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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예약 24배 폭증…비자면제 임박설, 2030 몰려간다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정부가 9월 7일부터 '가이드 없는 패키지여행'을 시작한 데 이어 올 가을에 무비자 개별 여행 실시를 암시하면서 일본 여행에 대한 관심을 치솟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 중구 일본정부관광국 모습. 뉴스1

일본 정부가 9월 7일부터 '가이드 없는 패키지여행'을 시작한 데 이어 올 가을에 무비자 개별 여행 실시를 암시하면서 일본 여행에 대한 관심을 치솟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 중구 일본정부관광국 모습. 뉴스1

국내 여행업계가 일본 여행 바람으로 뜨겁다. 일본 정부가 올가을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방역 지침 철회 계획을 발표하자 예약이 폭주하고 있다. 9월 들어 지난달보다 일본 여행상품 예약이 24배나 늘었다는 여행사도 있다. 일본이 국경을 완전히 개방한 게 아닌데도 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분위기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과거와 같은 일본 여행이 언제 가능할지 조목조목 짚었다.

일본 비자 면제 초읽기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일본 정부는 외국인 입국을 철저히 통제했다. 2년 넘게 외국인 입국을 틀어막았던 일본 정부가 빗장을 풀기 시작한 건,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6월이다. 여전히 제약이 많았다. 외국인 입국자를 하루 2만 명만 허용했고, 여행사를 통해 단체 관광비자를 받도록 했다. 현지 여행도 가이드가 동행하는 패키지여행만 허용해 일본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했다. 일본 여행자는 백신 3차 접종을 마쳤거나 PCR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했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여행 조건을 서서히 완화하면서 일본 내 대도시를 중심으로 '에어텔' 여행이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7일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 모습. 뉴스1

일본 정부가 외국인 여행 조건을 서서히 완화하면서 일본 내 대도시를 중심으로 '에어텔' 여행이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7일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 모습. 뉴스1

그로부터 3개월 뒤인 9월 7일, 일본 정부는 한층 완화된 조치를 발표했다. 하루 입국자 수를 5만 명으로 늘렸고, ‘가이드 없는 패키지여행’을 허용했다. 일본관광청 관계자는 “고객이 항공권과 호텔을 직접 구매해서 갈 수는 없지만, 여행사가 고객 신원을 파악한 상태에서 사실상 개별여행을 허용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일본 정부는 방역 철회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여행 자유화 분위기는 무르익었다는 평이다. 최근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 장관이 비자 면제를 통한 개별여행 재개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기하라 장관은 지난 11일 후지TV 인터뷰에서 “현재의 방역 지침을 재검토 중”이라며 “일본은 가을과 겨울이 아름답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국내 여행업계는 일본 비자 면제 시점을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로 전망한다.

예약 전달보다 24배 뛰어

지난 2년간 국내 여행업계는 사실상 일본 여행 수요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여름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본 정부가 방역 완화 조치를 잇달아 내렸고, 마침 엔화도 약세를 나타냈다. 9월 3일 한국 정부가 입국 전 코로나 검사 의무를 폐지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9월 9일 기준 비자 발급을 신청한 외국인은 약 3만7000명이다. 이 중에서 한국인이 7063명으로 가장 비중이 높다. 중국, 대만 등 코로나 사태 전에 일본 방문 비중이 높았던 나라들은 아직 자국민에 대한 해외여행 제한 조치를 풀지 않고 있다.

'가이드 없는 패키지여행'이 가능해지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오사카를 찾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가이드 없는 패키지여행'이 가능해지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오사카를 찾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여행사 예약 상황은 폭발적이다. 모두투어는 9월 1~16일 일본 상품 예약이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24배 늘었다고 밝혔다. 하나투어는 9월 현재 전체 해외여행 상품 중 일본 상품 판매 비율이 40%에 달한다고 밝혔다. 두 여행사 모두 항공과 호텔로만 이뤄진 ‘에어텔’ 상품의 인기가 높다는 설명이다. 연령별로 보면 20~30대 예약자가 많다. 모두투어 이윤우 마케팅부 매니저는 “모바일 앱에 개인 정보를 입력하는 등 여러 번거로운 절차 때문인지 의외로 젊은 여행객의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을 가보면 의외로 방역 조치가 깐깐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이드가 동행하는 패키지여행을 가더라도 일정이 끝나면 자유롭게 쇼핑을 가거나 식당을 갈 수 있고, 에어텔 상품의 경우 약 보름이 걸리는 비자 발급 절차가 번거로울 뿐 사실상 개별여행이나 다름없다는 게 여행업계의 설명이다.

10월보다 11월  

7일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 일본 하네다행 여객기 탑승 정보가 안내되고 있다. 뉴스1

7일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 일본 하네다행 여객기 탑승 정보가 안내되고 있다. 뉴스1

일본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지만, 여행지는 도쿄·오사카·후쿠오카 같은 대도시에 집중되고 있다. 아직은 항공편이 다채롭지 않아서다. 인천공항에서 일본을 오가는 여객기 수는 지난 8월 기준 1518편(출발+도착)이었다. 2019년 8월 6818편에 비하면 22% 수준에 불과했다.

항공사들은 서서히 재취항편을 늘리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비자 면제 시점을 밝히지 않은 상태여서 불안한 10월보다는 11월 이후 예약이 많다”며 “비자 면제 발표가 이뤄지면 대도시부터 취항을 늘린 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인기였던 소도시 취항도 서서히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전 일본은 한국 해외여행의 일번지였다. 2018년 일본 방문 한국인은 753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듬해 한일 관계 경색으로 관광 분야가 타격을 입었는데도, 558만 명이 일본을 찾았다. 2019년 해외출국자 2871만 명 중 약 19%가 일본을 방문했다.

하나투어 정기윤 상무는 "무비자 여행이 가능해지면 주말을 끼고 부담 없이 다녀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 이후 비로소 해외여행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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