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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이 부탁하신 것”…쌍방울 수사기밀 유출 수사관 ‘혐의 인정’

중앙일보

입력

쌍방울 그룹 임원에게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수원지검 검찰 수사관이 19일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같은 쌍방울 임원에게 정보를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된 검사 출신 이모(55) 변호사는 자료를 보관하고 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출처를 알지 못했다”고 일부 부인했다.

 이날 오후 수원지법 형사10단독(이원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수원지검 소속 수사관 A씨(48)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A씨의 범죄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 수사관, 친분 있던 쌍방울 임원에게 수사 자료 유출

지난 7월 18일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뉴스1

지난 7월 18일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뉴스1

 A씨는 지난 5월 중순 과거 검찰 수사관으로 함께 근무해 친분이 있던 쌍방울 그룹 임원 B(49) 씨로부터 “범죄사실만이라도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같은 달 24일 오후 업무용 PC 내부망으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에 접속해 쌍방울그룹 관련 압수 수색 계획이 포함된 수사자료 파일을 복사한 뒤 6장 분량 문서로 출력했다. 이 문서에는 쌍방울그룹 수사 대상자의 이름, 직업, 재산 및 지분관계, 계좌번호, 향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는 범죄사실, 금융계좌 추적 대상자 계좌번호 등이 담겼다. 출력 당일 A씨는 “선배님이 부탁하신 것 가지고 있다”며 B씨를 자신의 집 근처로 오게 한 뒤 자료를 건넸다.

 A씨는 지난 6월 21일 검찰이 쌍방울 그룹 본사와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B씨에게 알려주고, 하루 뒤인 22일엔 “오늘은 안 나간다”며 압수수색 집행시기까지 안내했다. 실제 압수수색은 6월23일 진행됐다.

 그러나 A씨에게 수사 기밀을 건네받은 혐의(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 된 쌍방울 임원 B씨 측 변호인은 “아직 사건 관련 기록을 검토하지 못했다”며 “추후 의견을 밝히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변호사에게 수사기밀 전달된 후 쌍방울 전 회장 출국 

수원지법 외경. 연합뉴스

수원지법 외경. 연합뉴스

 B씨에게 건네받은 수사기밀 자료를 사무실에 보관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불구속기소 된 이모 변호사는 “공소장의 사실관계를 인정한다”면서도 “기밀자료의 출처를 알지 못했고,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을 위해 개인정보를 건네받은 건 아니다”라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2014년 쌍방울그룹 김모 전 회장의 형사사건 공범을 변론하면서 김 전 회장과 친분을 맺었다. 이 인연으로 이 변호사는 쌍방울 그룹의 사외이사를 역임하고, 법률자문도 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변호사는 쌍방울 그룹의 횡령 및 배임 사건에 대한 변론을 준비하던 지난 5월 25일 B씨에게 수사 자료를 건네받았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은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5월 31일 돌연 싱가포르로 출국해 현재 태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던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정원두 부장검사)는 지난 7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태형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같은 법무법인에 소속된 이모 변호사에게 수사기밀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모 변호사는 B씨에게 건네받은 수사기밀 자료를 직원에게 스캔하게 한 뒤 ‘쌍방울 범죄사실.pdf’라는 제목의 파일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7일 열린다.

 한편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쌍방울 그룹 임직원들이 최근까지 김 전 회장이 머무는 태국을 오간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을 범인도피 혐의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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