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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온다는데” 세종시, KTX역 신설 재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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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세종시가 KTX 세종역을 신설을 추진하기 위해 연구용역 예산을 편성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분원 설치 등으로 이전보다 여건이 나아졌다는 판단에서다. KTX 세종역 건설은 최민호 세종시장의 핵심 공약으로 충북·충남의 반대를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이다.

세종시는 지난 5일 시의회에 제출한 1427억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추경)에 ‘KTX 세종역 신설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비’ 1억8000원을 포함했다. 예산안이 세종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조달청(나라장터) 입찰을 거쳐 용역기관이 결정된다. 용역 기간은 10월부터 내년 8월까지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이 세종역(사)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하고 효율성이 높다면 건설하게는 게 맞다. 어느 지역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로는 정책을 세울 수 없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예산안을 시의회 제출 이틀 뒤인 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KTX 세종역을 국가계획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장관은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 건립이 예정된 만큼 (KTX역) 신설에 공감한다”며 “다만 다른 자치단체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 (이 자리에서) 결정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결국 최민호 시장은 “(충북을) 설득하겠다”며 정부의 결정을 재차 요구했다.

최 시장은 “오송역을 이용해서 세종 시내로 들어오려면 적어도 30분은 걸린다”며 “대통령 집무실까지 만드는 데 KTX역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세종시민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 정모씨는 “오송역을 오가는 BRT 버스는 항상 만원이고 운행 간격도 긴 편이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KTX 세종역 건설을 위한 연구용역은 이번이 세 번째다. 세종시가 2020년 7월 공개한 사전타당성 용역조사에서는 KTX 세종역 신설 경제성(편익비용분석·B/C)이 0.86으로 나왔다. 2017년 국가철도공단이 주관한 연구용역에서도 BC가 기준치(1.0)보다 한참 낮은 0.59가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세종시의 요구를 일축하는 근거도 이 때문이다.

세종시가 구상하는 KTX역은 오송역과 공주역 사이에 세워진다. 두 역 사이 거리는 44㎞로 불과 14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세종역 신설은) 세종과 충남·충북, 대전시 단체장 합의에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어느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역 신설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최민호 시장의 KTX역 재추진 방침에 충북과 충남은 일단 관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두 차례의 연구용역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온 데다 국토부가 세종시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역발전을 위해 어느 때보다 충청권 4개 시·도의 단합이 중요한 상황에서 일일이 대응하면 오히려 세종시의 계획에 말려들 수 있다는 판단도 고려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충청권 광역철도가 건설되는 상황에서 KTX 세종역은 불필요하다”며 “세종시의 쟁점화에 우리(충북)가 동조할 필요가 없고 결국 국토교통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편 세종시의회는 지난 15일 열린 본회의에서 김동빈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KTX 세종역 설치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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