을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건 문제다. 그럴수록 협상력은 약해진다. 핵 문제 해결 없이는 통일에 진전은 없을 것이다. 북핵 문제는 북한 정권과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미·중 관계 악화로 중국이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나는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고 한반도가 통일되면 중국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동북아 안정은 한국이 통일되기 전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대외 전략은 한·미 관계가 약화하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전통적 균형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이젠 중국이 포괄적인 위협이라는 것을 안다. 한국, 대만, 인도 각자에 대한 위협 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함께 할 때 더 강해질 수 있다. 중국이 특정 나라를 선택해 압력을 가하는 것을 우리가 허용하지 않고 막아야 한다. 중국이 압력을 가할 대상을 선택해 (역내 다른 나라들과) 분리해 낼 수 있다면 (중국 압박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공식적인 동맹이 아니더라도 태평양과 인도양 국가들이 중국의 도발로 평화와 안보에 지장을 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가 그러한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셈법을 어떻게 보고 있나.  
중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거리를 둔다는 일각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이 걱정하는 것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관점에선 우크라이나 침공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전쟁이 장기화하고 러시아군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나는 이 점이 중국의 대만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투쟁을 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완전히 기능하는 대만을 원하지, 연기 자욱한 폐허의 대만을 원하지 않는다. 이 지역 모든 나라는 대만 방어를 자신에 대한 방어로 봐야 한다. 이런 뜻을 중국에 전하는 나라가 많을수록 중국이 군사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역사의 장을 넘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한국에 묻고 싶다. 역사를 잊자는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양국 간) 과거가 미래의 긴밀한 협력을 저해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과소평가하지 않겠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으로부터) 진주만 공격을 받았고, 일본을 완전히 파괴(devastate)했지만 이제는 가까운 동맹이다. 그렇게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이 남한을 침략하면 한반도에서 일본군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아니다(No)'라고 말은 안 했지만 답은 그게 분명했다. (한·일 협력을 위해선) 한·일 간 직접적인 양자 현안을 다루기보다는 대만 위협에 대처하는 방법같이 더 넓은 맥락에서의 양국 협력을 논의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위성락 전 주러대사가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질문을 하며 대담을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위성락 전 주러대사가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질문을 하며 대담을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북한이 반응을 보일까.
(담대한 구상은) 윤 대통령이 김정은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북핵 문제에서 ‘행동 대 행동’ 해법은 통하지 않아 왔다. 북한은 그간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뒤 경제적 이익을 얻는 패턴을 보였다. 경제적 이익을 먼저 얻곤 나중의 비핵화 의무는 하지 않는다. 김정은이 생각을 바꿨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그대로다.
북한이 최근 선제타격을 골자로 한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했다. 비핵화 협상이 아닌 군축 협상을 노리는 걸까.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오래된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이제 북한에 핵은 외부 압박에 대한 방어용이 아니다. 북한은 한반도 전체를 통제하기 위한 영향력을 갖고자 하며 통일에 대한 목적의식도 버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핵 공격에 직면하기 싫으면 주한미군, 주일미군을 철수하라고 미국을 협박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선제타격을 시도한다면 이는 자살 행위와 같다. 북한이 지난 30년의 비핵화 협상 동안 진정성이 없었다는 게 이번 핵 정책으로 또다시 드러난 셈이다. 1930년대에 윈스턴 처칠이 나치의 성장을 가리켜 지적했듯이 인류는 훨씬 사소한 위험 요소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다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까지 위기를 키우곤 했다. 북한이 협상에 진지하지 않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 도대체 몇 년을 더 허비할 것인가.
화제를 돌려보자.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데, 11월 중간선거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나.
앞서 (대법원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게 민주당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그럼에도) 11월에 당초 예상보다 약간 적은 표차로 우리(공화당)가 하원을 장악할 것으로 본다. 상원은 예측할 수 없다. 지금으로선 우리가 상원을 장악하는 게 어려워 보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공화당은 이제 저점을 지나고 있다.
그렇다면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역할을 어떻게 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에 해롭다. 그가 여전히 당내 지지를 받는 것은 문제다. 대선은 무당파(independents) 지지를 얻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공화당원뿐만 아니라 대다수 미국인은 그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행복한 은퇴 생활을 하며 정치를 떠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 이번 중간선거는 2024 대선의 서막이 될 텐데, 오는 대선에선 트럼프도 바이든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4년 대선은 2020년 대선의 반복은 아닐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인터뷰 말미에 한국 외교가 한반도 문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큰 그림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은 이젠 세계적인 강국(global power)이며 특히 동아시아, 인도 태평양에서 그렇다”면서 “더 넓은 한국의 역할은 잠재적으로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꼽았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군축ㆍ국제안보 담당 차관과 주유엔 미국대사를 지냈다. 이후 2018년 4월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한 것”이라며 비판했고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선 냉전 시대 미국 정상이 소련과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는 영상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볼턴 전 보좌관은 2020년 낸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을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을 ‘춤판’(fandango)에 비유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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