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민 4명중 1명 반려동물 키워도…"혐오스런 개 놀이터 안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노란색 스카프를 착용하고 반포한강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노란색 스카프를 착용하고 반포한강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려견이나 고양이가 목줄을 달지 않고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 설립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반려동물이 급증하면서 놀이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혐오시설이라서 곤란하다”며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19일 서울 강동구에 따르면 강동구는 반려견 놀이터를 조성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강동구는 고덕강일1지구 고덕비즈밸리 내부 근린공원에 반려견 놀이터 조성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이수희 청장이 이 사업을 장기과제로 바꿨다고 한다.

강동구 관계자는 “반려견 놀이터 조성은 일단 보류하고, 한강시민공원에 관련 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하천법이 개정된다면 그때 다시 적절한 반려견 놀이터 부지를 물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려견 운동장 찬반 논란  

대만 타오위안시 반려동물 놀이터. 한국과 달리 대만은 하천에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가 가능하다. 놀이터 내에는 반려동물 배변봉투(오)가 함께 구비되어 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대만 타오위안시 반려동물 놀이터. 한국과 달리 대만은 하천에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가 가능하다. 놀이터 내에는 반려동물 배변봉투(오)가 함께 구비되어 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KB금융지주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4명 중 1명(1448만명)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이에 비해 반려동물 놀이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 따르면 서울 시내 반려견 놀이터는 9개뿐이다. 공원별로 25~70마리만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서울시는 이용 시간제한을 권장하고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반려견 놀이터는 비(非)반려인구의 보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며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민 설득해야…사후관리도 중요”

서울의 한 공원에서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시민. 연합뉴스

서울의 한 공원에서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시민. 연합뉴스

이번에 무산된 반려견 놀이터 조성 예정지 주변 아파트에 입주 예정인 A 씨는 “반려견 놀이터 예정지 북쪽엔 이케아 코리아의 대형 복합쇼핑몰(이케아 강동점)이 2024년 개점하고, 서쪽엔 지하철 9호선 4단계 구간(샘터공원역)이 건설 중”이라며 “이렇게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굳이 반려견 놀이터를 세우려고 했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 생각은 다르다. 강동구 천호동에서 시바견을 키우는 B 씨는 “반려견 놀이터를 활성화하면 인구밀도가 높은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이 목줄을 하고 산책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민원 발생이 줄어든다”며 “실제로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자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가 줄어 위생이 개선됐다”고 반박했다.

반려견 놀이터가 부족한 데는 까다로운 개설 조건도 한몫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11조 2항 11호는 규모가 10만㎡이상 넓은 공간에만 반려견 놀이터 설치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한강시민공원 일부나 유수지 등 시내에 놀고 있는 땅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개발제한구역법이나 하천법·공원녹지법 등 관련법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부산광역시 동래구·해운대구에서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를 중재했던 최동락 부산경상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는 “당시 놀이터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을 일일이 설득해 합의를 끌어냈다”며 “자치단체가 관리·운영비를 지원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반려동물 장례식장 ‘0’

서울 반려견 순찰대 ‘해치-펫트롤(Hachi-Petrol)’ 소속 반려견이 인근 지역을 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반려견 순찰대 ‘해치-펫트롤(Hachi-Petrol)’ 소속 반려견이 인근 지역을 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려동물 장례 시설도 골칫거리다. 전국 반려동물의 20%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에 관련 장묘 시설은 한 군데도 없다.

서울시가 2019년 신설한 동물보호 조례 제27조에 따라 3년 전부터 서울시에도 공공 장묘시설 설치·운영이 가능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형 동물장묘정책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하기도 했다.

조용환 전 한국동물장례협회장은 “서울·부산·대전 등 대도시 자치구는 허가 절차도 까다롭지만, 민원을 우려해 장묘시설 설치에 소극적”이라며 “이 때문에 수도권에 불법 장묘 시설이 난립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경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동물보호과장은 “장례식장 설치가 가능한 법적 요건을 충족하고 주민이 반대하지 않는 부지를 서울 시내에서 찾기는 현실적인 어렵다”라며 “시민 의견이 모아진다면 반려견 놀이터 설치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