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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당권 몸풀기?…윤핵관 견제론 속 방송·대학 찾아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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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여권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견제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장외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6·1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패한 유 전 의원은 공식적으론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정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을 예고하고, 대학 강연 일정을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외부 활동에 나서고 있다.

유 전 의원은 22일 밤 KBS ‘한밤의 시사토크 더 라이브’에 출연한다. 해당 방송은 주로 정치에 관한 이슈를 다루고 정치 패널이나 기자가 나와 정치 현안에 관해 대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정계 은퇴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방송인 셈이다. 유 전 의원은 또 다른 시사 프로그램 출연도 검토하고 있다. 29일에는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 강연도 잡혀 있다. 유 전 의원의 측근은 “요청이 들어오는 대학 강연은 웬만하면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정치 관련 메시지도 잦아졌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김정은의 핵무력정책법과 핵 선제공격 운운에서 보듯,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안이하고 비현실적”이라며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존의 안이한 접근법을 버리고 북핵의 실제적 위협에 대응하는 현실적 대책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적었다. 지난 14일에도 “노동시장의 문제들을 방치하면 이 위기가 지나가도 우리 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며 “물가·금리·환율의 ‘3고(高)’ 대응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되, 정부는 유연성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노동개혁에 적극 나서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이 적극적으로 정치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지난달 초부터다. 경선 패배 이후 자서전 집필에만 집중했던 유 전 의원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가 알려진 이후부터 현안에 대한 언급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2일 페이스북에 가수 장기하와얼굴들의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노래 영상을 올렸고, 같은 달 4일과 5일에는 윤 대통령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접견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연달아 냈다.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결정한 직후인 지난달 7일에는 그룹 아바(ABBA)가 부른 ‘Chiquitita(치키티타)’ 노래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어려운 상황에 빠진 아이를 위로하는 내용인 만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응원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최근 행보 때문에 정치권에선 유 전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를 재개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9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호남 재선인 이용호 의원의 선전으로 ‘윤핵관’ 견제론이 표로 확인되면서 이 같은 관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유 전 의원과 소통해 온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당은) 유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는 의견에 대해서도 적으로 모는 등 일방 독주 구조인데, 원내대표 선거에서 그에 대한 무언의 항의가 나타난 것”이라며 “상황 변화에 따라 여러가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중앙일보와 통화에선 스스로 “여의도를 떠난 사람”이라면서도 대표직 도전 여부에 대해선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유승민 전 의원이 대선 당시인 2월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유승민 전 의원이 대선 당시인 2월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도 유 전 의원은 선전하고 있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차기 당 대표 지지도 1위(18.8%)를 기록했다. 지난 7~8일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23.6%의 지지율로 1위였다. 특히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선 전통적인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60대만 떼어놓고 봐도 25.7%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고, 대구·경북에서도 20.8%로 2위 후보와 10%포인트 넘는 격차를 보였다. 다만, 여전히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봤을 때는 전체를 대상으로 했을 때에 비해 순위가 뒤로 밀리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사실상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안철수 의원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안 의원은 20일 오전 경북 영주에 있는 순흥안씨 제단에 성묘를 한 뒤 구미에 있는 금오공대에서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안 의원은 성묘 뒤 기자들과 만나 “경북 영주가 제 뿌리 아니겠느냐. 여기가 선영이 있는 곳이어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또 국가적으로 여러 고비가 있을 때마다 찾아뵙고 제 마음을 다지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부산이 고향이지만 여권의 핵심 지역인 대구·경북(TK)에 뿌리가 있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당이 혁신해 제대로 총선에서 승리해야 진정한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그래야 대한민국을 리빌딩(재개조)할 수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대구 경북대에서도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당권 도전 후 대구를 방문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은 안 의원은 “대구·경북은 지금까지 정권 창출에 가장 헌신하신 곳이지 않느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충분히 보답을 해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제가 더 지역 발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지금 현재 우리 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정말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이준석 전 대표”라면서도 “원내대표께서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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