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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르누아르·27세 고갱…19세기 파리로의 초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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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1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97점이 전시된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 1917~1918, 46.5x57㎝.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21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97점이 전시된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 1917~1918, 46.5x57㎝.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중 고갱·달리·르누아르 등 해외 걸작 회화 7점과 피카소의 도자 90점을 선보이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21일 개막한다. 지난해 고(故) 이건희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1488점 중 해외 8인의 작가 작품 총 97점을 선보이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이다. 거장 화가 7인의 회화 각 1점과 피카소의 도자 90점으로, 기증 1주년 기념전에 나왔던 모네 그림을 제외하면 이번에 모두 처음 공개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가들은 모두 19세기 말~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했다. 정치·경제와 함께 과학·문화가 함께 융성해 ‘아름다운 시절(Belle Époque·벨 에포크)’이라 불렸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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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피사로, 퐁투아즈 곡물 시장, 1893, 46.5x39㎝.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카미유 피사로, 퐁투아즈 곡물 시장, 1893, 46.5x39㎝.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당시 파리는 국제적인 미술의 중심지로, 프랑스 국적의 고갱·르누아르·모네·피사로 이외에 스페인 출신의 달리·미로·피카소, 러시아 출신의 샤갈이 그곳에서 활동했다. 파리에서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혹은 동료로 만나 20세기 서양 현대 미술사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갔다. 전시는 이들이 파리에서 맺었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고, 거장들의 회화가 피카소의 도자와 연관되는 점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구성됐다.

전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90점에 달하는 피카소의 도자다. 1948~1971년에 제작된 ‘피카소 도자 에디션’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피카소는 이 시기에 총 633점의 도자 에디션(1점당 각 에디션은 50~255개)을 만들었는데, 고 이건희 회장은 112점을 소장했다.

 폴 고갱, 센강 변의 크레인, 1875, 77.2x119.8㎝.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폴 고갱, 센강 변의 크레인, 1875, 77.2x119.8㎝.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증권 중개인으로 일하던 고갱은 피사로가 참여한 ‘제1회 인상주의 미술전’을 보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번에 소개된 고갱의 ‘센강 변의 크레인’(1875)은 고갱이 미술 수업도 받으며 27세에 그린 초기작 중 하나다.

마르크 샤갈, 결혼 꽃다발, 1975, 91.5x72.8㎝. 회화는 모두 캔버스에 유채.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마르크 샤갈, 결혼 꽃다발, 1975, 91.5x72.8㎝. 회화는 모두 캔버스에 유채.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클로드 모네(1840~1926)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는 인상주의 그룹 내에서도 유독 친분이 두터웠던 관계다.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과 르누아르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1917~1918)는 두 거장의 예술 세계가 응축된 말년의 역작이다. 한편 파블로 피카소(1881~1973), 호안 미로(1893~1983),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파리의 스페인 화가들이었다. 세 사람은 파리에서 서로를 처음 만났다. 전시엔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1940), 사람·새·별이 있는 밤의 풍경을 추상화한 미로의 ‘회화’(1953)를 피카소의 도자와 함께 살펴볼 수 있게 배치됐다.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1917~1920, 100x200.5㎝.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1917~1920, 100x200.5㎝.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1940년대 말 남프랑스에서 피카소와 처음 만난 마르크 샤갈(1887~1985)의 그림 ‘결혼 꽃다발’(1977~1978)도 전시됐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사랑했던 아내 벨라의 죽음 등 과거의 수많은 고난을 겪은 샤갈이 말년에 되찾은 새로운 사랑과 행복의 순간을 담아낸 작품이다.

호안 미로, 회화, 1953, 96x376㎝.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호안 미로, 회화, 1953, 96x376㎝.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피카소의 도자로는 둥근 몸체의 주전자의 입체적 형태를 이용해 투우사를 향해 돌진하는 듯한 황소의 강렬한 모습을 표현한 ‘황소’, 말년에 삶을 함께 한 자클린 로크를 모델로 한 ‘이젤 앞의 자클린’ 등 다양하다.

피카소, 황소, 1955, 백토, 화장토 장식, 나이프 각인, 31x21x26㎝.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피카소, 황소, 1955, 백토, 화장토 장식, 나이프 각인, 31x21x26㎝.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의 개막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과 과천관에서 동시에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여는 양상이 됐다. 지난달 12일부터 서울관에선 ‘이건희컬렉션특별전:이중섭’이 열리고 있다. 이중섭 전시는 지난 5주간 4만3000명이 관람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건희컬렉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너무 뜨겁다. 기증작을 가능하면 빨리 보여달라는 요청이 계속 쇄도했다”며 “이번 전시가 국내에서 서양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관람하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이건희컬렉션의 미술사적 가치를 깨닫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5일까지.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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