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례 ‘상습추경’ 하더니…문 정부, 지난해만 3조 못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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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두 차례 편성됐는데 이 중에서 2조7618억원이 실제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2차 추경의 실집행률을 따지면 93.1%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경은 총 10번에 걸쳐 이뤄졌다. 2017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추경이 편성됐을 정도다. 추경이 상습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예산 계획이 정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와 함께 분석한 지난해 ‘1·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집행 실적’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예산에서 40조835억원이 추경으로 증액됐다. 그러나 2조7618억원은 실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집행률은 93.1%에 그쳤다. 본예산까지 포함한 총지출 기준 집행률(97.1%)보다 낮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추경에 포함된 일부 사업 중에선 집행을 통한 목표 달성률이 0.2%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정부는 코로나19 집단감염 대비를 위해 장애인 거주시설 518곳에 대한 운영 지원을 사업목표로 잡았는데 실제 지원이 이뤄진 건 1곳에 불과했다. 사업 인지도가 낮아 지원금을 신청한 시설 자체가 4곳에 불과했고, 신청한 시설 중에서도 3곳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 하면서다. 애초 목표부터 과도하게 설정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재정을 투입해 농촌에서 고용하는 인력을 지원하는 1차 추경 사업의 경우 1000명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론 38명에 대해서만 집행이 이뤄졌다. 집행률이 3.8%다. 농가와 근로자 모두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다.

또 코로나19 결식아동에 대해 급식비를 지원하는 사업은 2차 추경에서 300억원이 책정됐는데 실제 집행은 180억원에 불과했다. 기존에 아동 급식 지원을 받는 대상이 이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돈을 받고 있어서다. 윤영석 의원은 “제대로 된 수요 조사 없이 사업을 편성하거나 퍼주기식 선심성 예산 등으로 불용금액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추경은 전쟁·대규모 재난 상황과 경기침체·대량실업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극히 제한적으로 추경이 가능함에도 문재인 정부에선 추경을 10번 편성했다.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엔 1961년 이후 59년 만에 처음으로 연 4차례 추경을 하기도 했다. 2017~2019년에도 추경은 매년 한 차례씩 이뤄졌다. 2019년의 경우 미세먼지 대응이 주된 추경 사유 중 하나였다.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는 경우 이자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지난해 1차 추경 총 14조9000억원 가운데 9조9000억원은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했다. 국채 발행으로 이자 부담까지 안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을 사업은 애초 추경에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추경이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만 가능한 만큼 그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에선 추경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정부에선 확대 해석을 넘어서서 사실상 법적 추경 요건을 사문화했다. 불용 예산이 많은 건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질 경제성장률 마이너스(-)여야 추경을 한다거나 구체적인 요건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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