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의 깜짝경고

중앙일보

입력 2022.09.19 23:55

업데이트 2022.09.20 00:05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2022.9.19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2022.9.19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1.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결과가 깜짝 놀랄만합니다.

19일 의원총회 투표결과 5선의 주호영 의원이 61표, 2선의 이용호 의원이 42표. 예상대로 주호영이 당선됐지만, 득표수는 예상에 한참 모자랐습니다.

2. 이용호가 42표를 얻은 건 큰 파란입니다.

이용호는 원래 민주당 사람입니다. 호남(전북 남원)출신으로 경향신문 기자를 하다가 1999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자 총리실 공보비서로 특채됐습니다. 김대중 정권이 끝나자 정계로 투신, 2004년 국회의원(남원) 출마부터 낙선하다가 2016년 국민의당으로 어렵사리 당선됐습니다. 2020년 총선에서 호남 유일 무소속 재선이 됐습니다. 줄곧 민주당 복당을 희망해왔습니다.

3. 그래서 이용호는 국민의힘에서 뿌리가 없는 사람입니다.

더욱이 주호영을 추대하자는 윤핵관들의 바람잡이에도 불구하고, 이용호는 혼자 출마했습니다. 눈치 빠른 다른 후보들은 윤핵관의 만류에 모두 출마포기했습니다. 비록 대선직전 윤석열 후보가 이용호를 영입했지만..국민의힘 사람들은 모두 득표전략쯤으로 알고 있습니다.

4. 따라서 이용호의 깜짝 득표는 주호영에 대한 비토라고 봐야 합니다.

주호영의 감투욕심이 지나쳤습니다. 첫째, 원내대표는 누구나 한번만 해온 알짜감투입니다. 주호영은 이미 2020년 원내대표를 했습니다.
둘째, 주호영은 지난 8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가 법원의 가처분신청으로 자격상실 했습니다.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인물이 가처분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시 원내대표가 되고, 이준석의 추가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경우 당대표 역할까지 맡을 수 있습니다.

1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주호영의원과 지도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전 원내대표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이용호 의원 ) 김경록 기자 / 2022.09.19

1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주호영의원과 지도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전 원내대표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이용호 의원 ) 김경록 기자 / 2022.09.19

5. 주호영에 대한 비토는 곧 윤핵관에 대한 비토입니다.

주호영을 비대위원장으로 만든 것도 윤핵관이고, 이번에 원내대표로 추대한 것도 윤핵관입니다. 모두 당내여론과 무관한 밀어붙이기였습니다.

6. 윤핵관은 늘 ‘윤심(윤석열의 의중)’을 앞세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윤핵관에 대한 비토는 윤심에 대한 비토가 됩니다. 대통령 의중을 잘 따를 수 있는 사람을 당직에 지명함으로써 당을 행정부처럼 운영하겠다..는 생각에 대한 비토입니다.
원칙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첫째, 당직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둘째, 여당이라도 입법부는 행정부를 견제해야 합니다.

7. 원내대표 경선이 비밀투표라 이런 결과가 가능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주요 안건을 ‘만장일치 박수’로 결정했습니다. 비밀투표를 하지 않으니 의원들의 속마음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윤핵관들은 이런 저변의 반발을 틀어막고자 박수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8. 이제 저변의 기류가 드러났습니다.
뿌리도 없는, 그래서 잃을 것도 없는, 꼬장꼬장한 이용호의 돌출행동이 뜻밖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선출직이면서 임명직인듯 대통령실 눈치보는 의원들이 깨어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윤핵관이 사라지고 윤심도 깨어날 겁니다.
〈칼럼니스트〉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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