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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여왕, 평화 수호자” 바이든 “어머니 떠올리게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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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70년간 영국의 상징으로 자리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마지막 장례 절차가 전 세계적 애도 속에 19일(현지시간) 거행됐다.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사망 이후 영국에서 치러진 첫 국장이다.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하러 가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뉴스1]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하러 가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뉴스1]

오전 11시 시작된 장례식엔 약 500명의 각국 정상·지도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18일 런던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국인들은 70년간 여왕을 모실 수 있어 행운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내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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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 [로이터=연합뉴스]

장례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 외에도 유럽 왕실 인사와 지도자들, 윤석열 대통령,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마사코(雅子) 왕비 등이 참석했다. 일왕이 외국 왕실 장례식에 참석하는 건 1993년 아키히토 당시 일왕이 벨기에 국왕 국장에 참석한 이후 역사상 두 번째다. 여왕 서거 후 유럽의 최장수 군주가 된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82) 여왕도 장례식에서 조의를 표했다. 중국에선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참석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여사. [AP=연합뉴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여사. [AP=연합뉴스]

장례식은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데이비드 호일 웨스트민스터 사원 주무사제가 식을 집전하고, 패트리샤 스코틀랜드 영연방 사무총장과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차례로 성경을 봉독했다. 영국 성공회를 이끄는 저스틴 웰비 켄터베리 대주교가 설교했다. 오전 11시57분쯤 장례식의 마지막을 알리는 나팔이 울리자, 영국 전역에서 2분간 묵념했다. 조용한 애도를 위해 런던 서쪽 히스로공항에서는 묵념 전후 15분씩 총 30분간 항공기 이착륙을 멈췄다.

이후 여왕의 관은 기마대와 군악대 등과 함께 천천히 영국 시내를 이동하면서 웰링턴 아치를 거쳐 런던을 떠났다.

여왕 장례식을 위해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가는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 [로이터=연합뉴스]

여왕 장례식을 위해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가는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 [로이터=연합뉴스]

BBC에 따르면 9시 30분쯤부터 11시까지 여왕의 나이에 해당하는 96번 종을 쳤다. 장례식 이후 영국 시내를 이동할 때 매분 종을 치고, 하이드 파크에서도 이에 맞춰 예포를 발사했다.

여왕의 마지막 안식처는 윈저성 내 성 조지 교회다. 여왕과 73년간 결혼 생활을 한 필립공의 장례식도 지난해 이곳에서 치러졌다. 약 800명이 참석한 소규모 예배에서 여왕의 통치 종식을 알리는 의식이 행해졌다. 여왕을 상징하는 제국 왕관과 국왕의 상징인 홀(笏)과 구(orb)를 관에서 내린 뒤, 관 위에 근위대의 기를 올리고 여왕 의전장이 지팡이를 부러뜨려 올리며 여왕을 위한 복무가 끝났음을 알렸다. 오후 7시30분에 여왕은 마지막으로 왕실 일가만 모인 가운데 남편 필립공 옆에 안치됐다.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자들이 버스에서 내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자들이 버스에서 내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전날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가 개최한 리셉션에 참석해 나루히토 일왕과 만났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리셉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조우해 안부를 묻고 ‘곧 유엔에서 만나자’고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리셉션에서 찰스 3세에게 애도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평화의 수호자로 헌신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도 함께 슬퍼하고 있다”고 위로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케이트 왕세자비가 “한국에 가본 적이 없다. 초대하시면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찰스 3세도 “오래전인 1992년 방문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갈 기회가 허락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언제든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19일 장례식에 참석한 뒤 런던 처치하우스에서 조문록을 작성했다. 조문록에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의 명복을 빌며 영국 왕실과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자유와 평화 수호를 위해 힘써오신 여왕님과 동시대에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윤 대통령과 함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 다수의 정상급 인사가 조문록을 작성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당초 조문록 작성은 윤 대통령의 런던 도착 첫날(18일) 진행하는 쪽으로 조율됐지만, 영국 왕실의 시간 조정으로 하루 미뤄졌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김은혜 수석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어제 이른 오후까지 도착한 정상은 조문할 수 있었고 런던의 복잡한 상황으로 오후 2~3시 이후 도착한 정상은 오늘로 조문록 작성이 안내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은 윤 대통령의 조문록 작성 일정이 재조정되면서 국내 일각에서 ‘외교 홀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G7 국가인 바이든 대통령,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물론이고 왕치산 중국 부주석도 국빈 자격으로 조문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영국을 도대체 왜 갔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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