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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표 기초연금’ 80만원, 국민연금 30년 내야 가능한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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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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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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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40만원 이슈에 불이 붙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언급하자마자 지난 15일 위성곤 의원이 법안을 냈다. 지난 6월엔 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부부 삭감 폐지 법안을 냈다. 둘 다 이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이다. 민주당은 노인 100% 지급도 추진한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12일 “원래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전 국민에게 20만원 주겠다는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70%만 주는 것을 이제 100% 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같은 당 고영인 의원은 지난해 9월 노인 100% 지급 법안을 이미 발의했다. ‘기초연금 확대 3종 세트’가 다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기초연금 40만원을 공약했고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하지만 연금개혁 틀 속에서 단계적 인상을 추진한다는 점이 다르다. 내년 예산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 15일 “기초연금만 40만원 하겠다, 50만원 하겠다는 건 반쪽도 안 되는 논의”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3종 세트 중 금액만 40만원으로 올리면 내년에 약 6조원이 더 든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예산춘추(제67호)』에 실린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중앙일보 리셋코리아 연금분과장)의 논문에 따르면 40만원으로 올리면 2030년 기초연금 예산이 37조원에서 49조원으로, 2050년 120조원에서 160조원으로 늘어난다. 3종 세트를 다 시행하면 내년 22조5000억원에서 38조원으로 늘어난다.

기초연금 확대 3종세트 따져보니
내년 시행하면 예산 23조→38조
100만원 소득자 40년 걸려도 불가
국민연금 흔들기 후폭풍 살펴야

국민연금 늘리려는 노력에 찬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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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기초연금을 올릴 필요는 있지만, 당장 올리고 3종 세트로 확대하는 것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윤석명 박사는 “소득 기준 1~5분위 노인 중 4, 5분위의 소득·재산이 전체 가구 평균보다 높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가 기초연금을 확대하려는 것은 낮은 노인 지지율을 끌어올려 표를 얻으려는 것 같다”며 “젊은 세대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기초연금 80만원 앞에서 국민연금은 한없이 초라해진다. 지금은 부부가 기초연금을 받을 때 20% 깎인다. 부부 삭감을 없애면 64만원에서 80만원으로 오른다. 기초연금은 보험료를 내지 않는 무갹출 사회수당(공적부조)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낸다. 5월 말 기준 국민연금 평균액은 57만7976원이다. 20년 이상 가입자는 97만5525원 받는다. 국민연금 80만원을 받기가 절대 쉽지 않다. 국민연금 평균소득(월 268만원) 가입자가 올해부터 30년 보험료를 부으면 81만원을 받는다. 월 400만원 벌면 보험료 36만원을 25년 내야 하고, 524만원인 사람은 20년 가입해야 약 80만원이 나온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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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소득 100만원(지역가입자 평균소득)인 사람이 40년 가입하면 74만원 나온다. 80만원은 꿈도 못 꾼다. 노후 준비가 덜 된 40, 50대 전업주부가 뒤늦게 최소 보험료(월 9만원)를 부랴부랴 낸다. 10년 내면 약 19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임의계속가입자(지난해 말 25만여명)의 상당수는 만 59세까지 보험료를 냈는데도 연금수령 최소가입기간(10년)을 못 채워서 60세 넘어서도 보험료를 내고 있다. 기초연금 80만원은 이런 노력을 더 애처롭게 만든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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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국민연금이 계속 흔들린다. 이달 시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에서 타격을 받았다.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기준을 강화하면서 공적연금 소득을 그대로 반영하는 바람에 연금을 늘리려는 의욕이 꺾였다. 앞으로 연금개혁 논의에서 보험료를 올리거나 수령개시 연령을 늦추는 식의 재정안정 방안 논의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자감세는 반대, 상위 30%에도 지급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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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관계자는 “기초연금 확대는 공약 이행 차원도 있고, 이 대표의 기본소득 신념에 바탕을 둔 것일 수도 있다”며 “(3종 세트 중) 부부 감액 폐지를 지난 대선 공약에 가장 먼저 올렸기 때문에 가장 확실하게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다른 관계자는 “부자 감세를 반대하면서 소득 상위 30%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윤석명 박사는 “윤 대통령이 노인 표 지키려고 그러는지 연금개혁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러다가는 저출산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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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이슈만 굴러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인소득 보장이란 전체 틀 속에서 같이 가야 한다(구조개혁 논의를 하자는 의미)”며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금개혁 특위는 개점휴업 상태다. 리셋코리아 연금분과 위원들은 “기초연금만 올리지 말고 연금개혁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를 통합해 스웨덴식 기초보장연금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기초연금을 최저보장연금으로 바꾸되 노인의 재산도 따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