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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전은 친환경’ 공식화…K-택소노미에 넣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2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원 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2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원 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2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개정안을 공개했다. ‘친환경 경제활동’의 기준인 K-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이 새로 포함됐다. 환경부는 여론과 관계없이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K-택소노미 발표 때는 원전이 포함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이번 개정 과정에서 학계·전문가·시민사회·산업계 의견을 수렴했다고 강조했지만, 정권의 ‘입맛’에 따라 9개월 만에 정책을 뒤집었다는 비판도 있다.

원전은 환경 측면에서 두 얼굴을 지녔다. 저렴하면서도 탄소배출량이 적은 발전원이라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0년 12월 내놓은 2025년 예상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비용’(LCOE·7% 할인율 적용)을 보면 원전은 1㎿h(메가와트시)당 53.3달러(약 7만4000원)다. 석탄(75.59달러), 태양광(98.1달러), 육상풍력(113.3달러)보다 저렴하다. LCOE는 탄소배출량 등 환경비용을 비롯해 발전설비 운영에 드는 모든 비용을 반영한 발전원가다.

또 유럽연합(EU) 합동연구센터(JRC)가 지난해 3월 공개한 ‘원자력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全)주기평가(LCA)를 했을 때 에너지 1GWh(기가와트시) 생산 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원전이 28t으로, 석탄(888t), 석유(735t), 태양광(85t)보다 적었고, 풍력(26t)보다는 많았다. 탄소배출 감소에 원자력이 태양광보다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런 이유에서 원전업계는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자고 주장해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원전을 포함할 경우 녹색분류체계의 의미가 퇴색할 거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안전과 폐기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는 원자력이 포함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원전의 K-택소노미 포함에 반대하는 쪽을 설득하기 위해 정부는 두 가지 조건을 달았다. 2031년 이후 사고 저항성 핵연료(ATF) 사용, 그리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저장·처분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계획 존재와 그 실행을 담보할 법률 제정이다. 이를 충족해야만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는 활동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EU와 유사한 기준이다.

ATF는 사고가 나도 비교적 건전성이 장시간 유지되지만, 위험성이 줄어들 뿐 사라지는 건 아니다.

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확보는 부지 선정조차 쉽지 않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핀란드의 경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의 부지 선정에만 18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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