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제에도 '지지율 38% 덫'...비공개 보고서 충격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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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침체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실시한 정례조사(무선 90%·유선 10% 혼합)에서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31%로 국민의힘(38%)보다 7% 포인트 낮았다. 2주 전 조사(8월 30일~9월 1일)와 비교했을 때 민주당은 34%→31%로 내려앉았고, 국민의힘은 36%→38%로 올랐다.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지지율 반등을 기대했던 당 안팎의 기대와 정반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더 큰 문제는 6·1 지방선거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대폭 감소하는 중에도 민주당 지지율이 정체됐다는 점이다. 6월 2일 조사와 비교했을 때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53%→33%로 추락했고, 국민의힘 지지율도 7% 포인트 감소했으나, 민주당은 반사 이익을 전혀 보지 못했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도 32%→31%로 줄었고, 외려 무당층만 18%→25% 늘었다.

최근 국민의힘이 기록한 지지율 38%를 민주당이 돌파한 건 8월 첫째 주(8월 2~4일·39%)가 유일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당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혔다. 윤석열 정부 실정을 비웃을 때가 아니다”(수도권 의원)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지율 38%의 덫…비공개 보고서 “구조적 위기”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새로고침위원회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들이 지난달 말 발간한 대외비 보고서엔 "민주당이 매우 심각한 구조적인 지지층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룡 기자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새로고침위원회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들이 지난달 말 발간한 대외비 보고서엔 "민주당이 매우 심각한 구조적인 지지층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룡 기자

최근 민주당 내부에선 지지율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가 만 18~69세 남녀 3000명 대상 패널 조사를 거쳐 지난달 말 발간한 대외비 보고서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에서 분석한 결과가 대표적이다. 새로고침위원회는 우상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 바뀐 유권자 지형을 분석했다.

이들이 대외비 보고서 내린 결론은 “민주당이 매우 심각한 구조적인 지지층 위기에 빠져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전체 유권자 지형을 유권자 욕구에 기반(needs-based)한 ‘Q방법론’을 사용해 ▶평등·평화 그룹(37.7%) ▶능력주의 보수(保守) 그룹(21.5%) ▶친환경·신성장 그룹(18.8%) ▶반권위 포퓰리즘 그룹(9.3%) ▶민생우선 그룹(6.4%) ▶배타적 개혁우선 그룹(6.3%)으로 나누었다. 각 그룹의 비율은 웹조사 방식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평등·평화 그룹’과 ‘능력주의 보수 그룹’은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지지층과 유사한 가치 성향을 보였다. 나머지 네 그룹은 이번 조사에서 새로운 집단으로 분류됐다. 예컨대 ‘반권위 포퓰리즘 그룹’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가장 선호하는 2030·남성 주축 세력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새로고침위는 보고서에서 “보수는 ‘친환경·신성장 그룹’(온건보수)과 ‘능력주의 보수 그룹’(강경보수)이 균형을 이루며, 이에 ‘반권위 포퓰리즘 그룹’이 가담하면 보수 진영이 49.6%로, 약 50%에 육박하게 된다”고 적었다. 게다가 이들 세 그룹은 “쉽게 연합이 가능하다”고 분석됐다.

반면 민주당은 지지 그룹 간 결집이 어려운 게 한계로 꼽혔다. 전통적 지지층인 ‘평등·평화 그룹’과 새로 형성된 ‘민생 우선 그룹’, ‘배타적 개혁우선 그룹’ 삼자 간에 서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컨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강행 처리하면 ‘민생 우선 그룹’ 상당수가 떨어져 나가는 식이다. 또 ‘평등·평화 그룹’과 ‘배타적 개혁우선 그룹’도 정치개혁 의제를 제외하곤 공통점이 없었다. 보고서는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층에 갇혀있다”고 결론지었다.

“소수파 전락” 우려…민주, ‘민생 우선’으로 지지층 확장 시도

이 보고서에서 내린 진단은 최근 여론조사 추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민주당이 여론조사에서 쉽사리 넘지 못하는 ‘지지율 38%’의 벽은 보고서가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으로 간주한 ‘평등·평화 그룹’의 규모 37.7%와 엇비슷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생·개혁으로 외연 확장을 시도했으나, 아직까진 이탈한 규모 이상으론 지지를 넓히지 못했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대책위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대책위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최근 민주당이 ‘민생 우선’을 앞세우는 것 역시 지지층 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로고침위는 비공개 보고서에서 “전통적 비정규직과 자영업자가 사회혁신과 정치개혁에서 우군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층에 안주하며 소수파로 전락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의 ‘민생 우선’ 전략은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최근 민주당은 ‘민생’을 외치고는 있지만, 이재명 대표 기소 이후 ‘김건희 특검법’의 덫에 걸려 마치 ‘검찰개혁 시즌 2’와 같은 상황이 됐다”며 “이 때문에 새 지도부 취임 후에도 외연 확장을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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