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더 퀸…英 국민 2분간 묵념, 항공기 이착륙도 멈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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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0년간 영국의 상징으로 자리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마지막 장례 절차가 전세계적 애도 속에 19일(현지시간) 거행됐다. 지난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사망 이후 영국에서 치러진 첫 국장이다. 지난 8일 서거한 여왕은 이날 지난해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공의 곁에서 영면에 든다.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영국 왕실 근위대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주변에서 경비 임무를 서고 있다. AFP=뉴스1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영국 왕실 근위대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주변에서 경비 임무를 서고 있다. AFP=뉴스1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이뤄진 일반인 참배는 이날 오전 6시 30분(한국시간 오후 2시 30분)에 종료됐다. 영국 언론 등에 따르면 영국 국민은 마지막까지 여왕의 관에 참배하기 위해 긴 대기 줄을 형성했다. 가을 추위에도 조문객들은 남녀노소 담요와 음식을 나누며 차분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장례식 절차 진행을 위해 조문객은 전날 오후 10시 40분까지만 받았다. 마지막으로 입장용 손목 밴드를 받은 이는 남동부 서퍽 지역에서 온 모녀다. 이들의 뒤에 있던 군중은 잠시 실망하는 듯했지만, 이내 모녀를 위해 박수를 쳤다. 찰스 3세 국왕은 “어머니에게 존경을 표하기 위해 찾아온 수많은 조문객들로부터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17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로 입장하기 위한 추모객들이 램버스교에 줄 서 있다. 뉴스1

17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로 입장하기 위한 추모객들이 램버스교에 줄 서 있다. 뉴스1

오전 8시에 여왕의 관이 옮겨질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문이 처음 열리고, 10시 52분쯤 여왕의 관이 사원으로 운구된다. 영국 왕립 해군 142명이 관을 실은 포차(砲車)를 이끈다. 지난 1901년 빅토리아 여왕의 장례식 이래 영국 왕실의 전통이다. 그 뒤를 찰스 3세와 아들 윌리엄 왕세자, 해리 왕자 등이 따른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는 장례식엔 약 500명의 각국 정상·지도자를 포함해 외빈 등 2000명이 참석한다. 18일 런던에 도착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인들 모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영국인들은 70년간 여왕을 모실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내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외에도 유럽 왕실 인사와 지도자들, 윤석열 대통령,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마사코(雅子) 왕비 부부 등이 참석한다. 러시아‧미얀마‧베네수엘라‧벨라루스‧시리아‧아프가니스탄의 대표는 초청받지 못했다. 북한은 니콰라과 등과 함께 대사 초청장만 받았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초청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8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안치된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추모를 하고 있다. AFP=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8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안치된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추모를 하고 있다. AFP=뉴스1

장례식은 약 한 시간가량 진행된다. 데이비드 호일 웨스트민스터 사원 주임 사제가 식을 집전하고, 패트리샤 스코틀랜드 영연방 사무총장과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차례로 성경을 봉독한다. 영국 성공회를 이끄는 저스틴 웰비 켄터베리 대주교가 설교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생전에 길고 지루한 장례식을 원치 않았다고 존 센타무 전 요크 대주교는 전했다. 11시 55쯤 장례식의 마지막을 알리는 나팔이 울리면, 영국 전역에선 2분간의 묵념이 이뤄진다. 조용한 애도를 위해 런던 서쪽에 위치한 히스로 공항에서도 묵념 전후 15분씩 총 30분간 비행기 이‧착륙을 멈춘다.

이후 여왕의 관은 기마대와 군악대 등과 함께 천천히 영국 시내를 이동하면서 웰링턴 아치를 거쳐 런던을 떠난다. 평소 차량으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약 45분 동안 이동할 예정이다. 이때 런던의 상징인 빅벤에선 1분 간격으로 종이 울리며 여왕을 떠나보낸다. 하이드파크에서도 매분 예포를 발사해 여왕을 기린다.

여왕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는 건 윈저성 내 세인트 조지 교회다. 여왕과 73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온 필립공의 장례식도 지난해 이곳에서 치러졌다. 약 800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예배에서 여왕의 통치 종식을 알리는 의식이 행해진다. 국왕을 상징하는 제국 왕관(Imperial State Crown)과 홀(sceptre), 구(orb)를 관에서 내린 뒤, 관 위에 근위대의 기를 올리고 여왕 의전장이 지팡이를 부러뜨려 올리며 여왕을 위한 복무가 끝났음을 알린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후 7시 30분에 여왕은 마지막으로 왕실 일가만 모인 가운데 남편 필립공 옆에 안치된다.

여왕의 장례식을 직접 볼 수 없는 국민들을 위한 다양한 대안도 진행됐다. 영국 시내 곳곳에는 대형 스크린이 세워져 장례식 진행 과정을 생중계할 준비에 나섰다. 영화관 등에서도 장례식 광경을 상영할 예정이다. 단, 술이나 팝콘 등은 먹을 수 없고, 손님들은 생수를 제공받을 예정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장례식 일정은 분초 단위의 계획대로 진행된다.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한 시대의 끝을 상징하는 이번 장례식은 작은 세부사항까지 어느 것도 운에 맡겨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영국 현지에선 엘리자베스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런던 교통당국은 19일 엄수되는 장례식에는 약 100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952년 여왕의 선친인 조지 6세 이후 70년 만에 열리는 국왕의 장례식이자 대규모 외교 행사를 맞아 보안 작전도 삼엄하다. 수도 런던에서 활동하는 메트로폴리탄 경찰과 런던시 경찰, 영국 교통경찰은 여왕이 서거한 지난 8일부터 런던 전역에서 장례식 당일을 대비해 훈련해왔고 장례식엔 사상 최대의 치안 인력이 투입됐다.

스튜어트 콘데 메트로폴리탄 경찰 부국장은 “단일 행사로서 이번 장례식은 2012년 런던올림픽보다도, 플래티넘 주빌리(여왕의 즉위 70주년 기념행사)보다도 더 크다”며 “이번 작전을 수행할 경찰관과 경찰 직원 등 지원인력의 범위는 정말로 엄청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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