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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표 양곡관리법 초읽기…농민표에 대응책 못 내놓는 與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전라북도연합회 관계자들이 14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앞에서 전북후계농업경연인 시군대표자 결의대회를 열고 쌀·농축산물 가격보장 및 양곡관리법 개정 촉구 삭발식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전라북도연합회 관계자들이 14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앞에서 전북후계농업경연인 시군대표자 결의대회를 열고 쌀·농축산물 가격보장 및 양곡관리법 개정 촉구 삭발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여야 간 ‘양곡관리법 시한폭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쌀값은 대한민국 식량 자족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니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처리해주시길 부탁한다”며 당내 의원들에게 9월 중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지난 15일 민주당이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날치기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임위·본회의에서도 일사천리로 강행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쌀농사를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지원한다. 먼저 작황과 관계없이 농지 면적당 일정액의 보조금을 ‘직불금’ 명목으로 준다. 지난해 공익직불금에 총 2조2263억원이 들었고 이 중 70% 이상이 논농사를 짓는 쌀 농가에 돌아갔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공공비축분’ 명목으로 매년 일정량의 쌀을 의무적으로 구매한다. 2021년산 공공비축미 매입(35만t) 예산은 약 1조원가량이었다.

세번째는 초과 생산된 쌀을 사들여 가격하락을 방지하는 ‘시장격리’다. 시장격리는 강제 조항이 아니지만 정부는 이미 지난해 쌀 37만t을 추가 격리하는데 7800억원가량을 썼다. 그런데 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은 이 시장격리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이다.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전부 사들여 쌀값 하락을 방지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격리가 의무 조항으로 법제화되면 지금도 남아도는 쌀의 생산량이 더 늘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1조원 가량이 쌀농사 지원에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본다.

이런 사정 때문에 민주당도 여당 시절 양곡관리법 추진을 머뭇거렸다. 하지만 야당이 되니까 부담없이 밀어붙이기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발 ‘날치기’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국민의힘은 이렇다 할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하루 앞둔 19일 농해수위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설마 이재명 대표가 지시한다고 민주당 소속 농해수위원들이 전부 그걸 따르겠느냐”며 “우리 입장에서는 마지막에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상당수가 농촌 지역구 출신이어서 ‘농심’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는 처지다. 국민의힘 소속 한 농해수위원은 “농민들이 환영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을 반대하는 데 부담은 있다”며 “이런 포퓰리즘 법안이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지역구에 이해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털어놨다.

안그래도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직불금 규모 2배 확대’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걸 두고 농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농해수위 간사는 통화에서 “일단 내일(20일)은 양곡관리법을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것으로 여야 간 논의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농해수위(19명)는 소병훈 위원장을 비롯한 과반(11명)이 민주당 소속이고, 무소속 윤미향 의원도 사실상 민주당 편이라 ‘기습 상정·기립 표결’로 이어지는 야당 단독 처리가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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