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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나선 화웨이, 수비에 집중한 애플…중국인의 선택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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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메이트 50Pro와 아이폰 14. [사진 huaweicentral]

화웨이 메이트 50Pro와 아이폰 14. [사진 huaweicentral]

지난 9월 6일과 8일, 화웨이와 애플이 각각 신제품을 발표회를 열고 대표 제품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Mate)50 시리즈와 아이폰 14시리즈를 발표했다. 애플의 신제품 공개는 약 1년 만에 이뤄진 반면, 화웨이는 2년이 걸렸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핵심 반도체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 2년이 흐른 지금, 화웨이는 이번에 출시한 신작을 통해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번에 출시된 제품은 메이트(Mate) 시리즈 중 하나로, 메이트 시리즈는 화웨이의 주력 제품군이다. 제재 이후 화웨이의 자체 칩셋 ‘기린(Kirin)’을 탑재한 프리미엄폰은 메이트40 시리즈, 메이트X2다. 이후 화웨이폰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4G 칩을 탑재해 P50 시리즈 및 폴더블 포켓 업데이트를 유지하고 있다.

화웨이는 강력한 공격 태세를 갖춰 복귀했다. 신제품 발표회에서 위청동(余承东)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메이트만이 메이트를 제칠 수 있다”며 비상 배터리, 훙멍OS 등 기술혁신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이번 메이트50 시리즈는 위성 통신을 지원해 저궤도 위성 연결을 통한 메시지 송·수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력히 어필했다. 화웨이가 오래간만에 신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내놓자 화웨이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현지에서 사전예약한 물량만 250만 대를 돌파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5세대 이동 통신, 5G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큰 약점이 존재한다. 이번에 발표된 메이트50 시리즈 역시 퀄컴의 스냅드래곤 8+1(Snapdragon 8+ Gen 1)의 4G 칩셋으로 구동된다. 5G 통신장비 시장이 활성화된 지금 화웨이폰만의 강점이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화웨이는 이번 메이트50 시리즈의 경우 배터리가 1% 미만일 때에도 배터리 자동 활성화로 3시간 대기 또는 12분간 통화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기능은 중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화웨이가 공개한 메이트50 시리즈. [사진 화웨이]

화웨이가 공개한 메이트50 시리즈. [사진 화웨이]

이틀 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 14시리즈는 어떨까. 화웨이의 공격적인 모습보다는 수비에 가까운 전략을 펼쳤다. 이번 아이폰 14시리즈는 대화면의 ‘아이폰 14 플러스’를 처음 도입했고, 프로 모델의 경우 노치를 없앴다. 배터리 수명은 더 길어졌고 새로운 ‘A16 바이오닉’ 칩셋을 탑재했다. 애플은 ‘A16 바이오닉’은 스마트폰 사상 가장 빠른 칩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아이폰 14 pro에도 위성통신 긴급 구조 요청 기능이 탑재됐다. 그러나 업계에선 최근 출시한 14시리즈는 새로운 기술보다는 ‘업데이트’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애플이 7일(현지시간) 아이폰 14 시리즈를 공개했다. [사진 AFP연합뉴스]

애플이 7일(현지시간) 아이폰 14 시리즈를 공개했다. [사진 AFP연합뉴스]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은 잠잠해진 지 오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2년 1~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 감소했고 샤오미, 비보, 오포는 모두 20%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침체한 시장에서 프리미엄폰 시장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400달러 이상) 평균 판매 가격은 78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31%에서 33%로 늘었다. 또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가운데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은 10%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약진하는 가운데 중국인들은 메기처럼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인기 제품에 열광하고 있으며, 가장 눈길을 끄는 제품이 바로 애플과 화웨이다.

화웨이 vs 애플, 중국인의 선택은?

중국의 반응은 어떨까. 중국 네티즌들은 출시 이전부터 화웨이와 애플 두 제품을 비교하며 뜨거운 논쟁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중국 웹사이트엔 ‘국뽕’의 상징인 화웨이폰 추앙 글이 대다수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소비행태는 다르다.

2021년 IDC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화웨이폰 사용자는 6억 6000만 명이 넘고 그중 중국인이 4억 5700만 명이다. 작은 규모는 아니다. 카운터포인트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프리미엄폰 휴대폰(도매가 400달러 이상)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19%에서 11%로 하락해 여전히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과 세계 시장의 5대 휴대폰 제조사 중 화웨이의 이름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한때 삼성전자, 애플과 함께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게 화웨이였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는 삼성(21%)이다. 이어 애플(17%), 샤오미(14%), 오포(10%), 비보(9%) 등이 상위 5위를 기록했다.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은 15.1%로 6위에 그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 시기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기회의 시기를 맞이했다. 소비 부진 등 외부 요인과 시장 상황을 잘못 오판한 샤오미, 오포, 비보의 올 상반기 출하량은 모두 전년 대비 약 20~30% 하락했다 (IDC 보고서). 그러나 애플은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의 출하량을 기록한 몇 안 되는 주류 업체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는 올해 중국의 쇼핑축제 6·18 기간 동안 애플의 휴대폰 판매가 전체 휴대폰 판매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발표한 올 상반기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1~3분기 중화권 매출은 587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으며 성장률은 미국 시장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카운터포인트는 2022년 하반기 새로 출시한 메이트50 시리즈 및 기타 구형 모델을 포함한 화웨이의 출하량이 약 1100만 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애플의 출하량은 1억 2700만대로 화웨이의 10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화웨이가 메이트 시리즈로 돌아온다 해도 애플과 직접 경쟁하는 주전장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진 애플]

[사진 애플]

가격은 어떨까. 중국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화웨이폰의 가격 우위가 높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화웨이 메이트 50(128G)의 가격은 4999위안(약 99만 원)부터다. 상위 모델인 메이트50 프로의 가격은 6799위안(약 135만 원), 메이트50 RS 포르쉐 디자인의 가격은 1만 2999위안(약 257만 원)이다. 아이폰 14(128G)는 전작과 동일하게 가격을 책정했다. 아이폰 14의 가격은 5999위안, 아이폰 14 플러스는 6999위안부터다. 상위 모델인 아이폰 14프로는 7999위안, 최고 성능 모델인 아이폰 14 프로 맥스는 8999위안부터다.

카운터포인트의 수석 애널리스트 이반 람(Ivan Lam)은 “가격만 놓고 보면 화웨이는 점점 프리미엄이 붙고 애플은 일반 대중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정리했다.

화웨이의 가격 정책은 이들의 압박감을 대변해 준다. 복수의 중국 휴대전화 유통 업체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트50 시리즈의 판매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기술 혁신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출시된 5G폰의 가격은 수백 위안으로 낮아져 4G폰(화웨이)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허난성의 휴대폰 판매자는 “(5G 기능) 안 써도 되는데, 또 안 쓰면 안 돼요”라며 소비자 심리를 대변했다. 특히 현재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가 31개월로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은 현재의 유용성뿐만 아니라 향후 2~3년을 위해 5G를 더욱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액세서리 제조업체는 특별히 화웨이용 5G 통신 케이스를 출시했다. 이는 eSIM 칩과 휴대폰 케이스에 내장된 5G 모뎀 모듈을 통해 휴대폰의 4G 신호를 5G로 변환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 경험과 그 효과는 여전히 개선 중이다.

중국 산둥성의 한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과거 화웨이 P50 시리즈와 P50 포켓 시리즈 판매를 보면 일반 소비자들의 화웨이폰 구매 의지는 강하지 않다. 충성도가 높은 사용자들만이 화웨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재 화웨이의 가장 큰 과제는 기존 사용자 유지와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 CEO 위청둥이 지난 6일 화웨이의 Mate 50 시리즈 스마트폰 온라인 출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China daily]

화웨이 CEO 위청둥이 지난 6일 화웨이의 Mate 50 시리즈 스마트폰 온라인 출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China daily]

화웨이의 핵심 기술이 무너진 지 약 2년, 여전히 휴대폰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화웨이는 한정된 기린 칩 재고와 퀄컴 4G 칩으로 메이트 시리즈, P 시리즈, 폴더블폰, 노바(nova) 시리즈를 간헐적으로 출시하며 중국 하이엔드 시장 점유율의 일부를 안정시켰다. 또 자체 개발한 훙멍OS,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 스크린, 웨어러블 기기 등과 같은 생태계 제품을 통해 기존 사용자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러나 애플의 우위는 해가 지날수록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57%에서 62%로, 중국 시장에서는 43%에서 46%로 늘었다. 지난 2~3년 동안 시장 경쟁은 이미 심화했고 중국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화웨이와 애플, 이 큰 시장을 사로잡을 기업은 어디일까.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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