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은 임윤아는 가수 겸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데뷔 이후 15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19일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가수 겸 배우 임윤아(32)는 생기가 넘쳤다. 지난달 데뷔 15주년을 맞아 발매한 소녀시대 정규 7집 ‘포에버 원(FOREVER 1)’은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장기 흥행 중이고, 9일 개봉한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은 483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MBC 드라마 ‘빅마우스’는 17일 시청률 13.7%(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면서 막을 내렸고, 주연 배우 임윤아와 이종석은 출연자 화제성 조사(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윤아시대’인 셈이다. 윤아는 “쉬지 않고 달려와서 좀 지쳐 있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피로가 가셨다”며 웃었다.
주연 드라마 ‘빅마우스’ 13.7%로 종영 #영화 ‘공조2’도 1위, 배우 존재감 각인 #소녀시대 멤버들과 연기 경쟁도 치열
“원래 겁 많아…역할 따라 성격 바뀐다”
‘빅마우스’에서 그가 맡은 간호사 고미호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희대의 사기꾼 빅마우스라는 누명을 쓰고 수감된 남편 박창호(이종석)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로, 병원부터 교도소까지 바삐 움직였다. 육상 선수 출신인 남편을 변호사로 만들 만큼 탁월한 내조를 보여준 그는 형사 출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대범함과 돌파력으로 지원사격을 톡톡히 했다. 오충환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미호라는 인물이 누군가에겐 한없이 천사 같기도 해야 하지만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역할이라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윤아씨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종석씨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며 “사람 자체가 긍정적인 힘이 있어서 단단한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고 밝혔다.
드라마 ‘빅마우스’에서 고미호 역을 맡은 배우 임윤아. 사진 MBC
간호사인 그는 남편 박창호(이종석)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구천병원과 구천교도소에 취업한다. 사진 MBC
윤아 역시 자신과 닮은 부분이 있어서 끌렸다고 했다. “사실 어떤 캐릭터든 저와 공통점이 있잖아요. 미호 같은 경우는 사적으로는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 모든 행동이 시작되고 공적으로는 간호사로서 사명감이 충만한데 내 안에서 그런 면을 찾아서 연기하다 보면 인간 임윤아의 성격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원래는 겁도 많고 어려워하는 것도 많은 성격이었는데 능동적이고 대범한 캐릭터를 맡다 보니 나 역시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는 “그 영향인지 소녀시대 7집 활동에서 리더도 맡았다”며 “멤버들이 소속사도 다르고 개인 활동도 많아서 일정 조율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모바일 메신저의 투표 기능을 활용해 참여를 독려하면서 멤버들과 회사의 중간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본격 누아르, 악역도 해보고 싶어”
그동안 ‘공조2’의 뷰티 유튜버 박민영 같은 밝은 모습을 주로 보여왔다면, ‘빅마우스’에서는 진폭이 큰 감정 연기가 눈에 띄었다. 특히 남편이 죽은 줄 알고 최도하(김주헌)에게 울분을 토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윤아는 “주헌 오빠가 마음껏 연기했으면 좋겠다면서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며 “코트를 하도 세게 잡아서 찢어지는 바람에 컷마다 스타일리스트가 와서 꿰매가며 다시 찍었다”고 밝혔다. “첫 누아르 작품인데 저는 교도소 촬영이 많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어요. 남편과도 떨어져 있으니까 붙어서 찍는 장면도 별로 없고. 기회가 된다면 본격적인 누아르나 악역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미호가 백혈병으로 죽는 결말에 대해서는 “작가님이 초반에 얘기해줘서 알고 있었다”며 “고생만 하다가 죽어서 안타깝긴 하지만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공조2’에서 뷰티 유튜버 박민영 역을 맡은 임윤아. 사진 CJ ENM
2017년 ‘공조1’에 이어 출연하면서 한층 커진 역할로 남북 공조 수사에도 도움을 준다. 사진 CJ ENM
2007년 7월 MBC 드라마 ‘9회말 2아웃’에서 배우로 먼저 데뷔한 다음 8월부터 소녀시대 활동을 시작한 그는 “꽃길만 걸은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15년 차지만 좀 다른 것 같아요. 가수 활동은 경험도 많고 업적도 많지만 배우로서는 그만큼 다양한 경험은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야 작품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배우라는 타이틀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단계죠.” KBS 일일극 ‘너는 내 운명’(2008~2009)으로 시청률 43.6%를 기록하고 영화 ‘엑시트’(2019)로 942만명을 동원하기도 했지만, 스크린 데뷔작 ‘공조’(2017)를 터닝포인트로 꼽았다. “돌이켜보면 그 전까지는 기본기를 다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걸 가지고 세상에 나가서 한 걸음을 내디딘 게 ‘공조’인 거죠. 보통 정체기를 지나서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내게는 새로운 시작점이었죠.”
“‘공조’ 배우로서 한 걸음 내딛게 해줘”
지난달 경기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2022’에서 무대를 선보인 소녀시대. 뉴스1
차기작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영화 ‘2시의 데이트’는 이미 촬영을 마쳤고, 드라마 ‘킹더랜드’를 준비 중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밝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이에요. 의외로 로코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2시의 데이트’는 ‘엑시트’를 함께 한 이상근 감독님 영화여서 더 고민 없이 선택했죠.”
소녀시대 다른 멤버들도 활발히 연기 활동 중이다. 수영과 유리는 각각 KBS2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과 ENA ‘굿잡’으로 수목드라마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지난달 KBS2 ‘징크스의 연인’을 마친 서현은 넷플릭스 ‘도적: 칼의 소리’를 촬영하고 있다. 웹예능 ‘출장 십오야’에 출연한 써니가 농담 삼아 “남 주느니 너희끼리 나눠 먹는 게 낫다”고 말했을 정도. 윤아는 “멤버들끼리 연기 조언은 하지 않고 응원만 한다. 서로 어떤 상황인지 잘 아니까 의지도 많이 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