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례 내내 눈도 안마주쳤다…여왕도 막지 못한 형제의 불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세자(왼쪽)와 해리 왕자가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운구 행렬을 뒤따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세자(왼쪽)와 해리 왕자가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운구 행렬을 뒤따르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서도 윌리엄(40) 왕세자와 해리(38) 왕자 형제 사이의 오랜 불화가 해소되지 않고 싸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형제는 이날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여왕의 장례식 내내 말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이후 윈저성 내 세인트 조지 예배당에서 소규모 예식을 치를 때도 서로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윌리엄 왕세자는 해리 왕자 부부가 지정된 자리에 착석하도록 길을 터주는 와중에도 신체적 상호작용은 일절 하지 않았다.

배우자인 캐서린 왕세자빈과 메건 마클 왕자빈도 일부러 거리를 두고 데면데면한 모습이었다. 가디언은 "영국 왕실과 국민의 바람과 달리 두 형제의 화해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왼쪽부터) 찰스 3세, 해리 왕자, 앤드루 왕자, 윌리엄 왕세자가 19일 여왕의 장례 예식을 치르기 위해 윈저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왼쪽부터) 찰스 3세, 해리 왕자, 앤드루 왕자, 윌리엄 왕세자가 19일 여왕의 장례 예식을 치르기 위해 윈저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랫동안 불화를 빚어온 형제는 할머니의 서거를 계기로 지난 10일 윈저성 앞에 깜짝 등장해 추모객을 만났다. 둘의 동반 등장은 2020년 3월 영연방의 날(Commonwealth Day) 공식 행사 이후 처음이었다. 이를 위해 윌리엄 왕세자가 해리 왕자 부부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왕실 소식통을 인용해 "윌리엄 왕세자가 가족에게 매우 힘든 시기에 단결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행보에 둘 사이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특히 지난 13일엔 왕실 일가가 버킹엄궁에서 다같이 모여 비공개 저녁 식사를 했고, 이 자리에서 형제가 밀접한 대화를 나눴다는 소식까지 알려졌다.

모처럼 화합하는 모습을 연출했던 두 사람이 정작 장례식에서는 다시 갈등을 노출한 것이다. 더욱이 찰스 3세의 주최로 장례식 전날 세계 정상이 모인 리셉션에 해리 왕자 부부가 초대받지 못하면서 관계 회복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가디언이 전했다.

고 다이애나비의 혈육인 두 사람은 어린 시절 돈독했지만 지난 2020년 해리 왕자와 그의 아내 마클 왕자빈이 왕실에서 이탈한 이후 불화설에 휩싸였다. 해리 왕자 부부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국 왕실에서 인종차별 당했다"고 주장하며 형제간 불화가 일부 존재한다고 시인했다.

여왕의 둘째 아들 앤드루 왕자의 전부인 사라 퍼거슨이 19일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AFP=연합뉴스

여왕의 둘째 아들 앤드루 왕자의 전부인 사라 퍼거슨이 19일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AFP=연합뉴스

한편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에 휩싸이며 사실상 왕실에서 제명된 여왕의 둘째 아들 앤드루(62) 왕자의 전부인 사라 퍼거슨(63)이 여왕의 국장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퍼거슨은 "여왕은 가장 훌륭한 시어머니이자 친구였다"며 "내가 이혼한 후에도 가까이 지내며 베풀어준 관대함에 항상 감사드린다"고 애도를 표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퍼거슨은 지난 1996년 앤드루 왕자와 이혼한 후에도 시어머니였던 여왕과 최근까지 함께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름엔 이혼 후 처음으로 스코틀랜드 밸모럴 성에 초대 받아 왕실 일가와 휴가를 보낸 뒤, 이번 여름에도 여왕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퍼거슨은 2019년 앤드루 왕자가 성추문에 휩싸였을 때도 "매우 착하고 친절한 남자"라며 그를 옹호했다. 여왕은 이런 퍼거슨의 남다른 충성심을 높이 샀다고 한다.

현재 퍼거슨은 윈저성의 왕실 저택에서 앤드루 왕자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둘은 재결합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